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창문

2022. 4. 4. 09: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예술 감성 교육을 하며 그렁그렁한 마음으로 외치곤 합니다. 퍽 오랜 시간 예술 일을 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예술 세계로 들어오는 분들을 만난 적은 없거든요.

단순히 예술 향유를 너머 예술 감성 교육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라 다소 힘든 과제인데도 열과 성의를 다합니다.

예술 감성 교육은 우리 안에 있는 거울과 창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ㅡ어디들 있다 이제야 오셨어요!

예술 감성 교육을 하며 그렁그렁한 마음으로 외치곤 합니다. 퍽 오랜 시간 예술 일을 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예술 세계로 들어오는 분들을 만난 적은 없거든요. 단지 교육의 힘이라고 설명하기엔 훨씬 더 감동적인 순간이 많고요. 예술이 하는 일입니다. 그림 한 점과 내 삶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이고요. 살면서 예술이 삶 속으로 훅 들어오는 경험. 모두 함께 하는 그 경험들이 매번 정말 놀랍고 신기합니다.

숭례문학당에서 올해 시작한 강좌에 퍽 많은 분들이 들어오셨어요. 예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좌에서는 매 차시마다 전시를 보고 감상 리포트를 써야합니다. 1.전시 소개 2.그림 에세이 3.그림 논제 순으로 작성하지요. 단순히 예술 향유를 너머 예술 감성 교육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라 다소 힘든 과제인데도 열과 성의를 다합니다. 먼저 예술과 가까워져야 하니까요. 내가 먼저 좋아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파할 수 있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ㅡ예술 잘알못인데 괜찮을까요?

ㅡ그림 까막눈인데 어떡하죠!

수업에 들어온 분들 중 이런 분들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제일 많이 변해요. 예술은 지식을 배우는 수업이 아닙니다. 감각을 훈련하고 내 안의 예술 세포를 깨우는 수업이예요. 예술 세포가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고 그걸 스스로 찾게 되는 과정이니까요. 그리고 모두 반드시 찾게 된답니다.

내내 줌으로 수업하다가 마지막날 수료식은 직접 대면으로 진행합니다. 공감의 시간을 품고 제주도에서 새벽 비행기로 오신 선생님도 계셨어요. 따뜻한 눈빛으로 다정한 포옹밖에 해드릴 게 없지요. 예술이 뭐라고, 그림 한 점이 뭐라고, 생의 유리알같은 마음을 보여주시는 걸까요. 예술을 통해 나를 만나고 우리를 만나고 세상을 만나는 경험. 우리는 예술 앞에 다같이 생의 초심자가 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얼굴을 생동으로 빛나게 하고요. 첫 시간에 주먹 꼭 쥐고 부르짖는 말이 있습니다.

ㅡ예술 앞에 쫄지 마세요! 예술은 좋은 삶의 매개일 뿐,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가 예술로 얻을 수 있는 건 생의 감각, 감탄, 감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전시회만 가면 제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요. (웃음) 더 이상 쫄지 않고 어깨 쫙 펴고 당당하게 전시의 주인이 된다고요. 작품을 한껏 감각하고, 예술에 실컷 감탄하고, 그걸 해내는 나 자신과 삶에 감사하게 된다고요. 정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변화에 가슴은 벅차오르고 생은 봄보다 설레니까요.

결국 예술을 통해 만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매차시 전시회를 보고 가져오는 그림은 나의 생 어느 때 내 모습에 다름 아니거든요. 아득하게 잊은 줄 알았거나 겸연쩍어서 모른 척 하던 나를 만나기도 하지요. 때론 안쓰럽고 더러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나입니다. 그림 한 점을 응시하는 건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아요. 어여쁘기도 그늘지기도 숨고싶기도 하니까요. 모두 함께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거울은 창문으로 바뀝니다. 나를 비춰주다가 모두를 향해 열리는 느낌이지요. 거울과 창문으로 우리는 나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세상 속으로 가만가만 나아갑니다.

예술 앞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어린이든 다 공평합니다. 누구나 처음 맞닥뜨리는 세계니까요. 그 앞에서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는 많이 다르지 않아요. 각자 살아온 태도로 예술을 접하고 투영하고 표현하지요. 아이들은 직관으로, 어른들은 경험으로 예술 감성을 풀어냅니다. 그래서 예술은 세대 공감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 감성 교육은 우리 안에 있는 거울과 창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가르치지 않지요. 다만 알아챌 수 있도록 조금 도울 뿐입니다. 한 점 그림 앞에 평등한 우리. 나이도, 성별도, 살아온 날들도 평평하게 만나지요. 어디들 있다 이제야 만난건지 인연에 감격해하며 존재 그대로를 껴안습니다.

예술 앞에선 모두 친구가 됩니다. 정말 그래요.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