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표 악화 속 尹공약 이행 266조 필요.. 딜레마 풀기 고심
병사월급·부모급여 등 공약 200개
손실보상 50조원 추경안 1차 난관
내수활성화용 국채발행 불가피해
규모보다 속도조절 필요 목소리
공약 수정·축소 땐 지방선거 역풍
재정정책 패러다임 민간주도 구상
GDP 성장전략 바탕 기업투자 유도


새 정부에겐 당장 코로나19 대책 관련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경안 처리가 1차 난관이다. 50조원 규모 추경은 윤 당선인은 물론 경쟁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도 대선 기간 공약했던 사안이다. 전형적인 민생 관련 사안으로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채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적자를 확대해 경제 전반에 걸친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200개 국정 공약 이행 소요비용은 266조원에 달한다.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생계급여 확대 7조7000억원, 부모급여 7조2000억원, 수도권 GTX(광역 급행열차) 5조원, 국민안심지원제도 4조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측 한 인사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현 국가부채 비율에 대해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채가 높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채발행을 안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현 정부처럼 국채를 과다하게 발행하지는 않고 (발행) 속도를 조금 지연시켜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국가부채 규모 자체보다 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인식은 인수위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일정 수준의 국채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는 국채발행이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인수위는 재정정책 패러다임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GDP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를 통해 개선된 거시 경제 지표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확장 재정정책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국정과제로 ‘재정준칙’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가 최근 윤 당선인에게 보고한 국정과제 후보 요약본에도 재정준칙 도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 1년 안에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 채무를 관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당선인에게 보고한 국정자료 보고는 한 페이지 정도 짧은 내용인데 그 항목 중 하나로 재정준칙이 언급됐다”며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5년간 재정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게 사실이고 새 정부가 그 부담을 그대로 안고 시작하게 돼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좌초된 ‘홍남기표 재정준칙’이 아닌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총리로 유력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 유지’를 규정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020년 6월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류성걸, 송언석 의원도 각각 정부안보다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올해 1차 추경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로 이미 법안에 담긴 기준을 넘어서면서 기준을 재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극적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윤 당선인의 각종 지원 정책과 이를 제약할 수밖에 없는 재정준칙 도입이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가 유예 기간을 두고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민영·이강진·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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