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레터 이브닝(3/30) : 으르렁대는 외교부와 산업부..밥그롯 싸움?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2. 3.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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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정부 내 통상 업무를 지금처럼 유지할 것이냐, 외교부로 넘길 것이냐.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자신의 부처에서 맡아야 한다며 치열한 논리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요, 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지경이네요. 국익보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고요. 통상 기능의 운명이 자주 바뀌어서 정권 교체기마다 갈등이 있었지만 이번엔 너무 과열돼 있네요. 
 

한밤에 산업부 직격한 외교부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언론 보도 때문이었는데요, <한국경제>가 어제(29일) 저녁에 '산업부 통상기능 외교부 이관' 논란에 불편한 미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죠. 제목 아래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돼 있어요.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달 중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갖고 있는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측에 표명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입장 전달 시기에 대해 기사는 "미국 측 인사가 한국의 '외교통상부' 출범에 부정적인 의사를 전한 시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부·국회 대표단이 지난 14~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다'고 돼 있네요. 전달된 내용과 관련해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이 관계자가 기자에게 "미국의 한국 담당 고위급 외교 인사가 한국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에 우려한다는 뜻을 구두로 전해왔다"고 말했다는 거죠. 미국이 외교부 이관에 반대하는 이유는 반중 경제안보 동맹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구상에 차질이 생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됐고요.
 
(사진=한국경제 갈무리)
 
기사가 나가자 외교부가 발끈했네요. 기자의 취재원이 산업부 쪽이라고 보고 산업부가 언론 플레이한다고 생각한 거죠.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외교부 입장을 알리는 메시지를 돌렸는데요, 매우 이례적이죠. 우선 밤 11시 넘은 시각이었고, 표현도 외교부가 평소에 쓰는 것과 다르고, 내용도 산업부 비판 위주였으니까요.          
 

외교부가 발끈한 이유는?


외교부는 우선 <한국경제>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죠. "외교부 확인 결과, 미 측은 한국의 정부조직 관련 사항은 오롯이 한국 측이 결정할 내정 사안으로,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소관하는지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요지의 분명한 입장을 알려왔습니다"고 했는데요, 부처 차원에서 미국 입장을 알아본 결과라는 거죠. 
외교부가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뒤에 나오는데요, 산업부를 겨냥한 내용이죠. 이 부분을 인용해 볼게요.
 
□ 우리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하여 국내 정부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 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ㅇ 외국을 등에 업고 국내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이기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과연 앞으로 타국을 상대로 떳떳하게 우리 국익에 기반한 교섭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ㅇ 우리의 정부 조직 형태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는 등 우리의 對美/對中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하여' '국내 부처 행태에 유감'  '외국을 등에 업고 논의에서 이기려는 행태' 등의 표현이 들어 있는데요, 공격 대상이 산업부죠. 통상교섭권을 둘러싸고 두 부처가 대 놓고 힘겨루기 하는 모양새인데요, 논리 대결을 넘어 감정적 대결로 비화하는 모습도 보이네요. 
 

"냉각기 필요"…산업부, 확전 자제했지만

 
산업부는 외교부 입장이 나오기 전 <한국경제>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는데요, 자료 제목이 좀 기네요.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님" 이렇게 돼 있네요. 
 
(사진=산업부 보도설명자료 갈무리)
 
외교부가 산업부 보도자료를 봤을 텐데요, 그래도 산업부를 공격한 건 산업부가 언론을 이용해 부처 이기주의적인 내용을 확산하는 여론전을 벌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산업부는 외교부 입장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자제하는 분위기죠. 산업부 내부에서는 '외교부가 통상 업무 이관에 대해 절박하게 생각하고 예민해져 있는 것 같다' '외교부는 산업부가 언론을 끼고 여론전 벌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며 외교부가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네요. 
 

"적절치 않다"…싸움 말리는 인수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결국 한 마디 했네요.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요, 인수위 차원에서 부처간 로비전 가열 양상에 대해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죠.
원 수석부대변인은 정부 조직개편 문제는 "이제 논의에 돌입한 상황이다. 결론이 나온 것이 없고 검토 단계다"라고 하면서 "큰 틀에서 인수위가 검토하는 이 상황에서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이어졌죠. 또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잘 이뤄낼 수 있는 큰 그림, 조직개편의 전체적인 그림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 달라"고도 했는데요, 조직 개편의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외교부와 산업부의 신경전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외교부 "팔다리 묶인채 경주"


외교부와 산업부는 언론 보도를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기 전에도 통상 업무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는데요, 어제(29일)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이례적으로 예고 없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기도 했죠. 왜 외교부가 통상 기능을 되찾아와야 하는지, 산업부의 통상교섭 기능 유지 주장은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자리였죠.  

당국자는 우선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산업부 주장에 대해 "통상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각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제조업 담당 부처가 민감한 농업, 수산업 등 분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죠. 통상교섭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는 그런 조직을 당겨오기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니다. 실장 몇 개, 국장 몇 개, 사무관 몇 명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면서 왜 외교부 통상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는데요, 그 내용을 옮겨 볼게요.

"지난 9년간 통상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다. 저희는 되게 절실하다. 정부조직법에 통상 및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너무 많고 팔과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통상과 외교가 접착제로 붙어 있어서 분리가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늘 업무영역을 가지고 다투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 
 

산업부 ""통상-산업 불가분"


이에 대해 산업부는 시대가 변해서 통상과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고, 현 조직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죠.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통상과 산업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산업부가 내세우는 논리죠.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산업과 통상 간 공조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죠.

산업부 출신 인사들도 측면 지원하고 있는데요, 산업부 차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산업연합포럼 설문을 통해 산업부에 유리한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기도 했고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신문 기고를 통해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며 산업부 존치를 주장하기도 했죠.

산업부와 국제통상학회와 함께 출범시킨 'FTA 전략포럼'이 있는데요, 오늘(30일) 열린 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이 산업부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네요.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신통상 거버넌스의 요건으로 '통상교섭과 함께 산업, 자원, 에너지 등 전문성 융합'을 제시하면서 "신통상 추세에 역행하는 외교통상형으로의 환원은 퇴행"이라고 주장했네요.
 

두 부처 왔다갔다하는 '통상'의 운명  


통상 기능은 외교부와 산업부가 번갈아 맡아 왔는데요, 정권 교체기마다 어느 부처에 둘지를 놓고 여러 주장이 격돌했죠. 1994년 전에는 상공부와 외무부, 경제기획원 등에 통상 기능이 분산돼 있었고요, 1994년 상공부가 통상산업부로 개편되면서 통상 기능이 한 부처에 모이고 일원화 됐죠.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통상부로 넘어가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고요, 박근혜 정부 때는 통상 기능이 산업부로 다시 넘어갔죠. 현 정부 초기에 외교부로 이관하는 계획이 거론되다가 무산돼 지금까지 산업부에서 통상 업무를 맡고 있고요.
새 정부에서는 어떨까요?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경제 안보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새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통상 기능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죠. 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죠. 이런 방안을 찾는 데 있어서 부처 간 과열된 논리 대결, 밥그릇 싸움은 도움이 되지 않겠죠.
 

오늘의 한 컷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사진이에요. "내각에 참여 않는게 당선인의 부담 더는 것"이라며 국무총리직 고사 의사를 밝히고 있죠.  


[ https://news.sbs.co.kr/news/sbsletter.do ]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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