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상청 사람들' 박민영, 완주 후 흘린 값진 눈물

-종영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힘든 작품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많이 아프기도 했다. 그만큼 큰 과제, 숙제를 얻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헤맸지만 날 믿고 신뢰하며 한 회 한 회를 해나가면서 완주했다는 안도감이 컸다. 그만큼 많은 분이 함께해줘 가능했다. 흔들릴 때 중심을 잘 잡아줘 너무 감사드린다. 결국엔 큰 숙제로 다가왔지만 좋은 교훈과 깨우침을 준 그런 작품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7%대까지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었다.
"사전제작이다 보니 촬영 이후 시청자 입장에서 함께 보게 됐다. 초반에 전개가 빨랐다. 고구마에 사이다 일격이 컸던 것 같다. '기상청 사람들'이란 제목에 맞게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경이와 시우의 로맨스도 많이 사랑해준 게 유효했던 것 같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진하경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하경이지만 공부나 일 외엔 허점이 많은 캐릭터다. 일 때문에 사랑도 놓치고 일에만 몰두하고 살아서 친구도 거의 없다. 그런 점에 유의해서 연기하려고 했다. 일에 미쳐서 사는 워커홀릭이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서 설렘을 느끼는 여성으로서의 모습, 병아리 과장에서 차츰 성장해나가는 성장 캐릭터의 모습도 보여드리고자 했다. 똑똑하지만 자꾸만 실수하고 틀리는,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
-아직까지 진하경의 여운이 남아 있나.
"촬영이 끝났을 당시엔 완주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눈물이 나더라. 그 감정을 다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 회를 혼자 보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웃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되게 닮았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너무 달라 놀랐다. 닮았다고 생각한 점은 일에 있어 열정적이고 완벽주의자 성향인 모습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친구는 자발적 '아싸' 기질이 발동하며 총괄 2팀 팀장을 맡았는데도 다 아우르지 못하더라. 초보 때 흔히 일어나는 실수다. 또 사랑에 한 번 아픔을 겪은 다음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 전 남자 친구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나와는 간극이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의 가치관이 좀 많이 달랐다."
-캐릭터와 실제 나이가 비슷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공감되는 부분은 결혼, 일, 그리고 사랑이었다. 이 세 개의 테마를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했다."
-실제로 사내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같은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공감은 안 되는데 학교라고 생각한다면 그나마 경험해본 적이 있다. 편한 점도 있지만 후폭풍이 있어 (사내연애에)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 헤어진 후 다시 마주치는 광경을 참을 수 없다."
-극 중 진하경과 이시우는 7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어린 이성의 대시에 대한 생각은.
"(나이 차가) 상관이 있을 것 같다. 난 딱 기준이 있다. 어떤 음악이 나왔을 때 상대방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안 되는 것 같다. 위아래로 너무 차이가 나면 공감대 형성이 안 될 것 같다. 사랑의 벽보다 높은 음악의 벽이랄까. 함께 듣고 자란 향수에 젖을 때가 좋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연령대가 좋다."
-후배 송강과의 호흡은 어땠나.
"가능성이 많은 루키이지 않나. 처음에 상대역으로 만났을 때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매력적이었다. 서로 소통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했다. 열려 있는 친구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니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싶더라.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노력하는 배우라서 함께하는 게 좋았다."
-총괄 2팀은 어떤 분위기였나.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선배님들이 함께해 너무 재밌고 유쾌했다. 내가 지칠 때마다 웃게 해 줬다.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였다. 함께해준 모든 분들이 너무 소중하다."
-기상청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이 작품 이후 변한 점이 있다면.
"예보를 위해 얼마나 기상청 사람들이 노력하는지를 알다 보니 오보에도 화가 나지 않는다. 골프 라운딩을 잡았는데 비가 오더라도 그냥 이해한다. 극 중 하경이가 태풍에 얼마만큼 영향을 받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더 강하게 예보를 한다. 결국 예보는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이 지점이 내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선의의 거짓말로 모두가 안전할 수 있게 예보를 하는 장면에서 이게 기상청의 마음이라면 기꺼이 속고 오보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기상청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겠다.
"공부할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기상청과 관련된 유튜브를 많이 봤다. 도움이 많이 됐던 건 기상청 직원 분을 팔로우 취재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든 게 있었는데 그게 실제 기상청 직원분들의 일하는 과정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 담겨 많은 도움이 됐다. 현실적인 부분을 표현하는데 영감을 줬다."
-촬영 전 가장 기대했던 장면이 있나.
"한기준과의 이별 후 일갈을 날리는 사이다신을 가장 기대했다. 불륜을 목격하고 나와서 막 가방을 던지고 때리며 울분을 토하는 신은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그 정도로 강한 리액션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그런 그림이 그려졌다. 감독님이 내 얘길 듣고 10년 동안 한 남자에 올인한 하경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들여줬다. 그리고 고구마를 잔뜩 모아놨다가 마지막에 사람들 앞에서 '넌 나쁜 새끼야'라고 공표하지 않나. 가장 슬펐고 격했고 재밌던 장면이었다.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작품을 진행하며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자신만의 슬럼프 극복법이 있나.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 연습을 어떻게 했나를 생각했다. 주고받는 게 가장 중요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핵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핵심에 집중했다. 신인 때로 돌아가서 이 대사를 어떻게 하면 가장 탄력적으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힘을 뺄까.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슬럼프 극복이 됐다. 연습과 마인드 컨트롤로 이겨냈다."
-이 작품과 함께 성장한 부분이 있나.
"지금의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하경이가 어떻게 보면 과장 타이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역할이었는데 나 역시도 촬영장을 잘 이끌어나가야 하는 책임감이 드는 주인공이었다. 흔들리더라도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현장을 현명하게 이끌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공감이 갔던 현실적인 신이 있다면.
"가장 현실적이었던 건 오주임이 결혼과 육아에 전념한 뒤 경력단절이 되지 않았나. 내게 '진하경 과장님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더 갔으면 좋겠다'는 얘길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아무래도 그 시기에 있는 나이여서 그런지 더욱 공감이 됐다. 박민영이란 사람은 예전도 지금도 일이 최우선인 것 같다. 일 그다음이 사랑이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그런데 나중엔 잘 모르겠다. 현재까지는 일이 재밌고 꿈이라는 게 없어질 줄 알았는데 30대 후반에도 꿈이라는 게 계속 생기더라. 그 꿈을 이룰 때까지 계속해보고 싶다. 내 성장 드라마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새로 생긴 꿈이 있나.
"조심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분야를 조금 더 확장시키고 싶다. 예를 들면 몸이 좀 더 굳기 전에 액션 쪽도 해보고 싶고 영어를 발전시켜 외국 작품에도 출연해보고 싶다."
-다수의 흥행작을 거쳤음에도 흥행, 시청률에 부담을 느끼나.
"아니라면 거짓말 같다. 제작기간이 요즘 좀 더 길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작품만을 위해 오롯이 시간 쓴다. 모두가 노력하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시청률과 화제성이지 않나. 그렇기에 난 아직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완전한 도인이 되지 못해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로맨스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자 댓글도 자주 확인하나.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안 보는 편이다. 심심하면 포털 사이트에 박민영 검색을 자주 했는데 그게 현저히 줄었다. 요즘엔 안 쳐보는 날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예전엔 자의식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다. 반응에 따라서 감정이 좌지우지됐다. 감정 소모가 컸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이건 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더 좋아지더라. 나에 대한 무분별한 반응을 모두 다 수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배우 인생을 날씨로 표현한다면.
"많은 계절이 있었는데 다시 찾아온 봄이라고 하고 싶다. 인생이 1년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많은 계절이 지나 봄이 왔다가 여름이 됐다가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었다."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했다.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데뷔할 때를 생각하면 좀 짠하다. '왜 저 때 저렇게 연기했어?' 그런 얘기보다 '저 나이에 저 정도면 잘했어' 칭찬을 해주고 싶다. 최근작일수록 따끔하게 혼내고 싶다.(웃음) 부족함을 메우는 게 우리 직업이기 때문에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분들이 날 믿고 성원해준 만큼 전보다는 나아진 연기, 나아진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결혼관은.
"예나 지금이나 일을 계속할 것 같다. 결혼을 해도 나의 삶을 가지고 연기라는 업을 계속 할 생각이다. 이건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것 같다. 결혼 적령기라고 말하는데 요즘 시대엔 그런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일하기 좋은 적령기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파악 가능하고 적당히 여유도 생긴 지금이 딱 좋다. 이혼, 결혼, 출산 굉장히 많은 부분을 드라마에서 다뤘는데 아직까지는 내 이야기 같지 않다. 아직 먼 것 같다. 특히 육아는 깊이 생각한 적 없는 분야라.(웃음) 몇 년 뒤에 심도 있게 고민해보겠다. 원하는 결혼 생활은 각자 일을 열심히 하는 워커홀릭이라고 해야 할까. 집에 가면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그런 로망은 있다."
-특별한 관리 비법이 있나.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제일 좋은 건 최소한만 먹고 최대한 운동 하기인 것 같다. 그게 확실한 방법이다. 그래야 유지가 되고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할 수 있다. 너무 뻔한 대답이지만 다른 편법을 쓰는 것보다 정석으로 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무엇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나.
"요즘 날 행복하게 하는 건 골프다. 주변에서 골프 얘기할 때 눈이 반짝거린다고 하더라. 뭔가에 빠질 수 있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봄날이 골프 치기 딱 좋은 날씨라고 생각한다. 또 예능보다 더 재밌는 골프 채널을 찾아보고 있다. 이게 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골프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섭외는 들어왔는데 아직 못 나가겠다. 그 정도 실력은 아니다. 남한테 피해 주는 걸 너무 싫어한다. 같은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아직은 스윙이 완벽하지 않아서 안 된다."
-구독자 100만을 넘긴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업로드를 안 하고 있다.
"휴식기 동안 업로드를 할 생각이다. 정말 빠른 시일 내에 재오픈을 해서 박민영의 세계로 인도하겠다. 정말 찍고 싶었는데 그간 일이 많았다. 잠시 쉬게 됐는데 너무 하고 싶다. 진정한 모습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는 클립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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