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번복' 후폭풍..권성동, 수습에 '진땀'

박준우 기자 2022. 4.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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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재안 합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가 윤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권 원내대표는 조금 전 의총에서 본인의 판단 미스였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그간 '지알남'으로서 지방선거 뉴스를 충실히 전해드렸었죠. 오늘(26일)도 당연히 지방선거 소식을 취재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복국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검수완박과 관련된 인물에 초점을 맞춰보란 주문이었습니다. 순간 '멘탈완박(멘탈 완전 박살)'의 위기를 맞았는데요. 지엄하신 복국장의 지시인 만큼 간신히 멘탈을 가다듬고 부랴부랴 오늘의 인물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포착한 오늘의 인물, '위기의 남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입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민심에 반하는 중재안을 지체 없이 수정해 공직자, 선거 범죄를 포함한 4대 범죄 수사권을 검찰에 남기자는 재협상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권 원내대표, 저만큼이나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원내대표 서명까지 완료된 합의안을 사흘 만에 뒤집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인데요. 애초 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22일) : 양당이 우리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정부패도 척결하고 또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타협을 했다.]

중재안 수용에 대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책' 정도로 받아들이는 기류였는데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 경보 2단계 '주의'가 떨어졌습니다. 주말 사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겁니다.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죠. '잘못했다'는 응답이 42.5%, '잘했다'는 응답은 34.%였는데요.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은 절반이 넘는 52.3%가 잘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 지난 중재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차갑습니다. 여야가 합의했다 할지라도 국민 동의를 얻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합의안은 정당성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뒤이어 위기 경보는 3단계 '경계'로 격상됐는데요. 윤석열 복심, 이른바 '윤복'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우려를 표명한 겁니다. 직접은 아니었지만 이준석 대표를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냈는데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어제) : 주무장관 지명자인 한동훈 후보자의 생각이 입법부의 생각과 다르다면, 이 법은 적용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부침이 있을 것이기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동훈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등에서 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 한 후보자와 통화한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수완박 중재안 재검토를 공식화했죠. 권 원내대표에게는 글을 쓴 후에야 재검토 소식을 알렸습니다. 사실상 권 원내대표가 패싱을 당한 꼴이 됐는데요.

권 원내대표와는 사전 교감 없이 이 대표와 '윤복'이 일방적으로 재검토 결정을 내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유튜브 '오른소리' / 지난 8일) : 언론인들 많이 와 계시는데 저를 좀 윤핵관으로 안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권성동 의원, 원내대표가 된다면 권성동 원내대표로 불러주시면 제가 독립해서 우리 의원님들 잘 모시고 당을 바로 세우도록, 또 당의 앞날이 아주 창창하도록 그런 역할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윤핵관'으로 불리기 싫다던 권 원내대표, 그냥 '윤지'(윤석열 지인)였던 걸까요? 위기 경보는 4단계 '심각'으로 격상됐는데요. 윤석열 당선인마저 간접적으로 중재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장제원/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는 생각은 전혀 변한 게 없어요. 그런데 대통령 당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 거부권이 있습니까.]

결국 권 원내대표, 어제 급히 윤 당선인을 찾았죠. 궁지에 몰린 권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에게 SOS를 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는데요. 30여분 가까운 면담에서 윤 당선인은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 문제가 중재안 내용대로 졸속 처리돼선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 원내대표에게 이런 뜻을 반영해 재논의에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배현진/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 (권 원내대표가) 잠시간 방문하셨고 말씀을 나눈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두 분께서 나눈 말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되지도 않았습니다.]

우왕좌왕하는 권 원내대표를 두고 중재안 합의 전 윤 당선인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는데요. 크게 3가지 설이 돌았습니다. 당선인 패싱, 당선인 승인, 그리고 의사소통 부족인데요. 당선인 패싱은 권 원내대표가 당선인과 별도 논의 없이 임의로 판단해 중재안 합의를 진행했다는 설이죠. 당선인 승인은 말 그대로 윤 당선인이 중재안 합의에 동의했다는 추측인데요. 이 두 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 간 의사소통이 미흡했다는 3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 측도 권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은 전해 듣고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배현진/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 불과 10여 일 뒤면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그 정국을 운영해가야 하는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 몰랐다라고 말씀드리면 그것은 안 될 일이고요. 당연히 상황은 확인하고 청취하고 있었고…]

다만 합의 당일에 둘 사이 의견 교환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윤 당선인이 부산 일정을 소화하느라 권 원내대표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그날 국회의장과 양 원내대표 협상하는 과정에 시간대에 당선자는 저랑 같이 있었어요. 부산에서 같이 있었고, 그래서 협상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당선자 입장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그럼 믿고 맡기지 않습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윤 당선인 역시 내심 권 원내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윤심을 잘 읽겠거니라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거기에 당선인으로서 국회의 일에 가타부타하며 직접 개입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배현진/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 합의의 과정과 결정 모든 몫은 국회와 당이 잘 알아서 해주실 것이라고 그렇게 말씀 나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집권 여당이 돼야 될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것이지 어떠한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 다시 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로 윤핵관이 윤심을 잘못 읽었다고 봐야 할까요?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개인적 경험을 중재안 합의를 위한 설득 근거로 제시했단 보도가 나왔습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수사 당시 중진의원인 자신이 검사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일화를 내세웠다는 내용인데요. '검수완박 중재안'을 통해 공직자 범죄·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제외해야 한다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조해진/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거는 그거고 저 개인적인 경험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공적인 문제입니다. 그게 하나의, 개인적인 하나의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중심으로 놓고서 이걸 판단해서는 저는 안 된다고 보는 거죠.]

권 원내대표와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조해진 의원입니다. 적의 위기는 나의 기회겠죠. 윤핵관이 되지 못했던 설움을 오늘에야 푸는 걸까요.

[조해진/국민의힘 의원 (지난 8일) : 윤핵관이 되고 싶었는데 꿈을 못 이룬 '미생' 윤핵관 조해진입니다.]

그래도 경쟁자로서의 옛정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권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할 사안은 아니라고 감쌌습니다.

[조해진/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금 원내지도부가 출범한 지 이제 며칠 안 됐기 때문에 이 사안 하나 가지고 체제 자체를 비판하거나 부정하거나 책임져야 된다고까지 가야 될 것이냐 저는 좀 의문입니다.]

반면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 처리를 막아내지 못하면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여론도 있는데요. 특히 공직자와 선거 범죄 수사 부분 만큼은 되돌려 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특히 공직자, 그리고 선거범죄 이 부분이 경찰로 넘어간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마 대다수 의원들의 입장일 겁니다. 만약에 이게 우리당의 동의로 통과가 된다면 윤 당선자의 도덕적 그런 정통성을 완전히 허무는 겁니다.]

위기의 남자 권 원내대표, 중재안 합의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과연 무사히 시간을 되돌려 다시 윤 당선인의 신임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가수 린의 노래로 대신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 린 : 갈수록 짙어져 간 그리움에 잠겨 시간을 거슬러 갈 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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