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이어 이번에는 시한부..'서른, 아홉' 전미도의 깨달음 "버킷리스트 만들었어요"[스경X인터뷰]
[스포츠경향]

세상 누구보다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싶던 의사에서, 이번에는 누구보다 하루를 더 살고 싶었던 환자로 분했다. 배우 전미도의 2021년과 2022년은 그렇게 드라마틱했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극중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을 맡았고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는 배우 출신 연기 선생님으로 췌장암 선고를 받아 인생의 나머지 날을 보내는 윤찬영으로 분했다.
‘서른, 아홉’은 크게는 차미조(손예진), 윤찬영, 장주희(김지현) 세 친구의 우정을 다루고 있지만 작게는 어려운 삶을 살았던 윤찬영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남은 기간 누구보다 가치있고 소중한 시간을 쓰는 과정을 담았다. 윤찬영은 극중 김진석(이무생)과 사랑을 이루지 못해 아파하는 모습부터 시한부를 선고 받는 모습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에 이 사실이 알려지고 이를 받아들이는 상황을 이어갔다. 전미도에게도 참으로 쉽지 않았던, 파란만장한 연기였다.
“마지막회 찬영이가 죽음을 앞둔 모습을 슬프게 봤어요. 사실 12회 마지막 대본을 받았을 때도 너무 슬퍼서 글자가 안 보일 정도였는데 방송으로 볼 때도 한 시간 내내 울면서 봤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제가 죽은 거니까 제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봤어요.”

드라마는 시한부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마냥 그 정서가 우울하거나 처절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무겁게 느끼지 않으려는 정서가 강하다. 세 친구는 늘 그렇듯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지막은 더욱 빛날 수 있었으며 찬영의 죽음이나 이별이 너무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는 쪽으로 그려졌다.
“찬영이가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전작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채송화는 이상적인 인물이었잖아요. 그와 반대로 찬영이는 방황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인물이에요. 그런데 이 친구가 죽음의 앞에서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었구나 생각하게 됐죠. 바르고 잘 살기만 했던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던지는 울림이 클 것 같았어요.”
실제 췌장암은 발병 이후 고통이 늦게 나타나 발견 당시에는 많은 부분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미도는 그 병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대본을 보면서도 그 병을 앓는 이들,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막바지에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일정시간 이후부터는 먹지 않으면서 감량도 했다.

“찬영이가 죽은 후 연락을 위해서 친구들에게 부고 리스트를 전해줘요. 그런데 친구들은 그 리스트의 사람들을 초대해서 브런치 파티를 열어주죠. 그러한 발상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이 역할을 하면서 주변에 친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만의 버킷리스트가 생긴 거죠.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되도록 주변과 연락을 줄이고 혼자 있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사람들과 약속을 잡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피곤함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이 작품을 통해 참으로 많이 바뀐 부분인 것 같아요.”
2006년부터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활약한 전미도는 2020년 비로소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이제 세 작품 째지만 무대연기와 다르게 자신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뜻하지 않게 나오는 자신의 표현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찾는 일도 버거웠지만 예전 어떤 감독이 이야기했던 ‘하던 대로 해라. 카메라를 굳이 찾지 않아도 잘 담아준다’는 말을 믿고 도전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OTT 등 매체를 통해 무대연기를 했던 실력자들의 새롭게 소개되는 분위기는 그를 기쁘게 한다. 아직 많은 캐릭터를 하지 못했기에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의 ‘소년심판’을 봤어요. 너무 잘 봤는데 ‘나도 나중에 저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하고 생각해봤어요. 김혜수 선배님도 소년범을 연기했던 어린 친구들도 너무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저도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특정한 장면을 위해 집중하는 요령이 많이 좋아졌거든요. 조금 더 연기를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함께 연기를 했던 배우들과의 우애도 기억에 남는다. 원래 김지현과는 뮤지컬을 할 때부터 알던 동료였고 손예진과는 이번에 우정을 쌓았다. 결혼발표에 대해서는 손예진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아 나중에 알았다. ‘미리 말을 못 해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손예진의 배려에는 감동을 받았다.
“사실 거의 매 촬영 때마다 손예진의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저래서 정말 손예진이구나’ 할 정도로 한 장면 한 장면 준비하는 모습에 인상을 받았죠. 사실 저도 카메라 앞 연기가 익숙지 않아 많은 조언을 구했던 것도 맞아요. 이렇게 작품을 통해 친해지고 좋은 인연을 만든 것 같아 기쁩니다. 그렇게 많은 인연을 남겨준 찬영이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싶어요. 찬영아, 수고했고 이제 편히 쉬어.”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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