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맞설 무기, 대한민국에 있어.. 도와달라"

김은중 기자 2022. 4.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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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화상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우리 국회에서 가진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 탱크·배·미사일을 막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군사 장비가 대한민국에 있다”며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또 “한국도 1950년대에 6·25 전쟁을 겪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제사회 도움으로 이겨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약 15분 동안 진행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의 지원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부터 수도 키이우에 머물며 47일째 항전(抗戰)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23개 국가 의회와 국제기구 연설을 통해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아시아 국가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달 23일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였다.

카키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과 ▲전쟁의 참상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모든 나라는 독립을 가질 권리,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 모든 사람은 전쟁에서 죽지 않을 권리가 있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한국의 군사 장비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일 국방장관 통화에서 러시아 전투기·미사일 격추를 위한 대공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군 당국은 ‘살상 무기 지원은 어렵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방탄 헬멧, 천막, 모포 같은 군수 물자와 의료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침공해 생활의 터전을 파괴했고, 이제는 민족·문화·언어를 없애려 한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성에 의해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다음에는 다른 국가를 공격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내세워 전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며 대(對)러시아 제재 관련 국제사회의 단일대오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민간인 사상자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촬영된 1분짜리 피해 영상을 상영하며 “대한민국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열렸다. 국회 관계자는 장소 선정 관련 “기술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했지만, 러시아 반발이나 그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조속한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등도 참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과 함께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한국어 동시 통역이 이뤄졌는데, 연설 말미에 통역사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달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양국의 더욱 결실 있는 협력에 대한 확신을 표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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