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달리기'..영국서 삼성 광고 비판받는 이유
[경향신문]
‘새벽 2시 달리기’를 소재로 한 삼성의 갤럭시 광고가 영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8일(현지시간) 최근 영국에서 공개된 삼성의 갤럭시 광고가 일부 여성 달리기 단체와 안전 관련 활동가들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밤 올빼미들, 당신의 갤럭시, 당신의 길’이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광고에는 한 여성이 새벽 2시에 집에서 나와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여성은 어두운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며 ‘나는 누구나 달리는 시간에 달리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의 스타일을 선택한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영국의 여성 안전 관련 시민단체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쏟아내며 충분한 여성 제작진이 광고에 참여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발생한 여성 피살 사건들이 있다. 여성안전단체인 ‘거리를 되찾자’는 지난 1월 아일랜드 툴라모어에서 23세 초등하교 교사 애슐링 머피가 운하 주변 산책로에서 혼자 달리다 살해된 사건을 언급하며 해당 광고가 여성 안전에 무신경하다고 비판했다. 애슐링 머피 사건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여성들이 밤에 혼자 달리는 것의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됐다.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달리는 동안 여성이 괴롭힘을 당하는 게시물과 이야기가 #그녀는달리고있었다(#shewasonarun)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기도 했다. 지난해 런던에서는 밤에 귀가하던 30대 여성 세러 에버러드가 경찰관에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거리를 되찾자’의 공동창립자인 제이미 클링글러는 “밤에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여성을 상상하기란 어렵다”며 “그것이 광고를 ‘비현실적인 것 이상’으로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이슬람 여성을 위한 달리기 그룹 ‘아스라’의 창립자 사흐라-이샤 무함마드-존스는 “달리고 있는 여성들은 이미 안전하지 않지만, 흑인 무슬림 여성으로서는 더욱 안전하지 않다”며 “이 광고는 이상적인 세상에서 일어날 일처럼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잡지 ‘여성 달리기’의 편집장인 에스터 뉴먼도 해당 광고가 진실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먼은 “여성들은 그 시간에 달리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드폰을 착용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성은 안전상의 이유로 낮에도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온라인 달리기 커뮤니티인 ‘미라런’은 “슬프게도 이것은 현재의 현실이 아니다”라며 밤에 달리는 여성의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SNS에서는 ‘광고가 꼭 현실을 반영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치안이 좋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도 밤길에 여성 혼자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낀다’ 등의 반응이 나오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BBC는 영국 통계청의 최근 수치에 따르면 영국 전체 여성의 절반이 어둠 속을 혼자 걸으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이번 광고가 터무니없고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은 “자신만의 일정에 맞춰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건강한 삶을 만들라는 것이 이 광고의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여성의 안전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에 둔감한 것은 결코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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