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투자하라[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17)

입력 2022. 4. 12. 10:14 수정 2022. 10. 19. 18: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ixabay


ESG투자는 재무적 요인 외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여 투자전략을 결정하는 것으로, 주류ㆍ담배ㆍ무기제조 등 성서적 가치 규범에 반하는 특정 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윤리적·종교적 동기에서 연원이 찾아진다. 2006년에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ment)이 제정되면서 국제적으로 공론화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참가자들의 탐욕에 관한 비판이 증폭되면서 투자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ESG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이 ESG투자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거론된다. 핑크는 이 서한에서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를 강조하면서 ESG투자를 공식화하였다. 이후 뱅가드와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다른 거대 자산운용사도 ESG 요인을 고려한 투자전략을 활성화하였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를 포함한 투자은행, 그리고 피치, S&P, 무디스를 포함한 신용평가사도 ESG투자에 동참했다.

10대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와 ESG투자 여부


2년마다 ESG투자 동향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8년 30조6830억 달러로 2012년(13조 2610억 달러)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35조 3010억 달러를 기록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ESG투자 규모


■ESG투자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세계는 기후위기나 사회적 가치 등 ESG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가 기존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진화하는 징표로도 해석된다. 3장에서 살펴보았듯 주주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주주자본주의와 달리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주주ㆍ채권자ㆍ노동자ㆍ공급자ㆍ지역공동체ㆍ환경ㆍ국가ㆍ글로벌 커뮤니티 등 회사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이해집단을 존중하고, 이 집단 간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경영진의 임무이며, 이 같은 이해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기업이 발전한다고 보는 것을 의미한다. 주주 이익 최우선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며,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함께 목격되고 있다. ESG투자 열풍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세계변혁의 단초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ECD는 ESG투자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른 기업들이 큰 위기를 겪은 것에 비해 ESG 관련 펀드들은 타격을 덜 받았다고 분석하였다. IMF는 기후위기를 포함해 환경 문제를 고려하는 ‘그린’ 분야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 닥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ESG투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 시장의 위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와 신산업을 창출하는 등 돌파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에 따라 ESG투자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성이 높은 연기금을 활용하여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높은 수준의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ㆍdue diligence)를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공적 기금 고유의 설립목적과 철학을 투자 운용 과정에 반영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책임투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자본시장은 블랙록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시장기능에 의거해 발 빠르게 ESG로 옮겨가고 있다. ESG투자를 먼저 검토한 연기금 등 공적 자본이 경직성에 사로잡혀 오히려 본격적 ESG전환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국내 연기금 ESG투자 관련 법적 현황

국내 연기금은 국민연금기금과 기타 공적 연기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ESG투자 현황에서 드러났듯, 현재 연기금이 국내에서 ESG투자를 이끌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이 가장 ESG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최대 투자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06년에 국내 주식 부문의 위탁 운용 유형의 하나로 사회책임투자(SRI)를 도입하였다. 그다음에 유엔 PRI에 가입하고 사회책임투자 유형의 비중을 확대하여 국내 책임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시장의 파급효과 측면에서 아직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내 주식 부문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말 6.9%까지 지속해서 증가하였으나, 2017년에는 5.2%로 축소되기도 하였다. 이후로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2018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단순의결권 행사에 그친 기금의 기존 주주권 행사를 기업 관여 활동을 전제로 하는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으로 바꾸고 있다. 2019년엔 전체 자산군에 책임투자를 적용하는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였다.

한국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가지의 세부 원칙과 안내 지침을 제시한다. 명시적으로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공표한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투자자문사, 의결권 자문기관 등이 적용대상이다.

국민연금은 ESG 투자와 관련하여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와 아시아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ACGA)와 같은 기관투자자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존 5대 기금 운용원칙인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 독립성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하였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1장 제4조에 “지속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산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하여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운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2022년까지 전체 기금 규모의 50% 이상을 ESG 투자 전략에 따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공적 기금으로는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사학연금기금(TP), 공무원연금기금(GEPS) 등 모두 68개가 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별도 운용 조직에 의한 직접 운용과 외부 자산 운용사에 의한 위탁 운용을 병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공적 기금들은 대부분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 ESG투자 사례

일본의 국민연금 투자 펀드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기금 중 하나로, 2014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PRI에 서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임투자를 강화하였다. 장기 지속성을 추구하며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대체투자 등 전 자산 투자 과정에 ESG 요소를 통합하고 있으며, ESG지수 추종 5조7000억 엔을 패시브 투자로 운용하고, 4000억 엔 규모의 녹색채권에도 투자했다. 투자위원회는 ESG 관련 이니셔티브 및 투자 전략을 심의하고, ESG 통합이 전 투자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도록 ESG 행정부서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공동연구를 통해 채권자산에 대한 ESG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기금’(CalPERS,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공적 연기금으로 2013년에 책임투자 정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기금운용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기 위해 장기적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의 최상위 원칙에 해당하는 투자신념을 수립하기 위함이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책임투자 원칙에서 담배ㆍ군수무기 제조업 등에 투자를 배제하고, 의결권 행사 및 경영진과 대화를 주로 활용하며 이사회 다양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또한 장기적인 연금 혜택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고 사업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2년까지의 지속가능한 투자전략 계획을 수립하였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는 11조3000억 크로네 규모의 세계적 펀드. 2004년 노르웨이 의회가 GPFG를 위한 윤리투자지침을 채택한 후 2013년 노르웨이 재무부가 GPFG 전략위원회에 ESG 원칙에 따른 책임투자 전략보고서 제출과 책임투자 강화를 요구하면서 책임투자를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 유엔 PRI에 서명하였고, 2021년 5월 현재 세계 73개국 9123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내 ESG 요소를 고려하여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며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을 책임투자의 목표로 삼는다. 유엔과 OECD 등 글로벌 국제표준을 준수하며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기업과의 대화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 연금 ABP는 단순히 새로운 투자 유형으로 ESG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에 구속되는 운용 철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 및 경영진과의 대화를 주로 활용하고, 대인지뢰, 핵무기 비확산조약을 위반한 무기생산 기업,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원칙 위반 기업에 투자를 배제하고,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신재생 에너지 등에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 ESG 투자 법제화 사례를 통한 국가재정법 개정 제안

이처럼 다양한 국가의 연기금들이 ESG 책임투자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책임투자를 이끄는 국민연금조차도 구체적인 ESG 투자전략이 미비한 상황이다. ESG 전략이 포트폴리오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전략 대상 자산군이 주식으로 한정되어 있어 적용 범위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기금의 기금운용에 있어 ESG와 같은 공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주로 연금 관련법을 통해 책임투자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먼저 영국은 2000년 7월 「연금법」(The Amendment to the UK Pension Act) 개정으로 책임투자를 법적으로 명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기금 펀드를 운용하는 모든 주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사회, 환경, 윤리의 세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명문화하였다. 프랑스는 파비우스 법(Fabius Actㆍ2001년, 종업원저축계획법(ESP)라고도 한다)에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의무화하지는 않았으나 연기금이 윤리, 사회, 환경 측면을 고려하여 투자하는지 공개할 의무를 명시하였으며, 독일 역시 같은 의무를 부여하였다.

스웨덴은 “펀드 운용에 있어 ESG 요소를 고려하여 투자할 것”을 ‘스웨덴 국가 연금 계획(Swedish State Pension Scheme)’에서 정하고 있고, 호주가 2002년 ‘재정서비스법’ 개정으로 연기금 펀드는 “상품설명서에 노동기준, 환경, 사회, 윤리적 고려사항이 투자 선택, 유지, 취득에 어느 정도 고려되는지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책임투자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면서 2019년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기금운용원칙을 개정한 바가 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883조 원에 달하는 68개 공적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위한 법령 근거는 국민연금 외에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한 지침이 고작이다. 해외 연기금들의 책임투자 규모가 법적 기반을 기폭제로 확대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명확한 법령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기금 자산운용의 원칙이나 지침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연기금의 ESG 투자를 법제화해야 한다.

■연기금의 ESG 책임투자 법제화의 어려움



소비자를 보호하는 손 / shutterstock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기금에 관한 기본법률로 명시한다면 ESG에 관한 강행규정이 돼 기금이 수익성보다 공익성을 우선하면서 수익 활동에 최선을 다할 의무를 저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연기금을 포함해 모든 기관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고객의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일반투자자와 비교해 기관투자자가 더 강하게 신탁적인 성격을 띠면서 생긴 ‘수탁자책임’에 기반한 ‘신인의무’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공단은 공적 기관투자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연금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 설치목적과 의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침’에서 많은 수익을 추구하는 ‘수익성의 원칙’과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안정성의 원칙’을 기금운용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 수익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과 다르게 이론적으로 ESG 투자는 재무적 성과와 양(+) 또는 음(-)의 상관관계를 모두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IMF는 2019년에 ESG 투자 성과가 초과 성과를 달성하거나 성과가 미달하는 두 경우 모두 일관성 있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OECD도 2020년에 ESG 투자 성과와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관련 전문 인력과 같은 여건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더불어 기업 대부분이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질 ESG 투자는 ESG 공시를 적극적으로 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질 가능성에 관한 우려도 있다. 즉 ESG 책임투자를 법제화함에 있어 현실적인 여건상 ESG 투자의 의무화가 연기금의 유연한 대응을 제약하며 ESG 정보의 산출 및 공시를 위한 준비가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금관리 주체가 ESG 요소를 고려해 기금자산을 운용하도록 법률에 명시한다면 공적 기금의 ESG투자의 활성화로 기금의 공공성과 장기적인 수익성을 제고하고 투자 대상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는 반론 또한 강력하다. 또한 우려하듯 수익성의 관점에서도 연기금의 투자자가 다수의 국민이며 투자 기간이 긴 만큼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공적 자본의 수익성은 때로 재무제표 너머 사회 전체의 이익에 종속되며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수익계산은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공적 자본의 ‘수탁자책임’ 측면에서도 ESG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연기금의 ESG 투자 고려 법제화와 노력



지속가능성장 / shutterstock


ESG 투자가 기관투자자의 주도하에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투자의 근거법 및 관련 규정, 지침조차 미비한, 체계적인 전략이 부족한 현재의 국내 상태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될 ESG 투자에 대비하지 못하게 돼 지속가능 관점의 장기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연기금 ESG 투자의 법제화를 통해 「국가재정법」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기금은 ESG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라는 항을 신설하는 것을 통해 어떠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지와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 사유는 무엇인지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기금 자산운용에 ESG 투자를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을 적용한다면 앞서 우려한 기금의 경직성을 해소하면서도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 항목의 중요성이 큰 만큼 ESG 원칙 도입 취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연기금의 선도적인 ESG 투자가 자본시장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ESG 정보공개와 평가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 규모가 커지는 만큼 ESG 워싱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도이치뱅크 계열 자산운용사 DWS가 ESG 투자 규모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의혹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독일 금융감독청(BaFin)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4% 가까이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DWS 건은 경영의 ESG 워싱과 투자의 ESG 워싱이 하나로 합쳐진 사례에 속한다.

ESG 평가의 가장 큰 한계는 ESG가 포괄하는 영역이 매우 넓은 반면 평가 가능한 정보가 부족하여 상당한 편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처럼 기업의 ESG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 확립과 기업의 ESG 정보공개 범위 확대 및 의무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ESG 관련 공시는 현재 사업보고서(의무), 거래소 지배구조보고서(자율/의무), 지속가능보고서(자율) 등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며 금융위는 지속가능보고서의 공시를 3단계에 걸쳐 2030년 이후 코스피의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정보를 바탕으로 연기금은 ESG 지수 및 평가시스템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 다른 금융기관이 ESG 투자 환경을 조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기금이 공동의 ESG 지수를 개발하고 방법론 및 편입 종목을 대외적으로 공개한다면 기금운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반투자자와 기업의 ESG 관심을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것은 ESG투자가 자본시장으로 확산함에 따라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투자업자들이 어떻게 ESG 요소를 반영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관련 선관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감독 당국의 모니터링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 가이드라인 나침반 / shutterstock


결론적으로 연기금의 체계적인 책임투자를 통해 ESG 투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ESG 투자 고려 법제화를 기반으로 기업의 ESG 공시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은 현재 ESG 데이터의 부족으로 투자금을 받기 어려운 신생ㆍ중소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연기금의 책임투자 근거법의 마련과 ESG 투자 강화는 한국의 ESG 투자 흐름을 확립하고 확대하며 자본시장과 한국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촉구하는 강력한 정책적 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공동기획 주간경향·ESG연구소·(사)ESG코리아·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청년ESG프로젝트팀 장가연 연세대 건설환경공학부 2년 장효빈 저널리스트 노희원 연세대 신학과 4년 이찬희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경제학과 2년 ESG연구소 안치용 소장 이윤진 연구위원>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