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프로그램 불매"..윤 당선인 출연 '유퀴즈' 비판 쇄도
[경향신문]
보통 사람 이야기 표방한 취지 잃고, 시청자에게 거부감 줘
진보·보수 커뮤니티 “부적절” “재미없어”…시청률도 평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인기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이 지난 20일 방영됐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이 출연한다고 하자 방송 전부터 시청자 반발이 컸다. 윤 당선인은 게스트 4명 중 하나로 약 20분 출연했다. 진행자와 윤 당선인 간 질의응답이 빠르게 오가는 상황이 이어졌고, 평소 프로그램 분위기와 다르게 편집도 무미건조했다는 평이 많았다. 미화 논란은 없었으나, 진보·보수 커뮤니티 모두 비판적 시청평이 많았다.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지난주 녹화 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비난과 화제를 몰고 왔다. 방송 전까지 프로그램 게시판에 1만건 가까운 비판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송 녹화를 길거리에서 실내로 전환하며 사전 섭외한 인물들이 출연하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난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그려왔기 때문이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진행자 유재석씨는 윤 당선인에게 “저희도 갑자기 당황스럽다”며 출연한 이유를 물었다. 윤 당선인은 “국민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보좌진 등이) 한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유씨는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또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윤 당선인은 “안 나올 걸 그랬나?”라며 농담조 이야기가 이어졌다.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얘기한 것은 윤 당선인이 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민초파’라는 것, 사법시험 9수 시절 이야기 등이었다. 출연자들도 보통 때보다 경직돼 보였고, 평소 음악과 자막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답지 않게 편집도 다소 무미건조했다.
방송이 끝나고 디씨인사이드, 클리앙, 여성시대 등 진보·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비판적 시청평이 올라왔다.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 “출연한 것 자체가 문제다” “유퀴즈 불매하겠다”는 글이 이어졌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tvN이 좌파를 의식해 일부러 편집을 재미없게 했다”며 역시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출연은 문제없지만, 보통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는 프로에 나온 것은 맞지 않다”며 윤 당선인이 프로그램을 잘못 골랐다고 평했다.
방송사나 프로그램이 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이 같은 반응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MBC 직원들이 정치권의 방송 장악 의도에 반발해 장기 파업을 벌인 것은 유명하다. CJ ENM의 유료방송 채널 tvN도 비슷한 풍파를 겪은 바 있다. 2012년 tvN에서 방영한 <SNL코리아>의 한 코너였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신랄한 정치풍자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정치권의 간여로 결국 방송이 중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평이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와 TNMS에 따르면 이날 방송분의 전국 유료 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시청률은 각각 4.4%, 3.5%로 닐슨은 전주(3.8%)보다 높고, TNMS는 전주(3.9%)보다 낮았다. TNMS에 따르면 특히 평소보다 30대 여성의 시청 이탈이 컸다.
방송 이후 <유퀴즈>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TV 등에 올라오는 다시보기 영상에 21일 오후 현재까지 전날 출연한 게스트 4명 중 윤 당선인 출연 분량만 업로드되지 않았다. tvN 측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작년 4월과 그 이전에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 담당자들의 (유퀴즈)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제작진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희진·정대연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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