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호황 끝났나.. 전국 경매건수 5년만에 최다

최온정 기자 입력 2022. 4.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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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를 피한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3.3㎡당 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던 지식산업센터의 열기가 식은 모양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물량이 급격히 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곳이 생기는 등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인데, 최근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수요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4일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공장) 개별 호실이 경매에 나온 경우는 총 307건으로, 최근 5년 중(2017~2021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전경. /최상현 기자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는 총 53건이 나오면서 최근 4년(2018~2021년) 중 가장 많았다. 경기도는 121건으로 전년(127건) 대비 소폭 줄었지만 2017년(117건), 2018년(80건), 2019년(101건) 등 직전 3년과 비교하면 많은 상태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경매가 59건 진행된 인천만 전년(78건)대비 건수가 두 자릿수(-24.4%) 비율로 줄었다. 지방에서는 경매로 나온 호실이 소폭 줄었는데, 부산과 대전 등 일부 광역시에서는 소폭 늘어난 상태다.

산업직접법에 따라 관리되는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수 미포함 ▲전매제한 없음 ▲잔금대출 80%까지 가능 등의 장점이 있다. 또 최초 입주 시에는 업종이 제한되지만, 입주 후에는 업종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입주 후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양한 장점 중에서도 특히 정부의 대출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낮추고 신 DTI(총부채상환비율)와 RTI(이자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는 등 다주택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대출규제에 걸려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지식산업센터로 눈을 돌렸다.

수도권 등 인기가 많은 곳에서는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일부 현장에서는 주거형 부동산 청약에 사용했던 초치기 분양도 나타났고, 생방송으로 당첨자를 추첨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규제 강화 후 3.3㎡당 분양가가 최소 500만원 올랐고, 분양개시 후 완판되는 속도도 빨랐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신축 공급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풀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지식산업센터 건축 신규 승인 및 변경 건수는 14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체 지식산업센터 수도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1309곳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산단공에 따르면 이 가운데 62곳은 준공 후에도 입주 업체를 한 곳도 못 찾고 있다.

물론 배후수요가 갖춰진 곳에서는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수요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114에따르면 역세권 단지인 ‘성수역 현대테라스타워’의 현재 시세는 3.3㎡당 2616만원 수준으로, 2016년 분양 당시 가격인 1000만원의 2.6배 수준이다. 문정역 인근 ‘송파 테라타워2′는 3.3㎡당 2828만원으로, 2014년 분양 당시 가격(900만원)의 3배를 넘었다.

손병석 부동산분양서비스협회 부회장은 “동탄과 미사 등 일부지역에서 지식산업센터가 수십만평 규모로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물량이 몰리고, 경매물건이 대거 나오기는 했다”면서 “그러나 이 지역들도 최근에는 물량이 거의 소진됐고, 공급도 예전보다 줄어서 초과공급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빨리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주택 대출 규제를 합리화하고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로 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사들였던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에 대해서도 민간임대로 공급할 경우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지식산업센터로 향했던 투심이 주택으로 다시 돌아올 여지가 생겼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보유할 경우 임대수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재건축·리모델링 등이 가능한 다가구·다세대 주택만큼의 자본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상승하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향후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투자가치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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