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짠해요"..14년차 티아라, 잡초 인생 [가요공감]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갖은 고생 함께 이겨낸 가족 같아요. 언니들 보면 늘 가슴 한쪽이 뭉클해요”.
2022년, 티아라는 데뷔 14년차를 맞은 흔치 않은 현역 걸 그룹이다. 다수 멤버가 30대이며 팬들 역시 3040대가 주된 연령대다. 오랜 팬들은 멤버들의 지난 고생을 이구동성 반추한다.
‘뽕끼’가 감칠맛 양념이 된 케이스다. 그럼에도 백조 같은 우아한 비주얼과 대열을 한결 같이 고수했다. 티아라 지연, 효민, 은정, 큐리, 4인의 멤버들은 현재까지 쉴 틈 없이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상파에서 전 연령대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함은정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일일극 ‘사랑의 꽈배기’의 오소리 역으로 호연한다. 극 중 소리는 회사 CEO이자 자신의 친자 아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캐릭터다. 청춘임에도 똑 부러지고 당찬 2030대 ‘워킹맘’이 그의 야무진 연기 톤으로 완성됐다. “저런 딸, 며느리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부들 전언 아래 함은정의 국민 인지도도 급상승 했다.
리더 큐리 역시 티아라의 팀워크를 담당하는 일등 공신이다. 그는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자행하며 십 수 년 간 멤버들 사이를 잇는 중재자 역할이다. 보컬로서도 댄서로서도 언제나 팀에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게다가 티아라 특유의 트로트성 통속 뮤직에 최적화된, 예컨대 ‘하두리 셀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전매특허 고전 미모는 어떤가. 그는 티아라의 없어서는 안 될 얼굴이다.
효민 역시 연기자, 가수에 이어 최근 요리 예능 등에 출연하며 다방면 소질을 증명했다. 실제로 그는 각종 요리자격증을 보유한 연예계 대표 ‘금손’으로 불린다. 그런 그는 최근 요리 예능 ‘쿡킹’에서 또 다른 요리 실력자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와 대결을 벌이며 방송인 본분을 잃지 않았다. 외주 PD들 역시 그의 온에어 속 배려 있는 성격, 손재주 등을 칭찬하는 분위기다. 쓰임새가 많은 팔방미인 형이라고.
막내 지연은 최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사생활과 커리어를 그려 나가고 있다. 그는 올해 12월 야구선수 황재균과의 결혼을 예정했다. 연예인 시절 타고난 ‘고양이상’ 미모로 브랜드네임을 확보한 그는 연기자로서도 솔로 디바로도 손색 없는 케이스다. 덧붙이자면 그는 가수 아이유와 故 설리의 동갑내기 절친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과거 한 예능에서는 연예인으로 사는 심적 고충을 솔직히 토로하며 팬들의 응원을 이끌기도 했다.
이전 멤버들 역시 천생 스타의 길을 걷고 있다. 소연 역시 축구선수 조유민과 결혼을 앞뒀으며 현재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 명맥을 잇는다. 전 멤버 화영은 일일극, 미니시리즈 등에서 주연이나 감초 역을 맡으며 안정적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티아라는 2009년 데뷔해 지금껏 해체 없이 브랜드네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 정서는 어느 덧 가족, 이웃 간 오가는 ‘인정(人情)’이다. 현재의 M세대들에겐 수학여행, 대학교 동아리, 군대 시절을 함께 한 몹시 친근한 원조 걸 그룹이기도 하다. 티아라가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가장 짠한 걸 그룹”이라는 댓글이 온라인을 장악하는 현상 또한, 워낙 인지도 스펙트럼이 넓은 덕이다.
불화설·소속사 대표 논란·상표권 분쟁까지
묵묵한 성실성·팔방미인 재능으로 이겨내
한때 티아라는 해체 위기에 놓이거나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전 멤버 화영 등을 둘러싸고 불화설이 일거나 과거 김광수 대표와 독하고 지난한 티아라 상표권 분쟁을 겪으며 걸 그룹으로선 견디기 힘든 시련과 맞닥뜨린 것. 성실한 멤버들은 이 같은 고생을 TV에서 자주 어필하기보다 묵묵히 감내하는 편을 택했다. 대중의 미움이 가시기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개인 커리어를 멈추지 않았다. 인내의 결과물처럼, 지난 22일 밤 JTBC 예능프로그램 ‘유명가수전-배틀어게인’에 게스트로 출연한 티아라 4인은 지난 히트곡들을 초연하게 회상하며 여전히 빛나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를 미화하지도, 현재를 연민하지도 않는 티아라의 열심(熱心)이 대중들에게 호감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이라 귀띔한다.
무명 시절부터 각종 행사를 뛰며 생활고를 겪어온 아이돌 수난사는 부지기수다. 어쩌면 티아라야말로 그들의 시초일 것이다. 영세 소속사에서 대형 소속 소녀시대를 뚫고 히트곡 ‘롤리폴리’ ‘보핍보핍’ ‘러블리 데이’ 등으로 가요계를 장악한 일이 어찌 우연일까. 맨 땅에 헤딩 식의 스케줄을 10여 년 간 전국 각지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수행했다. 현재 자신의 어떤 작은 성공이 곧 티아라의 존속임을 알기에 멤버들의 팀워크는 한층 굳건해졌다.
현재 티아라 소속사로 표기된 MBK엔터테인먼트는 과거 대표 김광수가 설립한 회사지만, 실상 전 직원과 회사 구조가 포켓돌스튜디오로 이적한 상태다. 이름 뿐인 소속사에 여전히 몸을 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티아라의 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될 테다. 장기간 연예계에 발을 붙인 채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비난, 하릴 없는 동정, 대중들의 총체적 연민을 씩씩하게 지워냈다. 어쩌면 일련의 부정적 시선조차 자신들을 향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영리하게 활용했다. 비로소 긍정적인 정의가 가능하다. 티아라는 K-연예계를 대표하는 잡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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