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갤럭시 스마트폰 GOS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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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의 2021년 소매 판매량은 18.9%로, 2위 애플(17.2%)을 근소하게 앞섰다. 국내에서는 격차가 더 압도적이다.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은 72%로, 애플(21%)의 3배가 넘는다. 하지만 삼성의 자충수로 이 구도가 흔들리게 될지 모른다. 지난 2월 말부터 불거진 ‘GOS 논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의 성능을 과장광고했다고 비난받는다.
GOS(Game Optimizing Service)는 삼성전자의 자사 앱이다. 2015년 개발돼 갤럭시폰에 기본 탑재되기 시작했다. 목적은 ‘게임 최적화’. 게임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켜져 발열을 방지한다. 문제는 그 목적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기기에 무리가 가거나 발열이 일정 정도에 달할 때를 감지하고 그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앱이 아니다. 게임을 켜자마자 ‘기기 성능’을 깎아버린다. 낙폭은 상상 이상이다. 구독자 200만인 유튜버 ‘잇섭’의 3월3일 실험에 따르면, 갤럭시 S22 울트라는 GOS를 켰을 때 기기 성능 점수가 싱글코어(연산회로가 하나인 경우)에서 약 51%, 멀티코어(연산회로가 여러 개인 경우)에서는 약 38% 떨어졌다. 이 성능 점수는 5년 전 나온 아이폰 8보다 낮고, GOS가 켜져 있지 않은 갤럭시 S10(2019년 출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스마트폰 출고가는 용량에 따라 145만원에서 175만원에 달한다.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이전에도 ‘GOS가 기기 성능에 악영향을 준다’고 여긴 이용자들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GOS는 켜고 끌 수 없는 강제 앱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 앱을 우회하는 작업을 별도로 해왔다. 문제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삼성이 GOS 우회를 막아버린 것이다. ‘전자기기 고관심층’ 사이에서만 논의되던 이 문제가 일파만파 퍼지게 된 계기는 삼성전자 관계자의 방송 출연이었다. 2월22일 스브스뉴스 ‘오목교 전자상가’에 출연한 조성민 삼성전자 프로는, GOS 해제를 검토 중인지 질문을 받고서 “소비자 안전에 집중하고 있고 (…) 조금이라도 타협점을 찾진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갤럭시 S22 예약 구매자 다수는 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조 프로의 말을 실언으로 보기도 어렵다. 삼성은 이 건을 ‘안전을 권하려는 기업과 극한 성능을 원하는 일부 고객의 갈등’으로 보는데, 이 시각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3월3일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 올린 공지에서 삼성전자는 “다양한 고객의 Needs(니즈)에 부응하고자” ‘성능 우선 옵션’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성능을 중시하는 고객은 ‘일부’라는 말처럼 들린다. 다음 날 같은 곳에 올라온 2차 공지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보인다. “(GOS가) 게임 앱의 경우에만 (…) Heavy 게임 사용 시 과도하게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는데”, 이는 “고성능의 게임 환경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라는 내용이다.
갤럭시 일부 모델을 ‘영구 퇴출’한 긱벤치

GOS 사태의 ‘삼성식 설명’에서 핵심 키워드는 ‘선택권’이다. 발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스마트폰 성능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 원한다면 GOS를 ‘우회’하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삼성멤버스 공지에서 “고객 의견을 수렴해 사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최적의 성능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GOS 강제조치를 완화하는 업데이트를 두고 “선택권을 부여한다”라고 설명하는 삼성 관계자발 기사가 다수 나왔다. 3월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 한종희 부회장 입에서도 ‘선택권’이란 단어가 나왔다. “(GOS를 통해) 발열을 최소화하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다. (…) 다만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목소리가 많아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안전을 위해 성능을 일부 제한했다’는 삼성 측 해명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선택권 부여’가 적절한 해결책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건 핵심과 거리가 멀다. 본질은 기만이다. 삼성은 구매자들에게 게임 구동 시 “최상의 성능”이 절반 이하로 깎인다고 알린 적이 없다. 오히려 은폐한 데 가깝다.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긱벤치(Geekbench)가 있다. 긱벤치는 여러 테스트를 통해 전자기기의 성능을 수치로 환산한다. 이 점수를 견주면 삼성과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중 어느 쪽 성능이 나은지, 신형 갤럭시 스마트폰이 전작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 수 있다. 긱벤치는 삼성과 애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스마트폰의 평균 점수(각 기기 테스트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점수가 나온다)를 차트로 만들어 공개한다.
게임 앱에는 칼같이 실행되는 삼성의 GOS가 유독 긱벤치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삼성 스마트폰은 실제 성능에 비해 긱벤치 점수만 높다. 예를 들어 긱벤치 점수로 성능을 가늠하는 이용자들은 같은 1000점을 받은 아이폰과 갤럭시의 성능이 비슷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갤럭시로 게임을 구동해보니 500점짜리 구형 아이폰 성능만 나오더라는 것이다. 이 사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들은 긱벤치 앱의 이름을 게임 앱으로 바꿔, ‘게임인 양’ 테스트했다. 같은 긱벤치 앱인데 이렇게 테스트하자 성능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 S22뿐만 아니라 Z플립, S21, S20, S10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는 Q&A 형태 공지에서 “(긱벤치와 같은) 벤치마크 툴은 게임 앱이 아니므로 GOS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긱벤치 개발사는 해당 기기들을 직접 실험한 뒤, 3월5일 “갤럭시 S10부터 S22까지 전 모델을 벤치마크 차트에서 영구 퇴출하겠다”라고 밝혔다. 3월15일에는 삼성의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S8 역시 제외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는 사안일까? 삼성은 그렇다고 말한다. 3월4일 “게임 이외의 앱에 GOS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 해명처럼 게임 이외의 작업을 할 때에는 GOS 구동창이 뜨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안이 게이머들만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구독자 수 200만인 IT 유튜버 ‘잇섭’은 3월3일, 성능 테스트 앱 3D마크를 인스타그램인 것처럼 인식시켜 점수를 측정한 영상을 올렸다. 잇섭은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 차이가 컸고, 테스트 후 조금 지나자 게임을 할 때처럼 클럭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 외의 일반 앱에 대해 GOS가 작동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제각기 테스트를 하며 삼성의 ‘관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GOS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앱을 구동할 때 성능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군의 갤럭시 구매자들은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방’이라는 네이버 카페에는 8000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다. 2050명이 공동으로 모금해 변호인을 선임했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최고 성능, 최고 스펙’이라는 삼성의 갤럭시 S22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이 조항은 ‘거짓·과장 광고’ ‘기만적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에이파트는 늦어도 3월 말까지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소송 조짐이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슈버트 존키어 앤드 콜비 로펌은 3월21일, “2019년 3월8일 이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로펌은 “삼성이 일부 스마트폰에서 앱 성능을 제한했을 수 있고, 이 관행을 공개하지 않아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었다. 게임 외에 여기 영향을 받은 앱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주법과 연방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썼다.
삼성은 왜 GOS를 걸었을까

삼성은 왜 GOS를 걸었을까. 문제가 이렇게 커진 뒤에도 어째서 GOS 해제 기능을 넣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원가절감’을 지적한다. 방열판을 확충하거나 내부 설계를 뜯어고치는 등 근본적 방법을 쓰는 대신 성능에 제한을 거는 임시방편으로 열을 식히려 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삼성은 스마트폰에 유리 대신 ‘글래스틱(glass+plastic)’이라는 이름의 합성 소재를 쓰는 등 눈속임에 가까운 원가 절감책으로 마니아들의 눈총을 받았다.
몇몇 전자기기 리뷰어들은 “기술이 처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원가절감 전략과 별개로, 발열을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의 AP(모바일 메모리칩) 성능 수준은 갤럭시보다 수년 앞서 있다. 갤럭시에 들어가는 퀄컴사의 스냅드래곤이나, 삼성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는 모두 애플 AP에 비해 성능이 확연히 낮다. 모바일 기기에서 성능이란 단순한 연산속도만이 아니다. ‘휴대’하는 물건이기에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성능은 높아야 한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기기는 배터리도 많이 필요하다. 무거워진다. 전력을 소모하면서 나오는 열도 문제다. 폭발 위험뿐만 아니라 오래 쥐고 쓸 수가 없다. 전작인 갤럭시 S21 시리즈는 출시 직후부터 발열로 비판받았고 수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도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삼성 스마트폰이 뜨겁다’는 것은 새로 밝혀진 사실이 아니다. 발열이 가장 심한 “Heavy한 게임” 실행 과정에서 이 단점이 더 부각될 뿐이고, 그 때문에 GOS라는 고육지책을 썼을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년간 삼성이 진력해온 폴더블폰을 두고도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가 시장에서는 성능을 앞세운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제조사에 쫓기자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찾으려 한 제품이 폴더블폰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고가의 폴더블폰을 대상으로도 ‘GOS 테스트’를 했다. 유튜버 뷔티크의 3월5일 영상을 비롯한 다수 실험 결과, Z폴드 3와 Z플립 3 역시 GOS를 적용하기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성능 점수가 떨어졌다. ‘프리미엄 이용자’들의 성에 차지 않을 성적이었다.
3월16일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나친 원가절감이 GOS 논란을 낳았다”라는 지적을 받고, “고객이 원하는 핵심 기능 위주로 기기 사양을 최적화해 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삼성멤버스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 외의 제품으로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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