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000억, 미래가치는 1조원?.. 삼표 성수공장 부지에 쏠리는 '시선'

연지연 기자 입력 2022. 4. 14. 06:01 수정 2022. 4. 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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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몇 안 남은 금싸라기 땅인 성동구 성수동의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에 부동산 시장과 재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제철 소유인 이 부지는 삼표가 빌려 쓰던 땅이다. 애초 공장을 철거하고 서울시가 사들여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었는데, 삼표가 현대제철로부터 매입해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공장은 6월까지 철거될 예정이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서울시가 용도를 어떻게 정하는 지에 따라 가치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어서다. 게다가 땅 주인인 현대제철이 사돈기업인 삼표에 과연 얼마를 받고 팔 지도 관심사다. 모두 자칫하면 특혜의혹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모습. 서울시는 이날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철거 착공식을 열고 이날 착공식을 시작으로 제2공장, 제1공장 순으로 순차적으로 해체공사를 진행해 오는 6월30일 완전 철거된다고 밝혔다./뉴스1

◇ 용도변경에 금싸라기 땅 되나… “특혜의혹 불거질수도”

14일 토지·건물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는 현재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최대 용적률은 200%다. 건폐율은 60%로 제한된다. 건물은 5층 이하 높이의 연립주택, 4층 이하의 다가구주택 및 단독주택 등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준주거지역(용적률 200~500%)이나 일반상업지역(용적률 200~1300%)으로 용도가 바뀌어 고급 주상복합단지가 건설될 경우 부지가격은 순식간에 1조원을 넘길 수도 있다. 이 땅은 면적이 2만8804㎡(약 8728평)로 서울에서 흔치 않은 대규모 부지인 데다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희소성까지 갖췄다. 강남이나 도심 접근성도 좋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곳에 서울의 고가 주택으로 분류되는 갤러리아포레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들어온다면 3.3㎡(1평)당 2억원은 손쉽게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이 곳에 주거시설만 들어온다면 현재 최고가 주택으로 불리는 ph129나 나인원 한남보다 훨씬 고가에 거래될 수 있다. 숲부터 강까지 360도 파노라마뷰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무시설이 들어서도 땅의 가치는 크게 오른다. 토지·건물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동의 업무상업시설은 평균적으로 3.3㎡당 1억2000만원에 매도됐다. 성수동 삼표 래미콘 공장부지에 업무상업시설이 들어선다고 가정하고 평균으로만 계산해도 매각대금이 1조474억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결국 땅의 가치는 서울시가 어떻게 용도변경 해주는 지에 따라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용도 변경이 단번에 두·세단계를 뛰어넘으면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 밖에 없어 행정당국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자유로운 용도변경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 2040 플랜을 발표하며 ‘비욘드 조닝’이란 개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비욘드 조닝이란 명확하게 용도지역을 구분하기 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해 주거·업무·녹지 등이 복합적으로 배치되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앞서 오 시장은 “이 일대를 ‘2040 서울 플랜’에서 제시한 ‘청년 첨단 혁신축’ 강화와 미래 서울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부지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도변경에는 기부채납이 따른다, 통상 30% 정도를 기부채납 규모로 추측하지만, 용적률이 한번에 크게 오를 경우 기부채납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논란 역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러스트 = 이은현 디자이너

◇ 현대제철은 제값을 받을까… 일각선 “왜 직접 개발 안하나” 의문도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이 땅을 현대제철이 삼표에 얼마에 팔 것인가다. 현재 가치는 보수적으로 산정했을 때 4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작년 12월 1일 삼표공장의 공장과 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한 결과 해당 부지가 현재 3965억98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용도가 변경됐을 경우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치와는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군침을 흘리는 시행사도 많았다. 하지만 땅 주인이 현대제철이고, 현대차그룹 사돈 기업인 삼표가 이를 오랜기간 임차해 써온 터라 땅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고 시행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삼표 정도원 회장은 현대제철이 소속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다.

현대제철과 삼표는 과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다. 현대제철은 과거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독점 공급했다. 삼표기초소재는 일부만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는 마진을 붙여 다른 시멘트 업체에 다시 매각하면서 통행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후 무혐의로 처리됐지만, 사돈간의 거래가 세간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부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큰 자산이 사돈기업으로 팔리는 것인데, 사돈기업은 이 땅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업 기회를 갖는 것”이라면서 “적정 가격을 얼마에 둘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완벽한 타인’에게 매도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될 것인지가 핵심이고, 저가 거래가 의심될 경우 특혜시비가 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언급했다.

토지의 가치는 시기에 따라 매우 다르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용도변경 시기와 가까울수록 가치는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행정적 부담이 큰 부지인만큼 활용 방안을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은 철거 작업에 주력하고 한동안 공터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즉각적인 개발 계획이 서지 않은 만큼 삼표산업이 현대제철에 치러야 하는 매각대금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차일피일 토지 용도 지정을 미루면 현대제철에 적용될 수 있는 배임 논란의 단초를 서울시가 제공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서 “서울시가 최대한 빨리 해당 부지의 용도 한계에 대해 정리해줘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왜 부지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이 부지에 110층짜리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막대한 사업 기회가 있는 땅을 넘겨주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매각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거래하는 것이라 시행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입찰의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특혜시비의 소지가 있다”면서 “앞으로 가치산정 방식, 적정가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총수가 작년 4월 정의선 회장으로 바뀌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표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성수동 부지의 매각 문제는 특혜 시비와 배임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법적·도덕적·상식적 수준에서 문제가 없도록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면 제3자 매각이 답이 아니었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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