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남긴 '엔저 고집'..日 '잃어버린 40년' 부르나
[편집자주]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엔화가 전쟁 발발에도 되레 급격히 가치를 잃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대응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저 현상은 왜 생겼고 일본경제엔 무슨 영향이 갈까. 또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보고 대응해야 할까.

일본 경제 위기 때마다 만능키로 쓰였던 '엔화 약세' 카드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본은행(BOJ)의 '엔저' 고집으로 일본 경제회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거란 지적이 연이어 등장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1990년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시중에 유통되는 엔화 규모를 늘려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유발하면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논리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경기둔화 위기를 엔화 약세로 극복해왔고, 그때마다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깊게 관여해왔다.
19일 달러·엔 환율이 128엔 위로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도, 전 세계의 금융긴축 전환 바람에도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구로다 총재의 작품으로 '구로다 엔저 3.0'으로 불린다.
일본 재무성 재무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거친 구로다 총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 이듬해인 2013년 3월 임기 5년인 BOJ 수장에 올랐다. 2018년 연임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9월 이치하다 히사토 전 총재의 재임기록(3115일)을 넘어서 현재 BOJ 역사상 최장수 총재다.

1차 엔저 시기는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충격이 절정에 달했던 2002년이다. 당시 일본은 엔화 강세 속 부실채권 처리, 디플레이션 탈피 등에 직면했지만, 재정·금융 정책에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엔저가 유력한 처방전으로 부상했다.
당시 환율정책을 직접 책임지는 재무성 재무관이었던 구로다는 엔화 약세 유도를 주도했다. 그는 14조엔 투입 등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그 결과 1999~2000년 100~115엔 정도였던 달러·엔 환율은 120엔을 넘어섰고, 135엔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를 웃돌며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구로다가 "더이상의 엔화 약세는 없다"며 환율을 안정시키기도 했다.
2차 엔저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구로다 총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기조 아래 엔화 약세를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달러·엔 환율은 125엔 후반대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중소기업과 가계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효과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 낙수효과가 미미했던 것이다. 다만 당시 저유가(WTI 30달러대) 국면 탓에 수입 인플레이션 등이 우려되는 '나쁜 엔저론'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엔화 약세는 경제에 좋다"는 공식이 계속 지지받았다.

현재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에 직면해있다. 또 팬데믹 이후 수급 불균형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저가 수입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려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토요타 같은 일본 수출 대기업이 엔저로 벌어들인 달러 수익을 엔화로 환산해 실적개선을 이루고 이를 국내 투자로 환원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본 내 소비력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가능한데 소비가 무너진 상황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닛케이는 "계속된 엔화 약세는 해외에 자산을 가진 부유층이나 수출기업 극히 일부에만 주고, 일본 경제를 되살리는 효과도, 바람직한 환율 본연의 자세도 잃게 된다"고 지적하며 구로다 총재의 정책 변화 필요성의 촉구했다. '경기회복'이란 틀에 갇혀 장기간 외환시장에 개입해 '인위적 엔화 약세'를 만들어 '엔화 회복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제 현 상황에 맞춘 정책의 구조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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