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핀란드, 나토 가입 결심 굳힌 듯

김태훈 2022.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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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안보 환경 변화에 관한 보고서 채택 임박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국제질서 허물어" 내용
스웨덴과 정상회담 거쳐 '나토 가입' 신청할 듯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이 회담에선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가 미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소련(현 러시아) 사이에서 누구 편도 들지 않았던 기존 노선을 포기하고 나토 회원국이 되는 역사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핀란드가 중립을 포기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핀란드를 향해 군사행동을 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설령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겨울전쟁(1939년 11월∼1940년 3월) 당시 끈질기게 저항했던 핀란드군은 이번에도 막강한 전투력으로 러시아군에 패배를 안길 것이 확실시된다.

핀란드 정부는 12일(현지시간) 자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과 내각의 외교안보정책 장관회의가 협의를 거쳐 작성한 보고서는 각의(閣議)를 통과하는 대로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집정제 국가인 핀란드는 총리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와는 달리 외교안보에 관한 한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현 핀란드 국가원수는 그간 정계에서 재무장관 등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다. 마린 총리가 굳이 ‘대통령과 외교안보정책 장관회의 간 협의’라는 표현을 쓴 점으로 미뤄 대통령과 내각 간에 완전한 의견일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오른쪽)가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한 모습. 마린 총리 SNS 캡처
비록 마린 총리는 핀란드를 둘러싼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보고서의 결론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각에선 “나토 가입 신청이 확실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간 니니스퇴 대통령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차례로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 보리스 존슨 총리,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잇따라 회담했다. 나토를 이끄는 3대 강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리고 핵무기 보유국인 미·영·불 3국과의 연쇄 접촉은 결국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마린 총리 역시 나토의 4번째 강국 독일에 가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달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마린 총리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약 40일 만인 1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의 변화한 정세에 따른 공동 안보정책 마련에 관해 논의한다. 여기서 ‘변화한 정세’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동 안보정책’이란 두 나라의 동시 나토 가입 신청을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련(현 러시아)의 핀란드 침공으로 시작한 겨울전쟁(1939년 11월∼1940년 3월) 당시 핀란드군 전사들이 스키를 타고 설원에서 기동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 등 나토와 소련(현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을 지켜 온 핀란드·스웨덴 두 나라는 나토 가입 신청 등 새로운 안보정책을 채택함에 있어 서로 긴밀히 협의한 뒤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때문에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13일 마린 총리와 안데르손 총리 간 정상회담 직후 ‘핀란드·스웨덴 양국은 나란히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라는 공동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나토가 적(敵)으로 상정하고 있는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가 핀란드·스웨덴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2차대전 도중인 1939년 11월 핀란드를 침략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핀란드는 약 3개월 동안 군인과 민간인이 하나 되어 영웅적 저항을 펼쳤고, 소련은 강대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비록 현격한 국력의 차이 탓에 1940년 3월 핀란드가 소련에 항복하고 핀란드의 동부 영토 일부를 소련이 빼앗는 것으로 전쟁이 마무리되긴 했으나, 소련은 핀란드를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발트3국’처럼 자국에 편입하려던 계획을 완전히 포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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