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우려" 페북 끊고, 익명성 보장 '메타버스'로

오유진 2022. 4. 16.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무는 1세대 SNS
새내기 직장인 정모(27)씨는 최근 자신의 7년 된 계정을 삭제하면서 페이스북에서 탈퇴했다. 정씨는 “직장 동료·상사들이 페이스북 친구 등록을 요청하고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게 불편했다”며 “비공개로 (계정을) 전환해도 되지만 문득 이렇게까지 페이스북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요즘 온라인에서 자주 들르는 곳은 페이스북처럼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정씨는 “내 SNS 게시물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 SNS에 가서 마음에도 없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감정노동을 안 해도 돼서 좋다”며 “주변에 비슷한 이유로 SNS를 끊고 있는 친구들이 적잖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요즘 페이스북 같은 기성 SNS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내에서 ‘탈(脫)SNS’에 나선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도 이상 신호가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올 2월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의 일일 이용자 수(DAU)는 19억2900만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100만 명이 감소했다. 페이스북 18년 역사상 DAU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다. 이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는 세계 최대 SNS 기업 메타 주가는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210.18달러로 지난해 9월 최고점(382.18달러) 대비 45%가량 하락한 상태다. 메타 입장에선 인스타그램이 건재한 게 위안거리이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새 수익원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위기감이 고조됐다.

사실 한국은 SNS의 인기 하락이 덜 체감되는 나라다. 디지털 광고 전문 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89.3%의 국민이 SNS를 이용, 세계에서 두 번째로 SNS를 많이 이용했다. 1위는 아랍에미리트로 99%였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일본은 74.3%로 29위, 미국은 72.3%로 31위, 중국은 64.6%로 37위에 그쳤다. 인구가 많고 영향력이 큰 해외 주요국의 민심은 한국과 사뭇 다른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평균 SNS 이용률은 53.6%에 불과했다. 그나마 유튜브 덕에 이 정도 수치가 유지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영상 기반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2세대 SNS는 계속 인기인 반면, 페이스북·트위터 등 1세대 SNS는 인기가 예전만 못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 기반 유튜브·인스타는 인기 여전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1인당 월평균 SNS 이용시간은 ‘유튜브 대 나머지’의 구도일 만큼 유튜브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DMC미디어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유튜브에 27.1시간을 할애할 동안 트위터엔 10.1시간, 페이스북엔 7.2시간을 쓰는 데 그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국내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유튜브 이용률은 65.5%로 2019년의 47.8% 대비 급등했지만 페이스북 이용률은 4.7%로 2019년 9.9%에서 급락했다. 유튜브는 사회적 소통 기능을 갖춰 SNS로 분류되지만, TV 프로그램의 대체재라는 점에서 일반 SNS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찬 KISDI 데이터분석예측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TV 시청시간은 줄고 유튜브 이용시간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외에서 기성 SNS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열풍이 불면서 정점을 찍었던 SNS 인기가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오프라인의 다른 ‘즐길 것’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지난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방탄소년단(BTS)이 5만여 명의 팬을 맞는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공연과 프로스포츠 경기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유럽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동안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막았던 국가 간 빗장도 속속 해제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자가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은 아예 모든 입국 제한 조치를 없앴다.

2025년 메타버스 시장 6배 커져 33조

그간 SNS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주요 소비층인 20·30대 ‘MZ세대’의 탈SNS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MZ세대는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고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려는 특성을 보이지만 기성 SNS는 여기에 줄곧 약점을 노출한 바 있다. 2018~19년 페이스북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확인돼 국내외에서 논란이 됐는가하면,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비롯된 인맥과 학창시절 친구 등을 구분하려는 개인적 욕구와 SNS 특유의 제한 없는 연결성이 상충돼 애로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MZ세대가 기성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로블록스는 월간 이용자 수(MAU)가 1억6000만 명을 넘어섰고, 네이버가 만든 제페토는 글로벌 가입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하는 등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 상승세가 무섭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25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7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로 기존보다 6배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도 사회적 소통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SNS와 대척점에 있다기보다 3세대 SNS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지만, 가뜩이나 유튜브에도 밀리던 기성 SNS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상대인 셈이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사명(社名)을 메타버스를 의미하는 메타로 바꾼 것도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크게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기 힘든 한계점에 대한 아쉬움의 누적, 정치 등 대중적 기피 콘텐트의 SNS 침범도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인기 하락에 작용 중이라는 해석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그랬던 것처럼 SNS를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으로 애용하는 정치인이 늘면서 지지자들까지 SNS에서 정치관을 나누는 경우가 과거보다 급증했다”며 “여기에 피로감을 느껴 떠나고 있는 이용자가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들로 SNS의 세대교체 열풍이 계속 거셀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재개장한 싸이월드가 1세대 토종 SNS로서 선전할 경우 국내에선 세대교체 흐름이 더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음성 기반 SNS ‘1년 천하’, 네이버 블로그는 제2전성기

「 지난해 2월 소셜미디어(SNS)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시 당시 이용자에게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고, 아이폰 사용자만 다운로드가 가능해 중고 아이폰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열풍이 번졌지만 반짝 인기에 불과했다. 모바일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2월 960만회에 육박했지만 2달 후 90만회 수준으로 폭락했다. 밤샘 수다로 잠 못 이루던 열혈 이용자들도 종적을 감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클럽하우스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6월 약 4만7000명에서 지난 3월 약 1만4000명까지 하락했다. 음성 기반 SNS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건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출시한 음성 SNS 플랫폼 ‘음(mm)’을 오는 29일 종료할 예정이다.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 카카오 음 MAU는 출시 초기 5만명대에서 지난달 2만명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음성 기반 SNS는 음성 특성상 대화 내내 집중하지 않으면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운 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SNS의 장점과는 달리 소수의 스피커가 주목받는 데 그쳤다는 점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반면 네이버 블로그는 최근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블로거지(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라는 오명을 써 신뢰도가 낮아졌으나 최근 MZ세대가 다시금 유입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지난해 신규 콘텐트 3억 개를 달성하며 역대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1분기 MAU도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평균 186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블로그 사용자 중 10대, 20대 사용자는 44%에 달한다. 블로그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짧은 형식의 콘텐트에 지친 MZ세대와 멀티미디어 콘텐트 제작을 원하는 크리에이터가 동시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 김보연 리더는 “블로그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을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어 MZ세대의 새로운 기록 트렌드로 급부상했다”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의 요구에 부합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