"직장 없어도 月 1000만원 벌어요"..비정규직 택한 MZ세대들

박수현 기자, 김주현 기자 입력 2022. 5.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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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디지털 노마드 랜드(下)

[편집자주] 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다. 택시 등 이른바 저소득 기피 업종의 구인난은 날로 심해진다. 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 관련 노동자는 넘쳐난다. 정해진 직장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돌아다니며 돈을 버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출현과 함께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는 어느새 현실이 됐다. 이른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금도 한달에 1000만원 버는데...왜 매일 출근해요?"

2020년 4월6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입시 컨설턴트 A씨(26)는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1000만원을 벌었다. 일주일에 120시간을 일한 결과다. A씨는 "직업 특성상 시기별로 근로 시간과 소득이 크게 달라진다"며 "소득이 일정하진 않지만 적성에 맞고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데다 시간당 수입도 괜찮은 편이라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대신 '긱 워커'(Gig Worker·초단기 근로자)의 길을 선택했다. A씨는 "공기업이나 IT(정보기술) 기업 취업도 고려했지만 건강이 안 좋아 주 5일 일하기가 힘들었다"며 "대학생 때 과외와 학원강사 일을 하던 경험을 살려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는 입시 컨설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초단기 근로자가 늘고 있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MZ세대가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평생 직장'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직장 외에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28일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근무기간별 아르바이트 공고를 분석한 결과 1일 이하 아르바이트 건수는 2020년 1분기(1월~3월) 2만6724건, 2021년 1분기 4만5822건, 2022년 1분기 8만3583건으로 집계됐다. 불과 3년 만에 초단기 아르바이트 비중이 82.4% 상승했다.

초단기 근로는 남는 시간에 하는 '부업'을 넘어 '직업'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초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긱몬'이 MZ세대 구직자 11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근무 의향은 여성 구직자(65.7%)와 남성 구직자(64.9%)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단기 근로를 선택한 이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일반 직장인 못지 않은 수입을 거둔다고 했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B씨(36)는 "일주일에 6일, 하루에 12시간씩 배달 일을 한다"며 "근무시간을 원할 때 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아버지가 췌장암 투병 중이시고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가볼 수 있는 일을 해야했다"고 했다.

이어 "합기도 사범, 떡볶이 식당, 택배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돈을 가장 빨리 벌 수 있는 배달 일을 시작했다"며 "처음 석 달은 적응기라 월 300만~400만원을 벌었지만 이제는 월 500만원을 번다. 사고로 다치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영업을 할 수가 없어서 수입이 0이 되지만 대체로 고소득과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20만8000원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일반직 9급 공무원 1호봉 봉급은 168만6500원, 일반직 7급 1호봉은 192만9500원이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초단기 근로를 하더라도 공무원 봉급이나 직장인 평균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초단기 근로자들 역시 자신이 하는 일이 '평생직장'이 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A씨는 "워라밸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 5일 일하는 정규직으로 취업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아서 당분간은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은 만큼 10년 뒤에도 같은 업종에 종사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B씨도 "앞으로 최소 4~5년 정도 아버지 병세가 호전될 때까지 배달 일을 하고 싶다"며 "아버지 건강이 좋아지면 배달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 꿈이었던 나만의 치킨집을 운영하고 싶다. 물론 돈은 지금보다 못 벌겠지만 언젠가는 요식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환경의 변화와 단기 근로를 선호하는 MZ세대 노동자들의 성향으로 초단기 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뉴노멀이 될 수 있는 초단기 근로시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환경의 변화와 장기 근무보다 단기 근로를 선호하는 노동자의 선호가 만나면서 초단기 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며 대기업이 신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단순노동직이 AI(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근본적인 경제환경의 변화도 단기 노동 시장 확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년 일하면 7000만원 보너스...제발 사표 내지 마세요"

지난 11일 미국 조지아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구인 안내가 붙어있다./로이터=뉴스1
세계 각국이 코로나19(COVID-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인력 수요 급증에 따른 구인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인력난을 겪어온 미국에선 퇴사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5년 근속 보너스'로 약 7000만원을 주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다. 지난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명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자발적 퇴직자는 약 440만명에 달했다. 특히 제조업, 외식업, 숙박업 등에서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온갖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투자 플랫폼 '마인드'(Mynd)는 근속연수 5년이 되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6만달러(약 7186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새 회사에 출근하기도 전에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미국 홍보업체 마이크월드와이드는 '사전 유급휴가'를 통해 채용이 확정된 직원이 근무하기 전 일주일 전부터 급여를 주기 시작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근로자들 인식 변화에 발맞춰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바꾸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영국에 공동 본사를 두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 완디스코는 지난 2월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주당 32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미국 외식업계에서는 구인난 해결을 위해 직원 대신 서빙 로봇을 도입했다.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음식을 나르는 로봇 '서비'(Servi)의 사용료는 월 999달러(약 118만 원) 수준이다. 음식제조 로봇 '플리피'(flippy)는 감자튀김이나 치킨처럼 기름 온도를 조절하기만 하면 간단하게 조리가 되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플리피'를 만든 미소 로보틱스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로봇이 매주 약 150대 가량 팔린다고 전했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기피업종의 구인난 문제를 친이민 정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독일은 노동 이민자의 고용계약 허용조건을 완화하고,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 인증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창업가들이 간단한 심사만 통과하면 4년간 프랑스에서 일하고 거주하도록 허용하고 이주비용 일부와 사무공간도 정부가 제공한다. 스페인에서는 스페인계 아르헨티나인을 대상으로 기술, 정보통신, 연구, 금융 등의 분야에서 중간 이상 수준의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에게 '구직비자'를 발급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구인난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유사한 원인으로 우리나라도 시차를 두고 비슷한 흐름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전 근로환경을 고집했을 때 노동 수요와 공급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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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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