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무원 꿈꾸다 배우된 '2521' 이주명 "인생 재밌다"

황소영 기자 2022. 4. 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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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배우 이주명(28)이 tvN 주말극 '스물다섯 스물하나'(2521)를 만나 '지다르크'란 수식어를 얻었다. 지승완이란 캐릭터와 잔다르크의 합성어인데,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흔들림 없는 소신을 드러냈고 그 소신은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며 의리녀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올해로 배우 데뷔 4년 차를 맞은 이주명은 "요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SNS 팔로워 수도 늘었고 카페 같은 곳에 가도 많이들 알아본다. 이 같은 반응이 신기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체 최고 시청률 11.513%(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극 중심을 이끈 5인방 중 하나로 활약한 그는 "승완이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나.

"내게 제2의 청춘이다. 학창 시절을 두 번 보낼 수는 없지 않나. 좋은 친구들을 얻은 기분이고 학창 시절을 한 번 더 겪을 수 있어 행복했다. 가끔 졸업 앨범 꺼내보듯 아련한 싸이월드를 들여다보듯 종종 꺼내볼 것 같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촬영 중간에 대본이 나와서 틈틈이 몰래 봤는데 현실적인 대사들과 결말에 슬펐다. 최종회에 희도와 이진이가 소리를 지르며 현실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물이 났다. 애절한 감정과 현실에 부딪치는 절절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잘 표현돼 있어 좋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또래라서 그런지 모이면 소꿉친구들처럼 재밌고 유쾌했다. (최)현욱이랑 붙는 신이 많았는데 둘이 있을 때 NG가 거의 없을 만큼 합이 잘 맞았다. 모두가 모이면 웃기려고 애쓰며 애드리브 욕심을 내 NG가 나곤 했다. 현장감이 좋아 현장에만 가도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다들 치열하고 각자의 캐릭터를 열심히 준비했다. 프레임 속에 들어가면 각자 캐릭터가 돼 노는 느낌이었다."

-실제 다섯 명 중 리더는 누구였나.

"현욱이랑 난 현장에서 고민이 많은 스타일이라 동지애가 많이 생겼다. 리더처럼 이끌어준 건 (김)태리 언니랑 (남)주혁이었다. 극 후반으로 갔을 때는 보나가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 정말 러블리한 친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연출이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수학여행 갔을 때 장면인 것 같다. 바다 배경과 하늘, 노을 모든 것들이 낭만적이게 나온 신이었다. 그때 '우리 이렇게 센티해져도 되나. 고등학생인데.' 이럴 정도로 즐기며 촬영했다. 진짜 그 감정에 젖어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나온 것 같다."

-'지다르크'로 불리게 된 자퇴 서사가 인상 깊었다.

"지웅이가 '너 자퇴 왜 했냐?'라고 승완이에게 묻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문지웅 울지 마. 이번에도 내가 맞아' 그러는데 그 짧은 문장이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자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냥 뻔하게 하는 위로가 아니라 담담하게 승완이만의 방식으로 했던 위로였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실제라면 (친구가 선생님한테 맞는 걸 보고) 자퇴를 선택했을까.

"승완이 못지않은 의리가 있다. 지웅이를 그렇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까지 용기 있는 결단은 현실적으로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주명

-지승완과의 싱크로율은.

"수치로 따지면 40% 정도 닮은 것 같다. 일단 난 내성적이다. '인싸'는 아니다. 반장을 해본 적도 없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다르지만 의리가 있는 점은 닮았다. 승완이가 엄청난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데 난 그렇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게 명확하게 있으면 밀어붙이는 성향이다. 다르면서도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다."

-연기하며 대리 만족을 느꼈을 것 같다.

"하면서 속이 후련했다.(웃음) 시청자분들도 그래서 승완이를 더 좋아한 것 같다. 현실에서 본인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기 쉽지 않지 않나. 보통 사람이라면 못할 것들을 과감하게 해내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부분에서 대리 만족을 느꼈다. 연기하면서도 걸크러시를 느꼈고 멋있어서 닮고 싶었다."

-엄마와 자퇴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울던 신은 심금을 울렸다.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다. 항상 단단해 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승완이가 무너져 내린 감정 신이었다. 제일 아이 같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해본 장면이기도 하고,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본 감정이라고 생각해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준비해서 촬영장에 갔는데, 소희정 선배님과 눈이 딱 마주치자마자 대본을 그만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선배님이 감정 리드를 확 해줬다.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촬영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나온 것 같다."

-실제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

"승완이와는 반대였던 것 같다. 그냥 조용하게 음악 들으면서 친구들과 조곤조곤 수다 떨고 산책하던 학생이었다."

-극 중 승완이는 지웅에 대한 이성적 감정이 없었을까.

"실제로 그런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있기는 한 것 같다. 많은 얘길 하지 않아도 힘이 되는 것 같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을 때 그냥 눈빛만으로도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이성적인 감정은 없었고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구축하며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승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이것저것 많이 참고했는데 그중 하나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다. 그 당시 '스우파'가 유행할 때이기도 했지만 거기 나오는 분들 모두 자기 확신이 있는 것은 물론 본인들이 맡은 일을 잘 소화하지 않나. 카리스마 속 러블리함도 묻어나더라.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참고하는 것보다 이걸 참고하는 게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허니제이, 리정, 모니카 등을 참고했다."

-청춘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었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당시엔 그때가 행복한지 어떤 날들이었는지를 잘 모르고 보냈다. 되돌아보면 아련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그때가 참 좋았는데 그런 감정이 든다. 그런 점을 드라마에서 잘 살리고 싶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공부하기도 싫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놀고 싶은데 뭘 하고 놀아야 하나 등 많은 성장통을 겪던 시기다. 그런 모습을 진하고 예쁘게 그려준 것 같아 좋았다."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한 부분이 있나.

"가끔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 승완이를 꺼내서 생각한다.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면서도 확신을 가지는 모습을 스스로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좌우명이 '쫄지 말자'다. 10살 어린 승완이에게 '너 덕분에 덜 쫄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노래를 녹음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부르기 몇 주 전부터 떨고 있었다. 레슨을 받아야 할 만큼 떨었는데 다들 여유롭더라. 근데 정작 녹음 현장에 가니 다들 부들부들 떨었다. 서로 녹음 먼저 안 하겠다고 미루고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했다. 떠는 거에 비해 다들 노래를 잘하더라.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었다."

-극 중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실제로도 진행에 대한 욕심이 있나.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 과거 라디오도 찾아서 듣곤 했는데 옛날엔 지금보다 더욱 솔직한 감정을 다뤘더라. 그래서 더 낭만적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낭만적인 라디오를 진행해보고 싶다."

-'리틀 전지현'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기사랑 댓글 같은 걸 봤는데 처음엔 그 말을 접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개지는 느낌이면서도 내심 좋았다. 여성들의 로망이자 아이콘이지 않나.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반대로 댓글에 '전지현 선배님은 아이콘이고 넘사벽이니까 건들면 안 된다'라는 댓글도 많아서 거기에도 공감했다. 좋으면서도 부끄럽고 민망한 그런데 영광인 순간이었다. 누가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롤모델이 있나.

"아직 신인이고 배워나가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의 개성과 연기 디테일을 배우고 싶다.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 나오는 작품을 좋아한다. 위트 있고 확실히 망가질 줄 아는 센스와 그러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얼마든지 망가질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로 배우 데뷔 4년 차다.

"쉼이 좀 있긴 했지만 열심히 주어진 상황 속 해왔던 것 같다. 아직은 경험이 많이 없어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바빠서 못했던 밀린 운동들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다. 또 집에서 영화도 많이 보고 산책도 많이 하고 따릉이도 타며 소소한 일상들을 즐기고 있다."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는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항공과를 졸업했다. 근데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모델 일을 하게 됐고 모델 일을 하던 중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할 일이 있었다. 사진과 달리 나의 감정과 대사가 담기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연기 레슨을 받으며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 인생이 재밌는 것 같다."

-다소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에 조급함을 느낀 적은 없나.

"초반엔 조급함이 있었다. 근데 연기라는 게 어떤 수학 문제의 답처럼 정해진 게 아니더라. 그래서 그런 생각보다 스스로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됐다."

-연기의 매력은.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제일 매력적인 것 같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지점이 있더라. 내가 생각했던 감정과 대본에 써진 글이 한 번에 딱 만나 시너지를 발휘, 감독님이 좋아할 때 희열이 있다. 어려운데 재밌다. 얼른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노력해서 그런 희열을 많이 느끼고 싶다."

-다가올 30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30대엔 연기를 더 열심히 해서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재밌는 것들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즐기고 싶다. 지금까지 한 스텝 한 스텝 해왔다면 그 순간들을 다 즐기면서 30대를 꾸며나가고 싶다."

-어떤 배우가 기억되고 싶나.

"지금도 댓글 같은 거 보면 '언니 승완이는 잘 지낼 것 같아요'란 얘길 해준다. 실제 친구는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렇게 친구처럼 닿아있고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더 다양하게 더 많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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