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탈모'라 쓰고 '염색'이라 말한다..기술 발달 못 따라간 식약처 규제

이광호 기자 2022. 4.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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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는 논란 있는 성분을 썼다가 논란에 휩싸였고, 다른 회사는 염모제(머리카락 등 털을 염색하는 약) 성분을 넣어 놓고도 염색약이 아니라고 홍보해 빈축을 샀습니다. 머리를 감기만 하면 새치가 자연스럽게 염색된다는 염색 샴푸 이야기입니다. 모다모다는 유럽에서 유전 독성 우려 연구 결과가 나온 1,2,4-THB라는 성분을 사용했고, 아모레퍼시픽은 4-하이드록시프로필아미노-3-나이트로페놀, 2-아미노-6-클로로-4-니트로페놀이라는 성분을 사용했습니다.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사용이 금지됐지만, 염모제에서 용법용량에 따라 제한된 농도 이하로만 사용할 수 있는 성분입니다. 

[염색약 대신 샴푸를 강조하는 제품 광고. 위쪽이 모다모다, 아래쪽이 아모레퍼시픽]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한 화장품의 효능효과는 '탈모'입니다. 기능성 화장품은 식약처에 보고한 뒤 출시할 수 있는데, 두 회사 모두 탈모 증상 완화 효능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보고했습니다. 분명 실제 판매 과정에서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효능은 염색인데, 탈모 기능만이 보고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사용상의 주의사항 역시 두 회사 모두 붉은 반점 등 부작용이 있을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고, 상처가 있는 부위 사용을 자제하라는 등 일반적인 샴푸와 동일한 주의사항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식약처의 보고 체계 내에서 두 샴푸는 탈모 기능성 샴푸와 다른 점이 전혀 없습니다. 
[탈모 증상 완화 외에는 보고 내용에 아무런 추가가 없습니다.(의약품안전나라 캡처)]

'일시적' 염모제는 기능성 화장품 아냐…애매해진 염색샴푸
화장품법상 기능성화장품의 범위 때문입니다.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 2조에 따르면, 기능성화장품의 범위에는 '모발의 색상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 즉 염모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모발의 색상을 변화시키는 제품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일시적 염모제라면 애초에 식약처에 기능성 화장품으로 보고할 수 없는 화장품이고, 그래서 두 회사 모두 염색과 관련해서는 제품 보고를 하지 않은 겁니다. 기능성 화장품은 화장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정된 것으로, 충분한 효능은 물론 안전성도 더 검증받을 필요가 있어 화장품법으로 규정한 제품입니다. 

일시적 염모제는 그간 헤어 스프레이나 헤어 마스카라 등 단순히 머리 위에 색만 칠하는 제품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인체를 작지만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효능도 없었고, 어차피 잠깐 쓰고 머리만 감으면 완전히 사라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기능성으로 지정하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염색 샴푸의 애매한 위치가 문제로 떠오릅니다. 염색 샴푸는 매일 머리를 감으며 차차 모발을 염색시키는데, 이 샴푸를 쓰지 않으면 또 차차 색깔이 옅어지는 화장품입니다. 머리를 완전히 염색시키는 영구적 염색약보다는 확실히 일시적 염모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하루 한두 차례 이상 사용하며 모근과 모공의 영향력도 크고, 심지어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눈이나 얼굴 부위로 흘러내리기까지 하는 제품을 헤어 스프레이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곤란합니다. 씻어낸다고 완벽하게 사라질 거였으면 염색샴푸를 매일 쓸 이유도 없으니까요. 

제품 늘고 성능 차이도…새 범주 만들어야
결국 식약처와 정부에서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현재까지 나온 제품은 대부분 '코팅'을 기술력으로 홍보합니다. 실제로 머리카락 안으로 침투해 색을 바꾸지 않고, 머리카락 겉에 색을 입힌 뒤 그 유지 시간을 늘려 염색 효과를 내는 기술입니다.

앞으로 제품이 더 개발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면, 이 코팅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달성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느냐가 제품의 품질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겁니다. 부작용으로 다른 제품보다 코팅의 속도와 유지력 모두 부족한 제품이 과장 홍보를 해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월한 기술력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내는 화장품을 보호해야 할 이유도 생깁니다. 이에 대비해 식약처에서 모발의 코팅과 관련된 기준을 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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