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사태 속 초유의 지휘부 공백..구심점 잃은 검찰 '각개전투'
전국 청별·개인 차원 입장 속속..침묵하는 親정부 간부들도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를 위한 검찰의 반발이 산발적 각개전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 전원이 사표를 던지면서 초유의 수뇌부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은 물론 일선 검찰청과 검사 개인이 각개약진식 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검수완박 저지를 위한 단일대오 형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27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검수완박 중재안 여야 합의에 반발해 사의를 표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직서는 금명간 수리될 전망이다. 함께 사의를 표명한 고검장 6명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의 사표는 지휘부 공백 등을 감안해 당분간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결재하면 윤석열 당선인의 지명으로 후임 총장 확정 전까지는 박성진 차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김 총장은 이날부터 연차를 내고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차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국회 설득 및 여론전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검 한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맞춰서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법사위를 찾아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고, 호소해 형사사법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 여부는 정치권의 논의일 뿐 더 중요한 것은 만드는 법안의 내용이다. 법안도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이번주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저희는 국회를 존중하면서 다만 충정으로 호소드리는 입장이다. 그 이상 할 수도 없다. 그 간절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일각에선 대검의 대응이 일선 청·검사들과 잘 공유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장이 물러난 후 임시 대행체제에선 대검과 일선 청간 의견 교환·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공동 대응전략에 대한 의사전달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 총장이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전달한 검찰 자체개혁안도 검사장급 아랫선의 의견은 배제됐다. 이조차 모든 검사장의 동의를 구하진 못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이에 "국회의장 보고시간이 너무 촉박해 일일이 담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총장 부재로 이같은 상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검찰청 차원의 대응과 별개로 전국 청 단위 호소와 입장문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검사 개개인의 의견개진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남부·북부·동부·서부지검 등 서울 관내 검찰청들은 25~26일에 걸쳐 잇따라 검수완박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수원지검, 대구지검, 춘천지검, 광주지검, 제주지검, 부산지검 등 전국 일선 검찰청·지청의 검수완박 반대 입장문과 간담회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한 검사들의 의견도 매일 수 십건씩 쏟아지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정치권을 향해 원색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검수완박 중재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형사사법체계 근간이 뒤흔들린다는 우려와 비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의 잇단 의견표명과 반발 움직임이 오히려 정치권과 여론을 자극해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수사권을 박탈당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마당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자기 소신껏 의견을 밝히는데 과거처럼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통제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강제로 의견을 표명하라고 할 수도 없다"며 "얼마나 절박하면 그러겠나. 할 수 있는 게 의견 표명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검수완박 입법·중재안을 놓고 유례 없이 검찰 전반이 한목소리를 내며 응집하고 있지만 일부 검사들의 침묵은 미묘한 파장을 낳기도 한다. 이른바 친(親)정부로 분류되는 간부들이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뒷말이 나온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간부들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검수완박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차장검사 이하 전 간부들이 뜻을 모았지만 박은정 지청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같은날 발표된 서울서부지검 입장문에서도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지검장의 이름은 빠졌다.
또 다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6일 중앙지검 공식 입장발표에 동참했다. 그러나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임에도 다른 청의 입장발표 후 뒤늦게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 반면 추미애 전 장관의 최측근인 심재철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의 검수완박 중재안 반대 입장문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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