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종섭 국방후보 '가욋일' 후폭풍..'ADD 직원 징계 · 제도 폐지' 추진
이종섭 예비역 중장이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본업은 강원도의 경동대 교수였습니다. 교수를 하면서 정부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연구개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의 자문위원, 성균관대 강사도 맡았습니다. 경동대 교수 외에 3가지 가욋일을 한 것입니다. 동시에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함으로써 위법적으로 나랏돈 받으며 정치 운동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가욋일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ADD 자문위원입니다. 이 후보는 1년 3개월 동안 ADD에 9번 출근해 4천2백만 원 받았는데, 그 흔적으로 1~2쪽짜리 자문 보고서 70건이 작성됐습니다. 보고서 제목들만 보면 이 후보는 최첨단 국방과학기술을 두루 꿰뚫는 초절정의 전문가입니다. 비현실적입니다. ADD 내부에서 "ADD가 자문 보고서의 주제도 주고, 답도 주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종섭 후보는 ADD에 제대로 자문했나
민주당 설훈 의원실을 통해 이종섭 후보의 ADD 자문 내역을 받아 살펴봤습니다. 극초음속 추진 기술, 램제트 추진 기술, 리튬 1차 전지 시험평가, 포열 수명 향상 기술, 고경도 장갑재 개발, 군사위성용 세라믹 소재 기술, 유도무기 적용 터보엔진, 추진기관에 따른 유도탄 탄착 속도 및 파괴 효과, 항공용 터빈엔진의 소재, 저궤도 전술위성군 통신탑재체, 고기동 항공기 탑재 영상 획득 탑재체 기술, 다중빔 능동위상배열안테나 활용 기술, 함정용 교란 기술의 항공용 확대 등 육해공을 넘나드는 고도의 최첨단 기술 자문입니다.
이 후보가 직접 연구해서 통달한 뒤 국방과학의 총아 ADD에 한 수 가르쳤을까요. 이 후보자의 자문이 ADD에 도움은 됐을까요. ADD 핵심 관계자는 "전공을 살려 열심히 자문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ADD가 주제도 주고 정답도 준다", "ADD의 해당 분야 팀 직원들이 보고서를 대신 써서 근거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럼에도 이종섭 후보의 자문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한 언론 보도에 이 후보는 발끈했습니다. 보도는 보고서들이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인 가운데 몇 건은 '복붙'까지 했다는 취지인데 이 후보는 '복붙' 보고서 포함 4건만 추려내 "모르는 보고서", "기사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했습니다. 문제의 4건은 지난 2월 25일 대면 자문의 근거입니다. ADD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선 캠프 일로 바빴는지 2월 중 딱 한 번 25일 출근했고, 그날 ADD에 머문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됩니다.
날벼락 맞는 ADD 직원
이종섭 후보가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복붙' 보고서를 지적하는 보도에 명예훼손이라며 격노하자 ADD가 움찔했습니다. 국방장관은 ADD 이사회의 당연직 의장인지라 ADD는 장관 후보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ADD는 국방우주센터의 직원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중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국방우주센터 직원은 마지못해 지난 2월 치 건수를 맞추려고 보고서를 대리 작성한 것뿐입니다. 내외부의 감사에서 말썽 빚지 않으려면 누군가 해야 하는 궂은 일이었습니다. 중징계 처벌은 보고서 대리 작성의 국방우주센터 직원이 아니라, 한 달에 1~2시간 자문하고 3백만 원 받아 간 이 후보의 몫이라는 불만이 ADD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폐지의 길로 들어선 자문 · 정책위원 제도
ADD 고위 관계자는 "ADD는 예비역 고위 장성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대신 예비역들은 2년간 월 3백만 원의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공생의 제도였다", "이종섭 후보 건으로 실체가 드러난 이상, 제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공익적 실익 없는 제도를 폐지해 나랏돈 아끼면 좋은 일입니다. 반면 정책위원, 자문위원 자리 기대했던 장성들은 이종섭 후보 탓에 백수의 봉변을 당하게 됐습니다.
잘 보면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은 주로 돈과 관련됩니다. 관사 테크와 절세 의혹이 그렇고, ADD 자문위원 논란도 결국 돈 문제입니다. 역대 국방장관 후보 중 이렇게 돈으로 시끄러웠던 사례는 드뭅니다. 군인은 돈과 불가근(不可近)의 관계, 명예와 불가원(不可遠)의 관계로 여겨집니다. 많은 군인들이 그리 알고 고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용산의 10여 개 부대를 논의도 계획도 없이 전격 이전하는 일로 뒤숭숭한 군인들 마음을 추스를 자격과 능력이 이 후보자에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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