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방장관 후보의 거짓, 하루 만에 탄로.."규정 어기고 정치 활동"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2022. 4. 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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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으로 서울 용산 삼각지의 국방부 청사는 7군데로 쪼개져 한창 이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옆 합참은 국방부에서 넘어온 사람과 짐들로 온종일 북적입니다. 합참도 새로 건물 지어서 떠나야 하는 처지입니다. 10여 개 국방부 직할 부대도 뿔뿔이 흩어집니다.

한남동의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대통령 관저 경호동으로 전용된다는 대통령직 인수위 측의 통보가 국방부와 해병대에 전달됐습니다.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다소 좁아서 경호처장 관사로 사용되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경호동이 될 것이란 말도 돌고 있습니다.

공관이야 어차피 정리해야 할 자산들이긴 해도 의견 한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는 품새에 군인들 마음이 헛헛합니다. 한미연합훈련하랴 이사하랴 정신없지만 북한은 7차 핵실험, ICBM 추가 발사, 그리고 제3의 국지도발을 벼르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도 없습니다. 번듯한 차기 국방장관이 와서 군심 도닥이고 군은 심기일전하면 참 좋으련만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의 검증 중간 성적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관사 테크, 정부기관 근무 중 정치 활동에 이어 비양심적 거짓 해명까지 나왔습니다.
 

ADD 자문위원 계약 "정치 운동 금지"


이종섭 후보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 3월 17일까지 월 300만 원 받으며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연구개발 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의 안보 캠프에는 작년 6월 말부터 참여했습니다. 정부기관에서 나랏돈 받고 국방 관련 공적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정치 활동을 한 것입니다. 선거 끝나고 국방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에야 본인 의사에 따라 해촉됐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청문회TF가 차려진 국방컨벤션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는 이틀에 걸쳐 "ADD 연구개발 자문위원을 하면서 캠프에 가담한 것은 정치 중립 위반 아니냐"고 이종섭 후보와 청문회 준비 TF에 물었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연구개발 자문위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ADD 연구개발 자문위원 운영방침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였습니다.

기자는 청문회 TF 측에 이 후보의 자문위원 위촉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지만 TF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KBS가 어제 계약서를 입수해서 공개했습니다. 계약서 7조는 정책위원의 해촉 사유를 준용하라고 했는데, 연구소 내부 규정은 정책위원의 정치 운동을 해촉 사유로 규정했습니다. 즉 자문위원도 정책위원처럼 정치 운동하면 해촉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자문위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종섭 후보 측은 주장은 틀렸습니다. 자문위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정치 운동을 하면 해촉 돼야 합니다. 정부기관에서 나랏돈 받으면서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규정에 앞서 상식으로도, 사람의 도리로도 옳지 않습니다.
 

뻔한 거짓말로 군심 결집?

이종섭 장관 후보자는 김용현 전 합참 본부장과 함께 대선 캠프에 이어 인수위에서도 국방 관련 핵심 역할을 했다.

이종섭 후보와 청문회 준비 TF는 언론의 취재에 위촉 계약서를 검토하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계약서를 읽었으면 정치 운동은 해촉 사유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청문회 준비 TF는 기자에게 여러 번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다"고 허튼소리를 했습니다. 게다가 청문회 TF는 후보자의 정치 중립 위반을 지적하는 언론 기사를 폄하하고 다녔습니다.

작년 9월 말 전직 참모총장들이 대선 캠프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ADD 정책위원에서 해촉 되며 군 내부가 시끄러웠습니다. 당시 이종섭 후보 같은 연구개발 자문위원들도 계약 내용을 살펴보며 술렁였다고 합니다. 이종섭 후보는 연구개발 자문위원이 정치 운동하면 해촉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이 후보는 캠프와 자문위원직 중 하나는 포기하는 것이 바른 처신임을 알았지만 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취재에 응하며 정치 운동 시 해촉이라는 계약서 내용을 파악했을 텐데 "정치 중립 준수 대상 아니"라고 발뺌했습니다.

이 후보는 ADD로부터 월 300만 원씩 모두 4천200만 원을 받았습니다. 7~8개월 대선 캠프 참여 기간의 월급은 부당 수령에 해당합니다. 2천만 원이 넘습니다. 부당하게 수령한 돈의 액수보다 정치 운동 금지의 정신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한 이 후보자의 양식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 후보는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중심을 못 잡고 있다"고 질타했는데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 후보는 현재까지도 유감 표명 한마디 않고 있습니다.
 

ADD는 정치하나…개혁은 저 멀리에


ADD 연구개발 자문위원이 정치 운동하면 해촉 대상이 된다는 규정은 ADD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ADD는 해당 규정에 정통하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ADD에 연구개발 자문위원의 정치 중립 의무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런 것은 없다"였습니다.

이종섭 후보 측과 ADD 모두 알고도 모른 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방장관은 ADD 이사회의 당연직 위원장입니다. 이종섭 후보는 차기 ADD 이사회 위원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니까 ADD가 눈 감은 것 같습니다. 국방과학이 정치를 한 셈입니다.

ADD는 일반 무기 개발을 업체에 맡기고 첨단·비닉(秘匿)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재구조화 개혁을 수행해야 합니다. 당장의 성과와 풍족한 예산을 멀리하고 진짜 국방과학의 기본기를 강화하는 힘든 개혁입니다. 정치 운동 금지 조항 위반하며 ADD로부터 수천만 원 부당 수령한 장관이 ADD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ADD는 이런 장관의 우산 아래 숨어 계속 방산업체들 호령하며 사업관리 놀이 즐기는 반개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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