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번가'까지 코스피 간다..SK계열사 줄상장 대기
내년 증시 입성 목표로 추진
예상 기업가치는 5조원대
원스토어·SK쉴더스 내달 공모
SK매직·SK팜테코도 유력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전날 10여 곳의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입찰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증권사는 다음달 11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11번가는 5월 중으로 주관사단 선정을 마친 뒤 상장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듬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다.
11번가의 상장 행보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2018년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중앙회, H&Q코리아 등의 투자를 받으며 '5년 내 상장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11번가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11번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로 2008년 2월에 선보였다. 원래 SK플래닛의 자회사였으나 2018년에 인적분할하며 별도 회사로 떨어져 나왔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는 6%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17%), 쓱닷컴·이베이(15%), 쿠팡(13%)을 뒤쫓는 후발 주자다. 11번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무엇보다 배송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밟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쓱닷컴 새벽배송(1월), 바로고 지분 투자(2월), GS프레시몰 새벽배송(3월), 우체국택배 익일배송(4월), SLX택배 당일배송(5월) 등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8월엔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 함께 '아마존 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회사 측은 과감한 투자로 라이브방송과 후기(리뷰) 영역에서 입지를 확보한 점도 강조한다. 업계에선 11번가의 공격적인 투자가 지난해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서는 11번가의 지난해 쇼핑 결제액을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14조원으로 추산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1번가의 결제액 성장률이 최근 3~4년 동안 이커머스 성장률을 하회한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추정치는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작년에 아마존 스토어와 T우주패스를 출시한 만큼 올해 들어선 성장률이 보다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IB 업계에선 11번가가 약 4조~5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전에 투자자를 유치한 이력이 있는 데다 별도 회사로 독립한 이후 연간 결제액이 매년 증가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2018년 11번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기업가치를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올해 결제액이 얼마나 증가하느냐가 공모 시점의 기업가치에 중요할 전망이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98억원에서 694억원으로 늘어났다.
SK그룹사들의 상장 릴레이는 보다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다음달 공모에 연이어 돌입한다. 상장을 준비하는 계열사들도 다양하다. IB 업계 안팎에서 'SK그룹이 없으면 당분간 IPO 시장 대어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편에선 재벌그룹이 물적분할 등으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분화해 증시에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번가 등 SK그룹의 연이은 상장 추진도 결국 이런 지적을 극복하고 소액주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룹 내에서 비교적 상장 작업을 오래 해온 곳은 SK매직이다. SK매직은 4년 전 주관사를 뽑고 체력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최근 주관사단을 꾸린 SK에코플랜트와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파트너를 찾고 있는 SK팜테코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 역시 2025년까지 증시 입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그 밖에 IB 업계에서 거론되는 유력 상장 주자로는 SK실트론, SK온, SK브로드밴드, SK루브리컨츠 등이 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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