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포커스] 드라마같은 오너 일가 집안싸움..그들은 왜 서로에게 등 돌렸나

조슬기 기자 2022. 4.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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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 동향과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CEO포커스의 조슬기 기자입니다. 세 번째 영상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재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가족 간 다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집안싸움 끝판왕'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금융권 CEO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사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개인사를 살펴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가족 간 소송으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어서인데요. 조문 명단 공개를 놓고 불거진 형제간 소송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다툼의 불씨가 된 건 장례식 방명록이었습니다. 장남인 정 부회장이 2019년과 2020년 각각 사망한 아버지, 어머니의 장례식 방명록 명단을 동생들에게 전부가 아닌 일부만 보여주면서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는데요. 

쟁점은 방명록의 소유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습니다. 재판에서 동생 측은 “방명록은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고요. 정 부회장 측은 “방명록은 단순한 정보일 뿐 공유물이 아니다”라며 “방명록 공개는 개인 정보를 제공한 문상객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문상객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는데요. 여하튼 법원은 장례식 관습과 방명록의 성격 등에 방점을 두고 동생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갈등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 재산 10억원 가운데 2억원을 두고도 형제간의 소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2021년 연봉은 100억원이 넘기 때문에 돈 문제가 아닌 감정싸움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이 종로학원과 서울PMC를 세운 정경진 회장의 아들이라는 건 업계에서 비밀이면서도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지난 2019년에는 동생들 중 한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울PMC 대주주인 정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달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정 부회장은 여기에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타이어家 장녀의 뒤끝...
못 버린 경영권 미련?

돈이 많다고 가족, 형제간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는 건 한국타이어 집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하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사연을 이해하려면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은 차남인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 주식 전부를 넘겼습니다. 이에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의 결정이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차남인 조현범 회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되자 반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앞서 한국타이어에서는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남인 조현범 회장과의 ‘형제의 난’이 이어져 왔는데, 이때 조희경 이사장은 조현식 고문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형제간의 갈등을 보고 “딸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거나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다”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를 기각했고, 조 이사장은 불복했지만 자녀들 사이에 불거진 경영권 다툼은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깔끔해진 경영권 분쟁 뒤에 가려진 같이 나고 자란 형제들 간의 남은 인생은 다소 씁쓸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추모제 3년째 불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경영권 다툼으로 가족과 갈등을 풀지 못한 재계 인물은 또 있습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인데요. 

지난 4월 8일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3주기 추모 행사가 열려 고인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차녀 조현민 한진 사장,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일가족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로써 3년째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사이가 멀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20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을 대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습니다. 결국 3자 연합은 이듬해 4월 해체됐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절반 이상 매도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습니다.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이변은 없었습니다. 조원태 회장 측과 KCGI가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 등을 둘러싸고 벌인 2년 만의 표 대결에서 조 회장 측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는데요. 한진은 이로써 KCGI와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끝내고 조원태 회장 체제를 굳건히 했습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회장은 부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라며 줄곧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한진가 역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남매간의 갈등은 완전히 봉합하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기획·구성: 조슬기 기자
자막: 황인솔 콘텐츠에디터
제작: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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