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학서 보고 만든 약이 어떻게 코로나 치료제냐"..생존 앞에 들끓는 중국의 민심
[경향신문]
중 당국, 코로나 봉쇄 지역에
‘감기약’인 전통약 우선 배포
“효과부터 입증” 비판 이어져
“극단적 봉쇄 반대” 촉구도
“눈을 떠라. 관료들은 짐승보다 잔인하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상황이니 눈을 떠라.”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고강도 봉쇄조치로 중국 내에선 2년간 이어져온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 체제에 순응하는 이들을 ‘노예’라고 부르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중국 당국은 정부를 비판한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들끓는 민심을 덮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연일 제로 코로나의 당위성을 선전 중이지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이견은 막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 시대 의학서를 바탕으로 개발된 중국 전통 약품인 ‘롄화칭원’의 우선 배포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의학에서 독감 치료제로 사용되는 롄화칭원에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롄화칭원을 봉쇄지역 주민들에게 우선 배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 수도의과대 라오이 학장은 지난 17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롄화칭원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게 아니라면 해당 약품을 우선 배포하는 것은 음식이나 필수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난대의 셰왕스 등 전문가 3명도 이날 롄화칭원의 우선 배포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중국 건강플랫폼 DXY에 기고한 글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없는 약을 건강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됐다”면서 롄화칭원의 배포를 위해 다른 필수품 보급이 늦춰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극단적인 봉쇄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내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6일 영문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에 “장기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추구할 수 없다”며 중국도 세계 흐름에 맞춰 다시 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류샤오빙 상하이 재경대 학장도 최근 위챗을 통해 “확진자 1명이 나왔다고 건물이나 지역사회 전체를 봉쇄하는 과도한 방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봉쇄조치가 취해진 대표적 도시인 상하이의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최근 웨이보에선 봉쇄조치가 길어지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명단이 공유됐다.
최근 방뤼에라는 상하이 래퍼는 ‘새 노예(New Slave)’라는 제목의 랩송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사상의 자유와 의지는 권력에 구속됐다” “건강한 사람들은 집에 갇히고, 정작 아픈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등 직설적인 가사를 담은 이 노래는 중국 당국의 삭제조치에도 여전히 유튜브 등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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