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힘없는 사람에게 피해.. 모순 볼 수 없어 쓴다"

이경원 2022. 4. 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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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민주당 의총에서 양심있는 목소리 기대한다"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에서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추진을 두고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글을 썼다. 페이스북 절필(絶筆)을 선언한 지 11개월 만이다. 박 변호사는 애초 1년간 글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모순을 지켜볼 수 없어 약속을 깼다고 했다.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정치권을 향해서는 “검찰 수사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박 변호사는 11일 밤 페이스북에 ‘모순의 한복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가 말한 모순은 민주당을 가리킨 것이었다. 박 변호사는 본인이 지난 대선에서 ‘1번’을 찍었으며, 그 이유는 “그래도 민주당이 소외 받고 서러운 사람들의 편이 돼 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힘없는 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라서 모순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이후 형사사법 시스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변 변호사들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경찰이 고소 취하를 종용하거나 고소장을 선별 접수해 사건을 회피한다는 설문조사를 글에 인용했다.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송치 결정에 대한 보완수사 등의 절차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는 ‘사건 당사자의 피해’라고 지적했다. ‘무용론’이 등장할 정도로 공수처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센 현실도 글에서 언급했다.

박 변호사는 “하루가 아쉬운 고소 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픈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처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검찰개혁 이후 사건 관계인들이 당면한 현실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었다. 박 변호사는 정치적이고 성급한 개혁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를 운용할 공권력 주체의 능력과 준비가 부족한 상태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 나머지 성급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형사사법절차는 정치적 셈법의 대상이 아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 적법절차 구현이라는 그 목적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도의 흠과 모순의 불이익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했다.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 본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권의 ‘검수완박’ 추진 이유를 두고 “검찰 수사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수사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 검찰개혁에 강경한 입장인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목적은 아닌지”라고 적었다. 그는 “민주당의 의원총회를 주목한다. 국회의원들의 소신과 양심을 기대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입법을 윤석열정부 출범 전 강행할 것인지의 여부를 논의한다. 민주당과 검찰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국 지검장들이 이날 마라톤 회의를 한 뒤 국회에 형사사법제도개특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꼼수”라며 즉각 거부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양심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오랜만에 글을 적은 이유를 말했다. 그는 ‘1년 절필’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점을 많이 고심했다고 했고, 그럼에도 글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지만 가지 않겠다고 답했었다”고도 말했다. 여전히 민주당이 약자를 대변할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도 ‘1번’을 지지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바뀌어버리면, 피해는 ‘없는 사람’들이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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