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회의장 중재안엔 정치만 있고 국민은 없다
'패스트트랙 사태'라는 난장을 뚫고 1년간의 유예 끝에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핵심 내용은 검찰 권력의 상대적 약화, 경찰 권한의 상대적 강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경찰은 만족하고 있을까
고위직(출신)들이 수사권 조정에 만족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수사권 조정의 결과 경찰 조직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다. 기존에는 검찰의 명령을 받는 2등 수사 기관이었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검찰과 엇비슷한 위치로 올라서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조직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것 자체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었다.
수사권 조정에 어려움 호소하는 일선 경찰…왜?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숫자는 늘었다. 검찰의 1차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과거라면 검찰에 갔을 사건들도 경찰로 오게 된 결과다. 하지만, 수사 인력은 사건 숫자나 환경에 발맞춰 증원되지 않았고, 금전·비금전적 보상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권한 강화로 늘어난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선 교육 등을 통한 능력 배양이 필수지만, 이를 위한 기회와 시간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수사권 조정 결과 늘어난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
물론, 빠른 사건 처리보다 앞서야 할 건 사건의 올바른 처리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합당하게 처벌받는 게 일반 국민들의 바람이다. 공정한 수사, 올바른 수사에 대한 바람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의 품질은 높아졌을까. 일선 경찰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개별 사건 처리의 품질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다. 그럼 종국적 수사 품질 향상을 위한 절차라도 마련됐을까.
수사권 조정은 일반 국민을 만족시키고 있나
앞서 살펴봤듯, 현재 체제에서 검찰에 의한 수사 보완을 위해선 사건 관계인의 이의 신청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이 불만이 있다는 것이 아닌 경찰 수사 결론에 동의하지 못하는 법적·논리적 반박을 담은 '제대로 된' 이의신청이 사실상 필수다. 이런 '제대로 된' 이의 신청을 위해선 경찰이 왜 무혐의 판단을 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 논쟁'으로 변질된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
현실에 대한 책임은 수사권 조정에 만족감을 표하는 경찰 고위직에 있는 것도 아니다. 책임과는 거리가 먼 권한 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 책임을 성과와 실질로 채워야 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조직의 기본적 속성이다. 때문에 현실에 대한 책임은 조직 논리에 대한 기본적 고려 없이 현재의 체계를 만든 설계자들, 체계의 변화에 국민을 삶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체계 변화를 정치적 논쟁으로, 검찰과 경찰 조직의 자존심 대결로 변질시켜 변화 자체를 성과로 포장한 체계의 설계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정치만 있고, 국민은 빠진 국회의장의 중재안
정치권이 '검수완박' 논의로 정치 싸움을 벌이는 사이, 검찰과 경찰 역시 정치 싸움으로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사력에 대한 각자의 자존심 싸움과 권한에 대한 쟁투로 수사에 전념해야 할 수사 기관들이 '여의도화'되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필요성
이런 차원에서 검·경 개혁에 대해 일반적으로 논의됐던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을 중심으로 한 논의도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쉽지는 않다.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게 만들어진 제도를 없애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게 없앤 제도를 다시 만드는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다만,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급변침한 결과라는 점에서, 1차 수사권 조정 결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 조직 간 대결이나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결이 아닌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사지휘권('수사지휘'라는 이름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컸던 점에 비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권')을 복원 포함한 검경의 수사에 대한 통제 방안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을까.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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