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진 장남,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설립자'로 서명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설립 과정에서 ‘설립자’로서 서명한 공식 서류를 〈시사IN〉이 단독 입수했다. 운영사가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앞서 〈시사IN〉은 박진 후보자 장남이 도박 사이트 운영사 임원으로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시사IN〉 762호 ‘[단독] 박진 장남,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임원 근무’ 기사 참조).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보도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IN〉이 취재 과정에서 새롭게 확보한 서류들은 이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사IN〉은 캐나다 산업부와 이메일을 통해 NSUS 그룹의 ‘설립 인가증’을 입수했다. 2018년 8월30일 작성된 서류를 보면, 이날 박진 후보자의 장남은 설립자(Incorporator)로서 문서에 서명했다. 설립자 명단에는 박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에 첨부된 장남의 NSUS 그룹 고용확인서에 서명한 황아무개씨, 한국법인인 NSUS 랩의 사내이사였던 김만수씨가 함께 등재되어 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을 포함한 세 명은 NSUS 그룹 최초 이사진(First Board of Directors)으로도 등록돼 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이 회사 설립에 처음부터 관여했다는 의미다. 앞서 박 후보자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박 후보자의) 장남은 회사의 직접적인 영업이나 사업 영역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회사 간 지배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이 입수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서류가 박 후보자 측 해명을 반박하는 것이다.
박 후보자 측은 또한 해명자료에서 “(박) 후보자의 장남이 2018년 12월부터 근무한 엔서스그룹(NSUS)은 캐나다 소재 합법적 기업으로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할 뿐,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하는 불법 회사가 전혀 아닙니다” 라고 밝혔다. 장남이 근무한 NSUS 그룹과 도박 사이트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NSUS 그룹이 해외 도박 사이트 GG포커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사실도 〈시사IN〉 취재 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GG포커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GG포커의 법적 책임·운영 등을 담당하는 회사는 영국 자치령 맨섬(The Isle of Man) 소재의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로 명시돼 있다. 영국과 맨섬은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 되어 있다. 맨섬은 또한 주요 조세회피처로 페이퍼 컴퍼니가 곳곳에 설립돼 있다.

〈시사IN〉이 맨섬 기업부(Department of Enterprise)를 통해 입수한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의 설립 계약서(Memorandum of Association)를 보면,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캐나다 소재의 NSUS 그룹이다. NSUS 그룹은 액면가 영국 1파운드(한화 약 1600원)의 주식 1주를 통해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를 인수(subscribe)했다. GG포커의 법적 책임, 운영을 담당하는 회사는 GG인터내셔널이고, GG인터내셔널의 지배 회사는 박 후보자의 장남이 근무한 NSUS 그룹이라는 뜻이다.

GG인터내셔널은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인은 ‘액면가 1파운드 주식 1주’에 설립됐다. 또한 2020년 3월31일 설립 당시 대리인(Agent)으로 ‘선테라 유한회사(Suntera Limited)’라는 회사를 임명했는데, 〈시사IN〉 취재 과정에서 선테라는 맨섬에서 525개 회사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25개 회사를 전수조사 한 결과, 464개 회사의 사무실 주소가 대리인인 선테라의 주소지와 일치했다. 14개 회사의 주소지가 달랐고 47개 회사는 폐쇄됐다. GG인터내셔널이 설립 당시인 2020년 3월31일부터 2021년 6월25일까지 등록한 사무실 주소 역시 선테라와 같았다. GG인터내셔널은 이후 한 차례 대리인과 주소지를 바꾼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새롭게 등록된 주소지는 선테라의 주소로부터 도보 5분 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결국 NSUS그룹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해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대로라면, 해외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이 결국 박진 후보자의 장남이 재직했던 NSUS 그룹으로 불투명하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
NSUS 그룹은 한국에 소재한 NSUS랩 코리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 위치한 NSUS 그룹은 설립 이전, 전신으로서 동일한 이름의 회사를 영국에서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현재 한국에 등록된 유한회사 NSUS랩 코리아는 전신으로서 주식회사 NSUS랩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NSUS 그룹의 현재 법인과 전신 법인, NSUS랩 코리아의 전신인 주식회사 NSUS랩, GG인터내셔널 총 4개 회사는 동일인물들이 사내 이사를 맡는 식으로 연결 된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소재 국가와 회사 이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회사들을 연결해보면 사실상 소수의 인물이 공유하는 하나의 법인 묶음으로 보인다.

현재 GG포커는 온라인 도박이 불법인 한국에선 우회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른 국가를 통한 우회 접속, 프로그램 설치·접속 팁 등이 각종 국내 포털 사이트와 포커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있다. ‘머니상’, ‘한국 환전소’ 등 현금과 온라인 게임머니를 교환하는 정보도 함께 공유된다.
박 후보자측은 4월19일 해명자료를 통해 장남이 “최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NSUS 그룹을 퇴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이 국회에 보낸 인사 청문 자료를 보면 NSUS 그룹은 “(장남) 박씨가 2018년 12월11일부터 정규직 상근직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시사IN〉 이 입수한 NSUS 그룹의 설립 인가증을 보면 박 후보자의 장남이 설립자로서 서명한 날짜는 2018년 8월30일이다.
또한 NSUS 그룹이 제출한 박진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에는 “(장남) 박씨가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현재는 운영 관리자로 근무 중”이라고 쓰여 있다. NSUS 그룹 측은 지난 4월13일 이 고용확인서에 서명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에 인사 청문 자료를 보낸 날짜는 4월15일이다. 해당 고용확인서가 사실이라면, 박 후보자의 장남은 아버지가 장관 후보자가 된 이후 퇴사했다는 의미다. 박 후보자는 4월13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다.
박 후보자의 장남은 KAIST를 졸업하고 5년간 SC제일은행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학 선배들과 NSUS 그룹에서 함께 일했다. 〈시사IN〉은 박진 후보자 장남이 정확히 언제, 왜 회사를 퇴사했는지, NSUS 그룹 설립 참여 여부 및 NSUS 그룹의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 의혹 등에 대해 외교부 인사청문 준비 TF에 질의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문상현·주하은 기자 moon@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