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김태리 "새드엔딩 나도 가슴아팠다, 결혼바란 시청자 죄송"[EN:인터뷰①]

황혜진 2022. 4.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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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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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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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김태리가 출연작 새드엔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태리는 4월 3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 김승호)에 출연했다. 극 중 펜싱 국가대표 나희도 역으로 호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태리를 필두로 남주혁(백이진 역), 보나(고유림 역), 최현욱(문지웅 역), 이주명(지승완 역) 등 배우들의 호연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덕분에 6.4%(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기준)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8회 만에 10%를 돌파했고 종영까지 두 자릿대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뿐 아니라 TV 드라마 화제성 1위라는 토끼도 잡았다.

김태리는 3월 31일 진행된 드라마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전혀 예상 못했다. 배우들, 스태프 분들과 시청률 맞히기를 하는 것이 촬영장 묘미 중 하나인데 스태프 수가 워낙 많으니까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맞힌 사람한테 영광이 돌아간다. 난 터무니없게 못 맞혔다. 왜냐하면 그렇게 잘 나올 줄 몰랐다. 그 뒤로 쭉쭉 올라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고 진짜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결과를 크게 생각하며 작품을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엄청 바라는 건 없었어요. 다만 다들 겨울에 너무 힘들게 촬영했고 스태프 분들의 노고도 정말 많았어요. 스태프 분들도 초반부터 진짜 끝까지 함께하며 가족처럼 찍었기 때문에 시청률로 보답 아닌 보답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진짜 좋았죠."

김태리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4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전작은 2018년 하반기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당시 주연 고애신 역을 맡아 최고 시청률 18.1%를 찍은 김태리는 이번 드라마도 흥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좋은 것 같다는 칭찬에 김태리는 "대본을 잘 고르는 게 아니라 대본을 잘 보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특별한 안목 같은 건 없는 것 같지만 직관력이 좀 뛰어난 것 같아요. 그거에 약간 자부심이 있어요.(웃음) 읽었을 때 대본이 전체적으로 잘 보여요. 하나하나 떨어트려 분석하고 말을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독해가 자연스럽게 잘 되는 편이에요."

나희도는 펜싱 꿈나무에서 3회 연속 금메달 수상에 빛나는 국가대표 펜싱 황제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김태리는 진솔하고도 거침없는 나희도만의 매력을 십분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대목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태리는 "중점을 둔 부분이 많다. 일단 초반에는 본능적으로 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그냥 술술 읽혔다. 초반에 대본 받았을 때 '얘를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좀 했다면 첫 대본리딩 때는 정말 긴장한 상황 속에서 읽었다. 대본리딩을 할 때 크게 준비를 해가지는 않았다. 말을 뱉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데 내 입 밖으로 나오는 게 희도처럼 느껴지더라. 이게 맞다 싶었다. 점점 즐거워지며 텐션이 높아졌다. 이런 가닥으로 잡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이어 "초반의 희도는 굉장히 본능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이후 희도의 트라우마, 아픔, 엄마와의 갈등, 금메달 사건을 겪으며 내가 생각을 살짝 잘못했다고 느꼈다. 서른세 살의 나로서 은연중에 '내가 저랬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난 서른세 살인 거다. 고등학생이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좀 놓쳤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희도가 엄마랑 싸우거나 하는 부분에서 아파서 화를 내지 않고 아파서 슬퍼했다는 거예요. 확 분노하기보다 슬픔이 더 큰 감정이었죠. 전 저한테 연민이 있었던 거예요. 근데 사실 고등학생 희도는 진짜 머리끝까지 났을 것 같거든요. 슬픔 그런 거 없고 '엄마가 뭔데'라는 감정이 훨씬 더 컸을 텐데 제가 그걸 놓쳤어요. 슬픔이 가득 차 찰랑찰랑거리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많은 신들이 좀 그쪽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 차리자고 생각한 이후부터 그런 부분에 집중하며 연기를 했어요."

수준급 펜싱 연기도 화제였다. 김태리는 캐스팅이 확정된 후 캐릭터를 잘 구현해내고자 펜싱 레슨을 시작했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펜싱 연습에 열정을 불태운 탓에 후반부에는 체력 저하 현상도 겪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김태리는 "워낙 정신이 건강했던 상태라 의욕도 폭발했다. 그렇게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아프더라. 모든 걸 펜싱에 쏟아부으면 안 됐던 거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라. 촬영할 때 쓸 에너지를 남겨뒀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털어놨다.

"하루 2시간 정도씩 펜싱 연습을 했어요. 초반 이틀에 한 번씩 갔다고 치면 이후 4개월 동안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 가서 2시간씩 연습했죠.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겠죠. 하하하하. 처음엔 엄청 헤맸어요. 지난해 8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갔던 것 같은데 제가 8월 초중순쯤 제 펜싱 노트에 '움직임에 필요한 근육이 생긴 게 느껴진다'라는 문장을 썼더라고요. 그때 소중한 근육들이 생긴 게 느껴졌어요. 제가 운동을 진짜 사랑하거든요. 눈에 보이는, 몸으로 바로 느껴지는 그런 성취감. 제가 뭔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펜싱도 진짜 재밌게 했어요. 매일 근육통을 느꼈고 도수치료 가면 '태릉에서 왔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현역 선수들 몸 상태랑 똑같다는 말도 들었죠. 진짜 열심히 연습했어요."

다수 시청자들이 나희도와 백이진의 해피엔딩을 바랐지만 아름답게 우정과 사랑을 키워왔던 두 사람은 결국 새드엔딩을 맞이했다. 김태리는 마지막 회 대본에 대해 "그 대본을 받았을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초반에는 대본의 대사 하나하나 느껴가며 읽었는데 16부쯤 되니까 제정신이 아니었다. 워낙 촬영을 바쁘게 하고 있었을 때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대본은 10부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를 잡고 깔깔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대본은 천천히 나눠 읽었다"고 회상했다.

"희도가 친구들이랑 바다 갔다 온 걸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결국에는 사진첩까지 뒤지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공감이 가면서도 너무 슬프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잊나 싶었죠. 희도도 분명 그 여행을 갔을 때는 너무 행복하게 즐겁게 놀았을 거예요. 그런 것들을 보며 이 드라마가 되게 슬프게 느껴졌죠. 사실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밝은 부분까지 너무 아련하고 슬프게 느껴졌어요. 결말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죠. '아이고 슬프다', '아이고 가슴 아프다'라는 감정이었어요."

나희도와 백이진의 결혼 불발은 일찌감치 예견된 바였다. 극 초반 나희도의 딸 성이 '백' 씨가 아닌 '김' 씨로 명시됐기 때문. 두 사람의 로맨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 자명함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바란 것에 대해 김태리는 "너무 예뻤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방영 전 제작발표회나 인터뷰에서 '모두가 갖고 있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작품을 홍보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솔직히 이런 첫사랑 누가 갖고 있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래서 너무 응원하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희도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백이진이 너무 좋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희도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가 어떻게 보면 엔딩까지, 엔딩이 결혼이라고 치면 결혼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배우가 아니라 시청자였어도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응원했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시청자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제가 다 죄송해요. 저도 슬퍼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2회 엔딩을 꼽았다. 김태리는 "무조건 2부 엔딩이다. 슈퍼 앞에서 희도와 이진이 슬러시 갖고 와서 먹는 투샷이 길게 나온다. 감독님이 그러더라. 보통 드라마에서는 바스트 신, 배우 얼굴을 가깝게 보길 원한다고. 그래서 투샷을 오래 쓰기 힘들 때가 많은데 희도와 이진의 투샷이 너무 좋아 길게 쓰고 싶다고 했다. 그 장면의 색감과 두 사람의 여름날 분위기, 거기서 둘이 나눴던 이야기들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진의 대사 중 '넌 18살의 날 보는 것 같아'라는 대사를 되게 좋아한다. 이진이 그 대사를 할 때 희도는 또 반짝반짝 빛난다. 희도는 그 누구도 아닌 희도만의 방식으로 이진을 위로한다. 저는 물 분수쇼라고 표현하는데 거기서 물 분수쇼를 하고 굴다리까지 갈 때 나오는 대사들과 내레이션도 좋아한다. 모든 내레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내레이션이다"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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