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PEOPLE] 정병기 대표가 대중에게 건넬 '메가폰'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 유독 특별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케이팝(K-POP)은 물론 제작 시스템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체계적인 과정이 고착,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아티스트와 앨범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수, 앨범 제작의 A부터 Z까지 참여하는 A&R(Artists and repertoire)이 존재한다. 이 업계에서 대표적인 A&R을 묻는다면 누구나 입을 모아 정병기(제이든 정) A&R을 꼽는다. 그는 국내 가요계 A&R 1세대의 대표주자로서 JYP엔터테인먼트와 울림엔터테인먼트, 소니뮤직코리아 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흐름을 쥐고 갔던 그가 모드하우스 대표로 변신, 다시 한번 판을 흔들 준비를 마쳤다. ‘오픈 아키텍처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스타트업 모드하우스를 설립,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IT 영역의 전문 크리에이터들과 힘을 모아 걸그룹 프로젝트 시동을 걸었다. 아티스트 발굴부터 육성, 앨범 기획·제작의 모든 부분에 관여했던 그가 ‘양방향 형태의 시스템’을 중심으로 팬들에게도 일종의 메가폰을 건넸다. 이에 최근 정병기 대표와 모드하우스에서 만나 걸그룹 론칭, A&R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드하우스의 첫 걸그룹 트리플에스(tripleS), 열린 가능성
정병기 대표는 여러 팀이 데뷔한 후 팬들의 사랑을 받고,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꿈꿨다. 회사가 팀을 제작하고 모든 결정권을 갖는 일방적인 방향에서 더 지속적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그는 “팬들과 아티스트, 회사가 입체적으로 소통해야 더 좋은 팀이 만들어지고 좋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쌓아온 A&R 노하우를 살려 앞으로 데뷔할 그룹들을 ‘함께’ 잘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새로운 팀과 콘텐츠가 건강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어요. 론칭되는 그룹에 대해 아직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저희가 선보이게 되는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대중 곁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형의 콘텐츠가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앞서 팬 참여형 걸그룹이라고 기사화가 됐는데, 아티스트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팬들이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아요.”
최근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이 화두다. 단순히 한 가수의 노래를 즐기는 것 이상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팬은 노래와 뮤직비디오 등에 숨어있는 스토리와 상징 등을 찾고 한 그룹이 지닌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예술가와 예술 작품처럼 아티스트와 음악을 탐구, 몰입하고 있다. 모드하우스에서 론칭하는 그룹 트리플에스 역시 데뷔 초읽기이지만, 티저 영상 등을 통해 시작부터 흥미로운 소스를 던지며 팬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펼치고 있다.
“세계관은 현재 케이팝에 있어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가수들은 세계관이 없어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 아이돌 음악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현재 케이팝이 사랑받을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 됐어요. 한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구축되면 한 곡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세계관 자체에 몰입했기 때문에 다음 곡이 궁금해지고 뮤직비디오 등에 있는 여러 장치를 재미있게 느끼게 되죠.”

A&R의 역량, 중요한 몫은 ‘센스’
한 아티스트, 앨범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발굴부터 뮤직비디오 감독, 프로듀서, 스타일리스트 등의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A&R은 각각의 위치에 있어야 할 전문인력부터 모든 요소를 접합시켜주는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가지의 근간을 찾아 나가다 보면 A&R이 있는 것이다. 팀의 색과 방향성을 잡는 결정적인 역할 역시 A&R의 몫이다. 정병기 대표는 그룹의 색깔이 정해지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미지’라고 말했다.
“어떤 인물들과 함께하는 지가 먼저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옷을 만들어도 입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현재 흐름이 걸크러쉬가 유행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센 음악, 표정, 콘셉트를 제시하면 자칫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죠.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중요해요.”
음악에 있어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센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센스 있는 가사 한 줄, 중독성 있는 멜로디 한 구절,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센스 있는 능력 등 우리는 찰나의 순간 한 사람, 음악에 푹 빠지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연예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센스가 일을 잘해낼 수 있는데 중요한 능력이 된다고 말한다. 정병기 대표 역시 일하는 데 있어 센스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A&R에게 제일 중요한 건 센스인 것 같아요. 보통 센스는 타고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자격증이나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분이죠. 만약 센스가 없다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10시간씩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단순히 게시물을 볼 때도 클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클릭하게 됐지?’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 센스를 키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A&R의 센스와 직결되는 부분은 바로 ‘발굴과 소통 능력’일 것이다. 보통 아티스트가 컴백 준비에 돌입하면 A&R은 여러 작가에게 곡을 의뢰하고 수록곡부터 타이틀곡까지 결정짓는다. 정병기 대표는 무작위로 받는 형태보다 콘셉트에 맞는 작가를 찾아 맞춤 곡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곡’은 가수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이러한 신념은 추후 모드하우스에서 컴백 할 새로운 그룹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린다.
“10곡이 들어가는 한 앨범을 만들게 되면 천 곡을 받는 일도 있어요. 수백, 수천 개의 곡을 듣고 하나를 고르는 형태가 일반적이죠. 하지만 저는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고 ‘우리만을 위한 곡’ 같이 핸드 메이드 하는 곡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여러 사람한테 의뢰를 못 해요. 원하는 스타일의 곡을 쓸 수 있는 작가에게 의뢰하고, 원하는 스타일의 곡이 완성될 때까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수정사항을 거쳐요. 그래서 작곡가, 작가의 성향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A&R의 역량일 수 있습니다.”

‘성공’ 위한 비결, ‘애정’과 ‘열정’
최근 연예계가 빠르게 흘러가는 만큼 반짝하는 라이징 스타에서 금방 대중들 눈에서 잊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존재감을 입증하는 이들도 있다. 운도 중요하지만, 분명히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이유가 있을 터. 정병기 대표에게 ‘필살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들이 안 가는 길에 대해서 겁이 없어요. 프로젝트가 클수록 자본이 많이 투자되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가 있어요. 여러 관점이 오버랩 되고 결국 결과는 평범해지죠. 조각상으로 치면 누구나 원하는 대로 조각을 깎다 보면 결국에는 평범한, 흔한 조각상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무난한 콘텐츠에는 매력을 못 느껴요. 그래서 모 아니면 도 같은 실험적인 콘텐츠라고 해도 남들이 보지 못한 조각상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정병기 대표는 A&R로서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에 미쳐있다고 밝혔다. 한 일화로 그는 앨범이 나오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수정을 멈추지 않아 CD를 찍어내는 기계까지 중단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끝까지 완성도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것.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사람일 수 있지만, 대중들은 그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것 아닐까.
“저를 싫어하는 프로듀서분들도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음악과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을 볼 수 있었다. 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 먼저 보인다’는 말에서 그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모드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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