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처리 백지화..'재협상 vs 단독처리' 정국 급랭(종합2보)
민주, 저녁 법사위 소집 강행수순 돌입..일각선 '원안 처리' 강경론 분출
인사청문 정국 맞물려 여야 강대강 대치 지속..'첫 타자' 한덕수 청문회 파행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슬기 강민경 기자 =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을 둘러싸고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던 여야 갈등 국면이 다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하며 합의점에 도달하는 듯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공식 제안하면서 합의안은 사흘 만에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협상 요구를 사실상 합의 파기라고 규정하며 수적 우위에 기대 법안 통과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은 이날 곧바로 법사위 소위를 가동하며 법안 심사에 돌입했다.
당 일각에서는 중재안 파기시 6개 수사권을 즉시 이관하는 '검수완박 원안'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 예정인 한덕수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자료 제출 부실을 이유로 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불참으로 초반부터 파행을 겪는 가운데 검수완박 입법을 놓고 여야가 '재협상'과 '단독 통과 불사'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반발도 계속되며 전선이 복잡하게 형성된 양상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 수사권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재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
중재안을 수용한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선거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권 박탈을 놓고) 국민들의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달라"고 말했다.
전날 '재검토'를 언급한 이준석 대표는 이날에도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수사나 선거 관련 수사권을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 국회는 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과 긴급 면담을 갖고 재논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같은 입장 선회의 배경에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가 헌법정신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검찰총장 사퇴할 때 말씀한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손바닥 뒤집듯 취급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중재안에 마련에 참여한 박홍근 원내대표도 "합의한 대로 금주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끝내고 28일 또는 29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며 "윤석열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는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민주당은 애초 여야 합의에 따라 이달 말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소집,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신현영 대변인은 "밤새 법사위 심사를 진행할 것에 대비해 준비 중"이라며 "정 안 되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야 소위를 거쳐 이르면 내일 새벽이라도 법사위를 통과시키고 바로 본회의에 올리는 '속도전'을 재개하겠다는 기세다.
일단 심사 대상은 박 의장이 중재한 합의안이지만, 일각에서는 합의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민주당이 당초 제출했던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를 중심으로 한 의원 2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이 먼저 합의를 깬 만큼,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던 민주당의 원안대로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의장을 만나 같은 뜻을 전했다.
중재안 마련의 당사자인 박 의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말을 아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중재안이 파기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말을 아낄 때"라며 "더 이상의 의견 피력은 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의장은 이날도 양당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사위원장,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의견을 청취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며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2∼2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야가 검찰의 기소-수사를 분리한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42.5%는 '잘못했다'고 답했다. '잘했다'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5%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 방식 100%로 실시됐고 응답률은 6%다.
k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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