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문 닫을건가?"..러시아 안보리 퇴출 요구한 젤렌스키

이용성 기자 2022. 4. 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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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유엔에서 유일하게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P5)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모든 논의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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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영상 상영
"헌장 1조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 강도 높게 비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침략 당사자이면서도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보리는 유엔에서 유일하게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P5)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모든 논의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가해국인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의 방해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적 군사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실시간 화상연설을 하고 최소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부차 학살’ 등에 관해 보고한 뒤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방색 셔츠 차림에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안보리 첫 연설을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어린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90초 분량의 끔찍한 영상을 틀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전날 부차를 직접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신의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라며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성들은 자녀들의 눈앞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고 덧붙인 뒤 “이러한 짓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와 같은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러시아군을 규탄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저질러진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라며 “그들은 고의로 아무나 죽이고 온 가족을 몰살했으며 시신을 불태우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보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유엔 헌장 1조가 무엇인가. 헌장 1조도 지키지 못하는 유엔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나. 유엔 문을 닫으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유엔 1조는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평화를 위협하는 침략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유효한 집단적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4월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 등은 침통한 얼굴로 젤렌스키의 연설을 지켜봤다. 젤렌스키는 “유엔을 문을 닫으려는 게 아니라면 여러분은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5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안보리 연설 도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로 강제 이주당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묵하는 노예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의 연설과 동영상을 지켜본 안보리 이사국 외교관들은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직후엔 아무 시신도 없었다”면서 민간인 학살이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도 “성급하게 (러시아만)비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사건의 전후 상황과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해야 한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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