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차장, 검찰 수사권 박탈 "위헌" 주장에.. 최강욱 "(국민의힘과) 유착됐다" 항의

이창훈 2022. 4.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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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 없다. 그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

1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서 검찰의 수사권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어갈 경우 경찰에 대한 수사 통제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경찰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김 차장을 향해 “특정 입장에 경도돼 다른 상황이나 과정을 무시하면서 본인의 주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부 관계자가 대답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법원행정처 차장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 잘못된 지적인가. 그렇게 (국민의힘과)유착이 돼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김 차장은 전날 법사위 소위 회의에서 “검찰의 권한을 경찰로 대체하는 이런 입법을 본 적이 없다. 각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보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소위 회의에서도 ‘검수완박’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김 차장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만 규정돼있지만 검사가 수사한다는 개념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사만이 수사한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최소한 검사가 수사하는 것은 인정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또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경찰에 다 몰아주면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하는가. 이 부분이 공백 상태로 남게 된다”라며 “1차적으로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고 경찰 수사에 잘못이 있으면 검찰에서 시정 요구를 하고 잘 안 되면 송치 명령을 해서 검찰에서 사건을 받아 수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만 경찰의 독자 수사에 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 검경이 서로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차장은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검사가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역할만 해도 헌법에 규정된 검사 본연의 역할을 하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들어 반박했다. 김 차장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수사 단계에서의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하는 것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 인권 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 법률 전문가의 검사를 거쳐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함이다’고 판시했다”라며 “검사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확립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헌법에서도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사지휘권이 바로 수사권이다”라고 부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연합뉴스
김 차장이 ‘검수완박’ 법안 내용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자 최 의원은 소위 회의 막바지에 김 차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최 의원은 “형사사법제도의 재설계를 통해 70여년 동안 쌓여 있던 잘못이 35년 동안 내지는 40년 동안 경찰이 저질렀던 잘못에 비해 도대체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기간이 짧길래 경찰은 여전히 무능과 불신을 거듭하는 조직으로 취급 받아야 하고 검찰은 그걸 바로잡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기관인 것처럼 전제된 상황에서 이 논의가 돼야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김 차장을 향해 “아주 마음먹고 나온 것 같은데 본인의 발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가서 책을 보고 신중하게 답했으면 좋겠다”라며 “저희가 느끼기에는 과거에 봤던 법원행정처의 모습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최 의원 발언에 대해 “법원을 오히려 모욕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최 의원은 “발언하는 도중에 끼어든다”, “본인의 뜻에 맞지 않으니까 한 사람을 몰아붙인다. 편파적인 견해가 아닌지 자문하면서 회의를 하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 차장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 왜 야당에 대한 잘못된 지적인가. 그렇게 유착돼 있는가”라며 “전원 유착이다”고 따졌다. 최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성이 이어지면서 오후 8시 30분에 속개한 회의는 약 1시간 10분 만에 정회했으며 결국 재개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최 의원이 여성이자 선배 동료 의원인 전 의원에게 ‘저게’라는 표현을 쓰며 위원회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라며 “국민의힘은 최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내일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내일 회의 전까지 공개 사과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에 “일종의 지연 전략 같은데 (전 의원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20∼30분 동안 반복 질의가 이어졌다”면서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전 의원이 “야당에 대해 억압적”이라고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이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이나 저지르라’고 했다”면서 “(이에 대해 제가) ‘저게 지금 동료의원에 대해 무슨 태도냐’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최 의원은 말했다.

여야 법사위 간사는 20일 오후에 소위를 다시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날 공방으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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