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고위공직자 재산 분석할 수 있어 [마부작침]

배여운 기자 입력 2022. 4. 10. 08:06 수정 2022. 9. 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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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는 언제부터? 그리고 문제점은?

"나는 대통령인 내 자신이 솔선해서 국민의 앞에 서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 1993년 2월 27일 대통령 취임사

위 발언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약속입니다. 본인의 재산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건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단연 '공개'.

우리나라 공직자 재산 등록 제도는 1981년에 공직자윤리법으로 이미 법제화 됐지만 공개 의무는 빠져있어서 반쪽자리 제도에 불과했습니다. 신고한 재산은 특정 목적 이외에는 비공개가 원칙이었기 때문이죠.

출처 :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그러다 보니, 허술하게 만든 제도에는 빈틈이 많았고 이를 악용한 공직자들의 불법 재산 증식은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이는 조선일보의 1984년 6월 27일 자 '모 호한 公職者(공직자) 財産(재산)등록' 이란 사설에서도 지적했는데요. 등록 시에 기재한 재산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재산을 감춰서 불법한 비리를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의례상 신고만 할 뿐이지 올바르게 재산 신고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는 거죠.

이런 허점과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투명한 '재산 공개'를 약속했고 국회 역시 발 빠르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누구나 매년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첫 단추를 끼운 거죠. 그렇게 1993년 9월 6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를 포함해 사상 첫 고위공직자 재산이 언론을 통해 공개됩니다.

근데 왜 PDF로 공개하나요...?

문제는 공개한 재산 내역의 형태입니다.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은 올해도 어김없이 PDF로 공개됐는데요. 건물, 토지, 예금 등 분류별 재산 항목, 상세 내역, 금액 등이 상세히 나와있지만 1993년에 처음 공개했던 방식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나마 2005년부터 PDF라도 관보 사이트에 올려준 건데 그 이전에는 전화번호책처럼 여러권의 두꺼운 책으로 공개해 활용도가 낮았다고 합니다.

PDF는 Portable Document Format의 줄임말로 숫자를 계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텍스트를 읽고 수정하기 위한 용도라서 재산의 증감을 파악하고 분류별 재산 내역을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로 공문, 회의록 등의 용도로 활용되는 파일 형태죠. 즉, 수 천명의 공직자 재산을 전수 분석하기에는 적합한 파일 형식이 아니란 뜻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걸로 공직자 재산 분석 하지 마라'와 동일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령 재산 내역 PDF에는 공직자가 보유한 부동산 현재가액이 나와있는데요. PDF 특성상 사람은 읽고 보기 편하겠지만 다주택자 검증 혹은 개별 공직자들의 토지 보유 금액과 같이 자세한 재산 내역을 숫자로 산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도 각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보도자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통계(평균, 증감 등)만 인용할 수 있을 뿐 재산 내역을 전수 분석하고 불법성과 꼼수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의아한 점이 하나 있죠?. 왜 굳이 PDF로 공개하는 것일까요? 정부도 절차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PDF로 공개하는데 이유는 있습니다.
 

그냥 엑셀로 주면 안돼...? 그게 어려움?

2019년 정기재산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공직자 재산 내역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 떠올렸을 물음표인데요. 공직 감시가 의무인 언론에서 공직자 재산 전수 분석을 하려면 PDF가 아닌 엑셀이나 CSV(comma seperated value)와 같은 분석에 용이한 파일 형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위 기자는 로우데이터(raw-data) 형식을 요구한 건데 인사혁신처의 답은 부정적이었네요.

PDF로 공개하는 이유는 공직자윤리법 제 10조(등록재산의 공개)에 고위공직자 재산은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여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법률상 관보에 올려라고 하니깐 관보 형태에 맞는 PDF로 올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관보는 1981년 3월 2일부터 사용되고 있는데 공직자 재산공개, 국적 귀화/이탈, 공직자 병역사항 등을 공개하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는 오늘날 맞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활용 목적에 맞게 파일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죠.

또 정부는 엑셀로 공개할 수 없는 이유로 '엑셀로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PDF로 공개해야 한다는 근거도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면 '엑셀'로 공개하는 게 맞다는 입장도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보를 엑셀로 공개한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국민은 아마도 없겠죠?
 

[공개합니다] 2022년 정부&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 내역


[엑셀 링크 - 클릭]
▶ 2022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내역 공개 자료
[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e/2PACX-1vR3rUlkoNduh2uewPkbOulKS4nM_-jdD4S_vPcfCqb26BkW1Nd4KSMY6wXpDqf2fAMPFc_iqXokstqo/pub?gid=65992524&single=true&output=csv ]
▶ 2022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내역 공개 자료
[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e/2PACX-1vQ233uK47LbaZtvWT9bspQOvNA3OZL9xQccxr9mnsGJvhux3JkRiMFvfC42w0dVq4oVi-6XP86uvVps/pub?gid=1873657456&single=true&output=csv ]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정부, 대법원, 국회,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개한 재산 내역 PDF 전수를 CSV형태로 변환해서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위 엑셀 파일은 고위공직자들이 보유한 논, 밭, 과수원 필지만 추출해서 농지법 위반을 따지거나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 비율, 수도권 다주택자, 비상장 주식 보유 등 고위공직자들의 불법성과 꼼수 내역을 분석하고 탐색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글 : 배여운

배여운 기자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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