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이 버린 전통 돌 그물 '원담', 제주 돌고래가 쓴다

조홍섭 2022. 4.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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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얕은 물 속 지형을 이용해 돌담을 쌓은 뒤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에 갇힐 때 잡는 전통어업이 서해와 남해에서 흔했다.

김미연 부대표는 "다른 원담에도 돌고래 무리가 가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며 "썰물 때 깊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연 부대표는 "사람들이 원담으로 헤엄쳐 들어가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려 하기도 한다"며 "돌고래의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보호동물인 남방큰돌고래의 보호를 위해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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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제주 행원 원담에 남방큰돌고래 몰려, 단골 '담이'는 25일까지 머물기도
돌담에 모인 물고기 쉽게 사냥, 인근 광어양식장 폐수에 몰리는 어류 영향도
얕은 바닷가 지형을 이용해 돌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업은 쇠퇴했지만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행원리 원담의 돌그물을 점검하는 수컷 돌고래 JTA065. 최민지 외 (2022) ‘수생 포유류’ 제공.

해안가 얕은 물 속 지형을 이용해 돌담을 쌓은 뒤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에 갇힐 때 잡는 전통어업이 서해와 남해에서 흔했다. 태안의 독살과 제주의 원담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요즘 이런 돌 그물을 어구로 쓰는 어민은 거의 없다. 제주에서 버려진 원담을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먹이 사냥에 이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민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대학원생 등은 과학저널 ‘수생 포유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제주 구좌읍 행원리 원담을 장기간 여러 차례 방문해 먹이 사냥을 하는 남방큰돌고래의 행동을 보고했다. 특히 수컷 한 마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이 원담에 들러 최고 25일까지 머물다 가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원리 원담 주변은 평소에도 돌고래가 많이 모이는 곳으로 밀물 때 원담 안으로 몇 개체가 들어가곤 한다. 그러나 썰물로 물이 빠져도 일부 돌고래는 원담 안에 계속 머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김미연 야생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부대표는 “물이 빠져도 원담 안에는 사람 키보다 깊은 물이 남는다”며 “이곳에서 일부 돌고래가 먹이 사냥과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원들이 ‘담이’로 부르는 수컷 개체(JTA065)는 원담의 단골 이용자이다. 보통 돌고래들은 원담에 머물다 물때가 바뀌면 떠나지만 이 수컷 돌고래는 해마다 원담을 찾아와 하루 이틀씩 지내곤 하는데 2016년에는 12일, 2017년 10월에는 무려 25일 동안 머물렀다.

야생동물생태보전연구소는 이 돌고래의 행동이 여러 가지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판단해 학계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이 만든 인공 구조물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점, 원담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도 제한된 공간 안에 머무는 점, 외국에서 보고된 외톨이 돌고래와 달리 일정 기간 원담 안에서 보낸 뒤에는 다른 야생 돌고래 무리와 합류하는 점이 그 이유였다.

원담에 장기 체류하는 돌고래의 다양한 사냥법. 물 위로 떠오르는 넙치를 손쉽게 사냥(a) 해조밭 먹이 사냥(b) 모랫바닥에 숨은 넙치 사냥(c). 최민지 외 (2022) ‘수생 포유류’ 제공.

연구자들이 드론과 스쿠버 관찰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이 돌고래는 원담 안을 빙빙 돌면서 유영했는데 바다 표면으로 떠오르는 넙치를 낚아채거나 모래가 깔린 바닥에 숨은 넙치를 주둥이로 몰아 잡았다. 원담의 돌 틈이나 해조밭에 숨어있는 먹이도 사냥했다.

돌고래가 원담의 인공 구조물을 사냥터로 활용하는 건 제주에 일반적일까. 김미연 부대표는 “다른 원담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쓰는 것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행담처럼 양식장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원담의 크기와 깊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어양식장에서 버리는 물고기와 유기물 찌꺼기에 꼬이는 어류가 돌고래가 이곳을 찾는 한 가지 유인이다. 최민지 외 (2022) ‘수생 포유류’ 제공.

행원리 원담에는 특별한 조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7개 광어 양식회사가 대규모 양식장을 운영하는데 배출수는 침전조를 거쳐 원담이 있는 해역으로 흘러나간다.

연구자들은 양식장에서 버린 물고기나 찌꺼기를 먹기 위해 몰려드는 전갱이, 숭어, 참고등어, 학꽁치 등이 돌고래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았다. 바다에 먹이가 부족할 때 양식장 주변은 유용한 먹이터가 된다.

그러나 양식장 폐수에는 병원체와 항생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원담에 몰리는 돌고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직접 접촉할 가능성도 크다. 김미연 부대표는 “사람들이 원담으로 헤엄쳐 들어가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려 하기도 한다”며 “돌고래의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보호동물인 남방큰돌고래의 보호를 위해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구좌읍의 원담. 전통 어획은 이제 사람의 손을 떠났지만 돌고래의 새로운 문화가 되는 걸까. 허호준 기자

지난 1월에는 ‘담이’에 이어 새로운 돌고래도 원담에 들어가 며칠씩 머무는 행동을 하는 사실이 발견됐다. 원담 사냥법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전파되는 걸까. 김 씨는 “얼마나 많은 돌고래가 원담을 이용하는지, 그 방법을 홀로 익히는지 배우는지 등은 계속 지켜보아야 할 장기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Aquatic Mammals, DOI: 10.1578/AM.48.2.2022.1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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