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대출 이자 내리는 시중은행들.."정치권 눈치도"
<앵커>
요즘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자 부담 때문에 은행 돈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다시 금리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자를 좋은 조건으로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은행들이 새로 들어설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국내 은행들은 대출 이자 덕분에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20개 은행이 지난해 이자로만 사상 최대인 46조 원을 벌었고,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남은 순이익도 17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좋았던 작년보다 올해 이익이 더 나고 있습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노려서 대출 이자를 계속 올린 전략이 먹힌 것입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공급자(은행) 위주의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은행들이 마음먹고 금리를 올리게 되는 경향들이 사실 대출 금리 상승의 요인이 됐던 거고.]
그랬던 은행들이 요즘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3%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팔기 시작했고, KB국민은행도 내일(5일)부터 각종 대출 이자를 최대 0.55%포인트까지 낮추기로 했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을 걱정해서 새로 대출받으려는 손님이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이걸 이제 늘려서라도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거든요. 대출자 수가 줄어들다 보니까 수입원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권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약했고, 인수위도 여기 맞춰서 예대금리차를 매달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행들이 뚜렷한 기준보다는 금융당국의 동향을 살피면서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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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우 기자와 이 문제 더 짚어보겠습니다.
Q. 신규 대출에만 금리 인하?
[김정우 기자 :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은 해당이 안 되고 새로 받는 경우에만 깎아주겠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더 좋은 조건의 대출 상품이 나오면 지금 대출을 갚고 갈아타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간에 갚으면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큰 실익이 없습니다. 또 금리 인하 요구권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승진이나 취업 등을 해서 내 신용 상태가 나아지면 내가 내는 이자를 좀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데, 최근 10명 중에 3명 정도만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마저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여서 기존에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Q. 인수위, 이자 계산 방식 공개 압박?
[김정우 기자 : 그렇습니다. 지금 은행들은 예금 이자와 대출 금리의 차이, 그러니까 예대금리차를 세 달에 한 번 공개합니다. 그리고 대출 금리같은 경우에는 코픽스라는 공개된 기준금리에 각 은행이 정한 내부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하거든요. 이 내부 금리를 가산금리라고 하는데 가산금리는 어떻게 구하는지 그 방식이 지금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많으면 이자를 더 받고 줄어들면 덜 받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있어 왔거든요. 그래서 인수위의 경우에는 그렇다면 가산금리를 어떻게 구하는지 그 계산 방식을 공개하고 예대금리차도 지금처럼 세 달이 아닌 한 달에 한 번 공개해서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대출 상품을 선택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Q. 은행은 불만…해법은?
[김정우 기자 :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정하는 것이 수십년 째 쌓아온 영업 비밀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금융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가 대출 금리를 어떻게 정하는지 공개하느냐, 이렇게 거세게 비판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은행이라는 업종이 사실 일부 기업처럼 완전 자유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어느 정도 허가를 내주고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 그런데 이런 기회를 발판 삼아서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이런 상황을 누려서 예대 마진을 많이 챙겼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식이든지 금융 소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우 기자fact8@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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