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생 현장도 미사일 발사장도.. 버스 타고 다니는 김정은

서재준 기자 2022.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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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장치 설치된 내부사진 때문에 '전용열차'로 보도된 적도
집권 10년 기록영화서도 부각..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 도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교통수단이 기존 비행기에서 버스로 바뀌었다. 김 총비서의 안전문제를 감안한 동시에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집권 후 평양을 떠날 때 주로 비행기를 애용해왔다. 이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행기 사용을 극도로 피하고 열차를 주이동수단으로 사용했던 것과 대비됐던 것이다. 김 총비서는 심지어 평양 시내 대규모 건설현장을 시찰할 때도 비행기를 이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김 총비서는 특수 제작된 버스를 타고 지방 곳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19일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민생·경제 시찰은 물론, 미사일 발사현장 참관 때도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북한매체 보도 기준으로 올해 3차례 미사일 발사현장을 참관했다. 이때도 그가 사용한 교통수단은 버스였다. 그러나 올 1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때 처음 목격된 이 버스는 각종 장치가 설치된 내부 모습 때문에 한때 '전용열차'로 보도되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은 당시 자강도 내 미사일 발사 지점과 김 총비서의 관측 지점을 비교했을 때 현지 철도 배치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당국에선 정보 분석을 통해 김 총비서가 열차가 아닌 버스로 이동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이 버스는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때도 등장했다. 당시 ICBM 발사장소는 평양 순안공항이었다. 또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를 관측한 지점은 공항 활주로 위로 추정됐다.

김 총비서는 이달 16일 동해안에서 진행된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때도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현장에 간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보도에서 미사일이 바닷가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는 김 총비서가 전용 버스를 전국 각지를 다니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식통은 김 총비서가 주교통수단을 비행기에서 버스로 바꾼 데 대해 "비행기·열차에 비해 동선을 숨기기 용이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철로를 따라 다니는 열차나 경로가 노출되기 쉬운 비행기 대신 버스를 이용하는 데는 김 총비서 경호문제가 비중 있게 고려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과거엔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동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대의 열차를 한꺼번에 운행했단 얘기도 있다. 그러나 대북 정보망이 다각화된 현 시점엔 이 같은 방법을 통해서도 세부 동선을 숨기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총비서가 버스를 전용열차 못지않은 수준의 이동식 지휘소처럼 꾸민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버스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이동이 편리해 만일의 사태 때 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최근 김 총비서의 전용버스가 중국에서 차량 내부를 주문자 맞춤형으로 개조한 '도요타 코스터' VIP 에디션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애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김 총비서가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바꾼 것일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10년 기념 기록영화 '위대한 연대, 불멸의 여정 1: 우리 당을 혁명하는 당, 투쟁하는 당, 인민의 당으로'의 한 장면. 김 총비서가 지난 2020년 간부들과 수해 현장을 찾는 모습이다. (조선중앙TV 캡처) © 뉴스1

북한은 김 총비서 공식 집권 10년을 맞아 그동안의 현지지도를 총망라한 화보집을 발간하는가 하면 새벽에 고위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민생을 챙겼다는 일화를 소개하는 등 '일하는 지도자 김정은'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장기화된 경제난을 타파하려는 북한 당국의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김 총비서 집권 10년을 맞아 제작된 기록영화에도 이 같은 의도를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위대한 연대, 불멸의 여정 1: 우리 당을 혁명하는 당, 투쟁하는 당, 인민의 당으로'엔 김 총비서가 지난 2020년 간부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전년도에 수해를 입은 검덕지구로 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 장면을 전하며 "이 세상천지에 인민의 운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는 품은 오직 위대한 우리 당의 품"이라고 전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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