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얼마나 줄일 수 있나"..尹인수위 '특명'에 고심하는 기재부
강도 높은 예산 지출 구조조정 예고
그래도 국채 발행 불가피 전망 우세
尹 "대출지원·신용보증도 50兆 포함"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라.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 등 다른 방안을 먼저 검토하고, 불가피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국채 발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인수위의 이 메시지를 사실상 “추경을 하더라도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추경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조달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이겠다는 게 인수위 측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3월 31일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추경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경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책임감 있게 한국판 뉴딜 등 문 정부의 예산 사업을 삭감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0조원 이상은 마련하라는 주문을 기재부에 제시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인수위가 윤석열 정부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액을 10조원 미만으로 못 박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새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면 이미 뜨거워진 국채 금리가 더 달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민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리금 상환 부담은 민심 악화와 연결된다. 기재부가 인수위의 ‘국채 발행 최소화‘ 특명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 7년 반 만에 3% 돌파한 10년물 국채 금리
우선 인수위를 긴장하게 한 채권 시장 동향부터 살펴보자.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60%포인트(P) 상승한 3.031%로 마감했다. 2014년 9월 17일(3.034%)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년물 국고채 금리도 전장 대비 0.242%P 오른 2.747%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6월 12일(2.789%)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3년물 금리는 3월 한 달 동안 2.187%(2일)에서 2.663%(31일)로 0.476%P 상승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많은 국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이 흐름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구간은 연 4~6.01%로 집계됐다. 기재부와 국토교통부는 현재 연 2~2.75%인 디딤돌 대출금리도 이달 중 최대 0.25%P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당분간 이어져 우리나라 국채 금리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5월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금리 상승) 압력을 더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지금처럼 솟구치면 서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인수위 주장대로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면 정부는 국채 발행 규모를 어떻게든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 1월에 전년보다 11조원 더 들어온 국세
채권 시장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인수위는 추경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기재부에 “추진해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채 발행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제시한 지출 구조조정뿐 아니라 세계잉여금, 특별기금·회계 조성 등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재원 마련책을 실무 차원에서 다 꺼내보고 있다”고 했다.

인수위에서는 연초 발생한 초과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세 수입은 4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조8000억원 증가했다. 국세 수입 증가를 이끈 세목은 1년 전보다 6조9000억원 더 걷힌 부가가치세다. 소득세도 1조5000억원 늘었다. 당해 연도에 더 들어온 세수는 세입 경정을 통해 추경에 보탤 수 있다.
기재부는 10조8000억원이 확정적인 초과세수는 아니라는 이유로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난색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세정 지원에 따른 이연세수가 4조6000억원, 작년 1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한 달 연장하면서 세수가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가 3조원”이라며 “일시적인 증가분인 만큼 점차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걷힌 세금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여윳돈 규모를 파악하려면 그 시점까지 거래세·보유세 등이 당초 예상 대비 얼마나 더 유입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2년 초반 몇 개월의 세입 동향만 가지고 세수 초과·결손 여부를 따져 지출 조정을 하기엔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어쨌든 모든 가용 수단을 다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했다.

◇ “추경 30조원대면 국채 발행 5조원 안팎 가능”
최근 정부 안팎에서 “추경 규모가 윤 당선인 공약인 50조원이 아닌 30조원 수준에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출 구조조정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50조원을 채우지는 못하는데 국채 발행마저 넉넉하게 할 수 없다면, 아예 추경 파이 자체를 줄여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문 정부가 올해 초 이미 편성해 집행 중인 16조9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존재한다는 점, 윤 당선인의 추경 편성 시도에 동의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내부적으로 30조원대를 언급했다는 점 등과 맞물려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도 추경 규모와 관련해 “50조원으로 딱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선 30조원대 추경을 기준으로 현재 검토 중인 재원 동원 아이디어를 총동원할 경우 국채 발행 규모는 5조원 내외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정부가 올해 초 첫 번째 추경을 편성하면서 발행한 국채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차기 정부가 추경 규모를 줄여서라도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하거나 혹은 기존 사업들을 구조조정 또는 재포장해 약속한 금액을 얼추 맞추는 방안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3월 31일 인수위 경제분과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세계 다른 나라들이 적극적인 채무 조정과 금융 지원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우리나라 역시 불필요한 지출을 구조조정해 대출 지원, 신용 보증, 재취업 교육 지원 등을 포함한 50조원의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손실 보상 규모가 50조원이고, 추경은 손실 보상의 한 갈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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