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검수완박' 합의 번복에 명분 얻은 민주당 '강행 처리' 나서나

박홍두 기자 2022. 4. 26. 16: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필리버스터 무력화’ 방법 고민에 막판 합의 가능성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찰개혁 합의파기 윤석열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위해 정면 돌파 전략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측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합의를 번복하자 단독 처리를 위한 명분을 얻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를 마친 뒤 이르면 27일부터 본회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 등 다양한 강행 처리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전략은 지난 22일 박 의장 주재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 지 나흘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여야가 함께 중재안에 서명할 때만 해도 원만한 본회의 합의 처리가 예상됐으나 국민의힘의 ‘재논의’ 요구로 인해 여야가 다시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며 원점으로 돌아가면서다.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요구를 ‘합의 파기’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법안 강행 처리의 명분이 생겼다고 보는 기류가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끝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4월 임시국회 회기도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 측의 재논의 요구는 시간끌기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논의를 완료하는 데 집중했다. 본회의 절차만 남겨놓겠다는 계획이다. 소위 논의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해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을 동원하겠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고비는 본회의 통과 여부다. 법사위 단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주당으로선 본회의에서의 강행 처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결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로 나올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이다. 민주당은 우선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재적 5분의 3 이상(180석) 의원들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이 171석이고 민주당 출신·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과 정의당 의원들을 다 합해야만 180석을 채울 수 있지만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당내 반대 의견도 적지 않고 코로나19 확진 환자인 의원도 일부 있어 성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회기 쪼개기’ 방안이 가장 유력한 강행 처리 방안으로 거론된다. 회기 변경의 건을 상정해 4월 국회 회기를 단축 종료시킨 뒤 새로운 임시회를 즉각 소집해 처리하는 식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해도 두 번의 추가 임시회 본회의 소집을 통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2개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시킬 수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27일 본회의 개의’를 요청했다.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회기 쪼개기를 할 경우 5월2~3일까지 추가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고, 5월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의결까지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박 의장의 회기 쪼개기 용인 여부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 처리를 중시해온 박 의장이 강행 처리를 위한 ‘꼼수’로 불리는 회기 쪼개기를 용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박 의장이 직접 마련한 중재안이 국민의힘 측에 의해 번복된 만큼 박 의장이 결단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막판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당 지지층의 검찰개혁 요구가 강하긴 하지만 지방선거를 한달 여 남겨둔 상황에서 회기 쪼개기까지 동원할 경우 받게 될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지막까지 국민의힘 측과 법안 조율과정을 거쳐 합의 처리하는 모습이 가장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기존 중재안 내용 중 즉시 폐지키로 했던 ‘선거범죄 수사권’을 1년 6개월 가량 유예하는 수정안을 국민의힘 측에 제시하며 막판 합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밀어붙여서 얻는 개혁의 성과보다 여야가 함께 협치로 이뤄낸 개혁이 민심의 지지를 더 얻는 개혁으로 기록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