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수출에도 13년만에 분기 무역적자

김태준 기자 2022. 4.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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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억5000만달러 적자.. 에너지 수입액 작년의 2배로 늘어

올해 1분기(1~3월)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가 3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3분기(7~9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1월은 47억3000만달러 적자, 2월은 8억9000만달러 흑자, 3월에 1억1000만달러 적자였다.

15일 관세청의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1분기 수출·수입 금액은 모두 사상 최대였는데 수입액이 수출액을 앞질렀다. 수출액은 1729억달러였고, 수입액은 1768억달러였다.

올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우리나라 무역수지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체 수입액 가운데 4분의 1(25.2%)인 446억4000만달러가 원유·석탄·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었다.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보다 95.6%가 증가, 두 배 가까이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벌어진 일이다. 1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先物) 값은 107달러로 정부의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 전망치(73달러)를 훌쩍 넘었다.

◇수출 사상 최대인데도 적자 전환

수출은 올 들어 3월까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13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하지만 수출이 수입 급증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84%, 가스는 164%, 석탄은 106% 늘어났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규모 급증이 무역 적자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에너지 등 필수 수입품 등의 수입 가격이 오르면 무역수지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전망했다.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의 해가 될 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무역 적자가 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유럽연합(EU)은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는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유럽은 거부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에 수요가 몰릴 수 있어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연간 1억2000만t의 유럽 수요가 미국, 이란, 중국, 캐나다 등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로 몰리면서 가격을 급등시킬 전망이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 설비 이용률이 90%에 가까워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비 증설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석탄도 문제다. 국제 시장에서 러시아 공급량(연간 2억1200만t)이 줄면서 3월 초 유럽의 석탄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요 석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도 국내 물량을 확보한다며 석탄 수출을 금지시켰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팀장은 “최근의 국제 에너지 가격 수준이 연중 지속된다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물가 상승세 확대’ 우려

기재부는 이날 발간한 4월 경제동향보고서(그린북)에 지난달까지는 사용하지 않던 ‘물가 상승세 확대’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 물가 압력 등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했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 소비가 줄고 기업들도 임금 인상 압력에 직면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가 억제를 위한 주요 수단인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새 정부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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