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검수완박 합의 번복 '정국 냉각'

박홍두·문광호 기자 2022. 4. 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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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 여론” 이유로 뒤집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한 합의안의 재논의를 요구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의장에 ‘원안 상정’ 촉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오른쪽)·김용민(오른쪽에서 두번째) 의원 등이 25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 원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흘 만에 합의안 재논의 요구
윤 당선인 입김 작용 분석 나와
민주당, 법사위 소위서 법안 심사
한덕수 청문회도 첫날부터 파행
지방선거 노림수에 협치 ‘실종’

여야가 25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윤석열 정부 첫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여야의 검수완박 입법 합의를 사흘 만에 재협상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합의안 뒤집기에 불을 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면서 이날 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여야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첨예하게 대결하는 모습이다. 권력 이양기 협치가 아닌 극한 대립만 두드러지고 있다.

여야는 오전부터 검수완박 입법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검수완박 입법의 여야 합의안을 뒤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해 국민들께서 ‘여야가 야합한 것 아닌가’라는 여론이 많다”며 합의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중재안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일까 깊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통화한 뒤 전날 재검토를 제안했다. 국민의힘의 합의 번복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당선인과 지도부는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합의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말 바꾸기는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면서 “이번주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끝내고 28일이나 29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원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 심사에 착수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 개회했지만 종일 파행하다가 산회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여야는 26일 오전 10시 청문회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충돌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위한 일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다시 힘을 싣고,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연계하며 지방선거 호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각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국회 입법 활동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 모두 협치보다 주도권 경쟁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여야가 강경 여론에 휘둘린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권 초반 여야가 입법과 인사청문회 등을 권력투쟁의 볼모로 삼는 건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홍두·문광호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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