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론자들의 '가짜뉴스'를 칼럼에 옮기는 여가부장관 내정자[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2. 4.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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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해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짜뉴스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로 유통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4월16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남녀 편 가르기를 양념으로 추가한 문 정부’라는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예산 지출이 남성과 여성 삶의 차이와 특성을 반영해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도록 분배한다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시켰다”며 “성인지 예산 확대로 양성평등이 얼마나 진전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윤중 기자

그러나 성인지 예산과 국방 예산은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작년 기준 국방 예산은 52조원으로 같은 해 편성된 성인지 예산(35조원)보다 17조원가량 많다.

성인지 예산이라는 별도 예산 항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평등 효과가 있다고 보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이라는 틀로 묶어 분류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7개 부처와 산하기관에서 관련 사업만 304개에 달했다. 여가부에 할당된 성인지 예산은 88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5%에 불과했다.

여성 대상 사업만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교육훈련 및 시설장비 확충’ 사업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전체 민방위 대원 359만명 중 여성 지원자는 1.2%에 불과하다. 행안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도 성인지 예산에 포함된다.

성인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의 “여가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예산과 비슷한 돈을 쓴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대선 때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며 여가부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27일 경북 포항시 유세에서 “이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중에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플랫]성인지감수성 예산이 30조? 윤석열표 ‘가짜뉴스’

여성가족부 관련 주장 팩트체크 . 여성가족부 제공

김 내정자는 같은 칼럼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한정한 남녀 차별 입법’으로 규정했다. 여성 장관 발탁을 두고도 무능과 정책 실패로 의미가 퇴색했다고 했다. 역시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과 같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11일 “칼럼을 보면 (김 내정자는) 젠더 문제 해결보다 진영 논리에 더 많이 침윤된 것 같다”며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에 비교하는 것은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문닫는 ‘시한부 장관’
‘여성’ 사라지고 ‘저출생’ 부각되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로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내정하면서 ‘성평등’보다는 ‘인구’와 ‘저출생’ 중심으로 여가부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성계는 소위 ‘인구가족부’는 여성을 출생의 도구로만 다루게 될 것이라며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내정자는 1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으로 출근하면서 “새 시대에 맞게 노동시장에서의 공정성,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해 (여가부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부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당선인의 선거 때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청문회 때 소상히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내정자는 주로 출생률 제고 정책 관련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논문인 ‘중앙과 지방정부 출산율 제고 정책 효과성 분석’ 논문에서는 중앙정부의 출생 지원정책 핵심인 보육서비스 확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생장려금이 유배우 출생률(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은 2016년부터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육서비스와 현금성 지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출산율 결정 요인’ 논문에서도 마찬가지로 현금성 지원인 가족수당이 출생률에 일관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대신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는 출생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 내정자는 논문에서 “성별 경제활동참가율이나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보다 양성평등적인 환경이 마련된다면 합계출산율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내정자의 논문과 저서 대부분이 출생·보육 관련이다.

윤 당선인이 김 내정자를 내정하면서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점으로 다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해 기존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은 배제되는 모양새다. 여성계 주요 단체들은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여가부 담당인 양성평등·권익증진·가족·청소년 등 4대 정책을 유지해야 하고, 보건복지부 내 인구정책 관련 부서를 새 부처로 이관할 수는 있겠지만 성평등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도 여가부의 핵심 업무다.

정작 여가부는 ‘작고 약한 부처’로 일컬어져왔다. 여가부는 특별성별영향 평가를 한 뒤 해당 기관에 정책 개선 권고를 할 수 있지만 불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개선 권고가 이행완료된 비율이 2017년은 63.5%, 2018년은 54.8%다. 이 때문에 오히려 여가부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여성계에선 지적한다. 프랑스의 경우 여성정책을 집행하는 부처와 별도로 총리 직속 위원회를 통해 정부나 국회 법안 등이 성평등 관점에서 적절한지를 사전 평가한다. 보수 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쪽에선 ‘독일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것도 여가부의 확대 개편을 전제로 한다. 독일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산하에 2개부와 9개과로 구성된 평등국을 두는 체제인데 정부의 정책 형성과 법률 발의권·발언권·연기권을 갖고, 부처들의 성평등 정책을 관할·조종한다. 다만 독일처럼 여성 정책 부서를 하위 국으로 편성할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서의 성평등 추진체계는 약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강이수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여가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성차별 개선을 위한 조사와 시정인데 미니 부서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들은 국가가 계획한다고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애 전망 속에서 출산을 선택하고 있고, 핵심은 일의 문제”라며 “일·생활의 균형을 성평등 관점에서 정교화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인구 중심으로 여가부를 개편하는 것은 여성은 출산의 도구일 뿐이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출산과 양육을 하는 어머니로 한정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 교수는 “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국가에서 여러 부처에 젠더적 관점이 두루 들어가도록 성주류화 정책을 펴는 경우는 있지만 불평등이 남아있고 젠더 기반 폭력, 고용상의 차별 등 갈 길이 먼 한국에서 여가부 폐지는 후퇴”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han.kr
이혜리 기자 lhr@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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