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천궁 4조원어치 판 韓, 우크라에는 "못 준다"
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국방부, 한국군에 대공무기 요청
국방부 "우리 안보 상황 고려했다" 거절
천궁, 적 항공기·미사일 요격하는 무기
전문가들 "무기 제공 국제법 위반 아냐"
우크라 장관 "필요한 건 무기, 무기, 무기"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 정부가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천궁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같은 무기를 4조원어치 판매하기로 계약했던 터라 일각에선 러시아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11일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지금까지 우리의 군수물자 지원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하고 가능하다면 대공무기체계 등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이에 대해 우리의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살상용 무기체계 지원은 제한되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은 지난 8일 양국 국방장관 간 통화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서욱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공무기 도입을 요구했지만 서 장관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즈니코프 장관이 요구한 대공무기는 천궁으로 추정된다.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지난 9일 누리소통망에서 "어제(8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서욱 국방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러시아의 미사일을 막을 지대공 방어체계를 한국이 지원해달라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군 개발한 가장 우수한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천궁을 보내달라고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천궁(M-SAM)은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천궁은 적 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중거리 방어 무기다.
천궁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에서 중간 단계 방어를 맡는 무기체계다. 천궁은 작전·교전통제소, 다기능레이다, 발사대, 유도탄으로 구성된다. 천궁 미사일은 수직 발사와 측추력기에 의한 초기회전으로 전방위 대응능력을 갖췄다. 천궁 미사일은 종말 RF능동호밍과 지향성 탄두를 활용해 표적 격추 확률을 높인다.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기존 입장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방탄모 등 비살상 군수 물자를 지원해왔다. 일각에선 천궁은 적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용 무기라는 점에서 석연찮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천궁은 한국 정부의 수출 품목에 포함된 무기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UAE에 천궁을 약 4조원 규모로 판매하기로 계약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랬던 정부가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천궁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러시아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상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제3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은 중립법 위반인가?'라는 글에서 "제3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 군사물자 제공은 제한적 중립 원칙에 부합한다"며 "국제법상 합법적 행위로서 여하한 국제위법행위도 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재의 국제법 체제 하에서 국가들은 불법적 침략전쟁의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각종 경제제재 뿐만 아니라 및 무기 등 군사물자 지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비행금지구역 설정 또는 직접적 군대 파견의 정도에 이르지 않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행위 일체는 침략행위 및 무력 사용을 불법화하고 있는 국제법 질서를 수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김 위원은 "미국과 상당수 나토회원국 등 다수 국가들은 금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등 군사물자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16일 8억 달러(약 9744억원) 상당 추가 무기 제공을 약속했다. 독일은 자국 생산 무기를 분쟁지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오랜 정책을 폐기하면서 1000기의 로켓 발사기와 500기의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그리스, 터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도 무기 등 군사물자를 우크라이나로 공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에 무기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함께 기자들을 만나 "나의 의제는 매우 간단하다. 오직 3가지 항목이다. 바로 무기, 무기, 무기"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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