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2년 만에 바뀐 재계 서열..'그게 뭣이 중헌디'?
오래전에 항공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한 재벌 총수가 비행기에 오른 뒤 곧바로 1등석에 앉았다고 합니다. 재벌 총수이니 승무원들도 응당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잠시 뒤 진짜 그 자리를 예약한 다른 재벌 총수가 비행기에 오른 겁니다. 일반인들 눈에는 다 같아 보이지만 1등석 중에서도 이른바 '로열석'이 따로 있다는 게 항공업계 얘기입니다.
SK, 현대차 제치고 '재계 서열 2위'
올해 이 대기업집단 순위,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큰 5대 그룹 순위에 변동이 생기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부동의 1위는 자산 총액 483조 원이 넘는 삼성이었습니다. 2위에서 자리 바꿈이 생겼는데, 291조 원 규모로 덩치를 불린 SK가 12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현대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SK와 현대차만 놓고 보면, 두 기업의 순위가 바뀐 건 2004년 이후 18년 만입니다.) 현대차는 257조 원으로 3위, LG가 167조 원으로 4위, 롯데가 121조 원으로 5위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재계 서열? 뭣이 중헌디
승자의 여유라고 해야 하나요…. 기업 입장에서는 별 다를 게 없다는 건데,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 차원에서 재계의 협조를 구할 때 (이게 정경유착 의혹의 고리가 되곤 했습니다만) 기업 쪽 투자가 필요하면 재계 서열에 따라 갹출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순위에 관심을 갖는 건 물론 이런 점 때문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만 중요? 시가 총액 · 매출 기준도
사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자산 규모만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들어가는 반도체나 자동차, 화학 같은 산업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핵심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지만 IT 같은 산업에는 맞지 않습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기업에 대규모 공장이 필요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가치만 427조 원에 달한다는 애플이 덩치 큰 자산인 공장 설비를 직접 갖추지 않고 해외 업체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목받는 게 시가 총액입니다. 시가 총액은 주식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말합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실적에만 기반한 게 아닙니다. 미래 가치가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6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시가 총액으로 따지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 579.8조 원(16개 상장사), LG 202.7조 원(11개 상장사), SK 180.8조 원(20개 상장사) 현대차 120.3조 원으로 순위가 달라집니다. 물론 시가 총액 기준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또 매출 기준은 해당 기업의 활동성이 얼마나 왕성한가를 반영하는 지표가 됩니다. 우리 몸에 비유해 설명하면, 자산은 우리 몸, 매출은 활동량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활동성이 높은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도 높으니 참고가 됩니다. 다만, 자산이 '부채+자본'이어서 무조건 크다고 좋게 볼 수 없듯, 매출도 이익을 지속 창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커봐야 무의미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 지표만큼이나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기준을 모두 적용하면 누가 1등일지 궁금합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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