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첫 회의부터 노·사 팽팽..'4%대 물가' 반영될까

이혜리 기자 입력 2022. 4. 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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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이 회의에 참석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자리에 놓인 회의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5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4%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계가 첫 회의부터 팽팽히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최임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은 노·사 위원들과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이 참여해 결정한다. 통상은 7월 심의·의결이 끝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결정되는 첫 최저임금인 것이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을 언급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4%대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처음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 지속과 불평등 심화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높이기 위한 방편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라며 “노동자 생존을 위한 생계비를 반영해 일하는 모든 이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을’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새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해결책임을 잘 알 것”이라며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목적에 맞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사업주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우려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거리두기도 완화됐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은 여전히 팬데믹 여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여러 경영 여건은 열악하다”고 했다.

류 전무는 또 “업종별 구분 적용은 그동안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는데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현행법상 가능하기는 하다. 매년 최임위에서 공방이 이뤄지지만 노동계가 임금 수준이 더 하락할 수 있다며 강력 반대해왔다.

다음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공익위원이 바뀔지도 관심이었다. 최임위에서는 노·사 의견이 대립되는 가운데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는데, 정부 입김이 반영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사퇴를 밝힌 분은 한 분도 없다”며 “공익위원들은 지위가 유지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공익위원들 대부분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는 이날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너무 두 단위(두자릿수)로 높이 올라가면 몇 년 전 경험한 것처럼 기업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루즈(lose-lose·지는)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대폭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한 지명자는 또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정부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달성하지는 못했다. 5년간 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때(7.3%)보다 낮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경제회복이 예상되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도 공존한다”며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최저임금을 결정해달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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