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관 세워 붕괴 버티는 낡은 집들..'달동네' 충신동은 지금
동대문에서 낙산성곽을 바라보면 성곽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 창신동, 서쪽에 충신동이 한눈에 보인다. 창신동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을 대표하는 곳이다. 서울 도시재생 1호로 선정돼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벽화 그리는게 재생이냐'는 비난을 받으며 실패한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동네가 됐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창신동은 오 시장이 도입한 민간 재개발 지원제도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옆동네 충신동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신1구역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가 직접 지은 집이지만 너무 낡았어 개발돼야해."
높은 지대에 마구잡이로 주택이 들어섰기 때문에 정화조가 설치된 집도 많지 않다. 여름이면 집에서 흘러나온 오물로 인해 골목은 불쾌한 냄새로 가득해진다. 노후화한 주택은 수리도 받지 못한 채 세월을 견디고 있다. 주민들이 떠난 빈집이 을씨년스럽게 남은 곳도 있다.
충신동에서 나고 자란 천모씨(72)는 "여기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도 못 올라온다"라며 "집을 고치려고 해도 트럭으로 자재 올리기도 어려운 곳에 누가 맨몸으로 지고 올라오겠나"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2006년 조합이 설립됐다. 2016년에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지역 재개발이 진행되나 했지만 2017년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곽마을의 역사 문화가치 보전 필요성을 이유로 정비 구역을 직권 해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세우고 신통기획을 제안하며 충신동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해 9월부터 정종길 충신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지역 재개발을 위한 계획을 주민들 사이에서 공유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충신1구역 재개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전하고 주민 동의 여론조사도 자체적으로 실시해 압도적인 찬성 분위기를 확인했다"라며 "이번 달 들어서 주민 동의서를 취합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통기획은 동의율을 30% 이상만 확보하면 되고 도시재생지역도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지역도 무리 없이 선정될 것"이라며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확실하게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개발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장씨는 "이제는 무릎이 아파서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위험도 하다"라며 "종로에서 이렇게 집값이 싼 동네도 없을 만큼 낙후돼있다 우리 동네 땅값도 좀 올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지역 공인중개사는 이미 지가상승 분위기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충신동 소재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지난해 추진위가 홍보하기 전에는 평당 1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5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라며 "실제 거래된 곳도 평당 1700~19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공인중개사 대표 B씨도 "최근 들어서 '기사 읽고 왔다' '유튜브 보고 왔다' 라고 찾아오는 고객이 있다"라며 "지역 주민도 그렇고 외지에서도 개발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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