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넘는 람보르기니 벤틀리..도대체 누가 타나 봤더니
현대차·기아의 68% 달해
법인세 회피용 슈퍼카 늘며
개인 편법구입 수단 전락
◆ 수입차 시장 대해부 (上) ◆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국내 매출이 지난해 35조원으로 정체된 사이 수입차 매출은 2020년 20조7507억원에서 1년 새 16% 이상 급증했다. 특히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기아의 국내 판매액은 지난해 14조2412억원으로 이미 수입차 전체 판매액에 한참 뒤처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입차의 약진 뒤편에는 그림자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한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수입 슈퍼카 구입 비용을 회사 운영경비에 포함해 세금은 덜 내고, 정작 해당 차량은 업무용이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세무당국에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이 같은 슈퍼카를 편법적 절세 목적의 법인차량으로 구매하는 사례는 위화감 조성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 억대 수입 법인차에 부여되는 세제상 혜택을 중지하면 연간 2조원 이상 추가 세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들 법인 구매 차량에 별도 색깔의 번호판을 달아 남용을 줄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수입차는 국내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용효과 등은 미미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수입차 가격도 예전처럼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2030세대가 '프티 럭셔리(작은 사치)' 가치를 내세우며 수입차 선택을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순수 전기차도 잇달아 출시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차 17곳의 총고용 규모는 2만3000명으로 직고용 인원만 3만5501명인 기아보다 훨씬 적다. 특히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해 국내에서 고용 창출이 더욱 미미하다.
[서진우 기자 / 이새하 기자]
세금 덜내려 수입차 사는 법인들
국내 승용차 2098만대중
법인차 비율 11%인데
1억 이상 수입차는 65%
법인차 구입비 경비처리땐
과세표준 낮아져 세금덜내
실제론 임원 가족들이 사용
운행일지 등 조작도 판쳐
2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나 법인이 운행한 차량(승용차 기준) 2098만여 대 가운데 법인차는 총 244만여 대로 전체의 11%를 웃돈다. 가격이 1억원 미만인 법인차 중에는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EQ900' 등 국산차도 있지만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수입차 비중이 훨씬 높다.
특히 1억원을 넘어가는 법인차 중에는 국산차가 아예 없다. 가장 높은 가격대인 3억원 이상 법인차는 벤틀리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롤스로이스 '고스트', 페라리 '488' 등이 톱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 3대 슈퍼카로 꼽는 브랜드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의 지난해 국내 운행 대수 가운데 법인이나 사업자가 운행하는 비율은 각각 70.1%, 80.2%, 81.6%로 개인 운행보다 훨씬 높다.
이유는 간명하다. 현재 영리법인은 매출이나 이익에 따른 과세표준에 따라 법인세율을 다르게 적용받는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에선 법인세율이 10%이지만,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에선 20%로 2배나 뛰어오른다. 법인 운영자 입장에선 과세표준을 낮추기 위해 비싼 수입 슈퍼카 등을 법인차량으로 구매해 그 비용에다 유류비 등 운행비까지 더해 경비로 처리하면 과세표준 액수를 줄이고 세금도 덜 낼 수 있다.
문제는 세금을 덜 내더라도 법인 명의로 구입한 차량을 회사 일에 써야 하는데 정작 임원 등이 고급 슈퍼카를 몰고 다니며 업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법인차로 비싼 슈퍼카를 구매해놓고 실제로는 대표나 임원 가족이 몰고 다니는 '도덕적 해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과세표준이 워낙 높은 만큼 슈퍼카를 사더라도 법인세를 덜 내는 구간에 포함되기 어렵다. 따라서 수입 고가 슈퍼카를 그 같은 방식으로 구매·사용하는 건 주로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중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B씨(65)도 마찬가지다. 그는 법인 명의로 벤츠와 BMW 등 고가 수입차를 수시로 바꿔가며 탄다. 그는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같은 차량은 워낙 눈에 잘 띄고 법인차라는 인식이 높아 (개인이 몰고 다니기엔 불편한 만큼) 굳이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슈퍼카를 아예 탈루의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높은 소득을 얻으면서도 이를 고의적으로 탈루한 인플루언서 1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들은 소위 '뒷광고'(대가 관계 미표시 광고)와 간접광고 등을 통해 소득을 탈루하거나 외국 후원 플랫폼, 외국 가상계좌를 이용해 후원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친인척에게 부동산 취득 자금을 증여하고 슈퍼카 임차료 등의 사적 경비를 비용으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조세를 탈루했다.
2016년 정부는 이처럼 '무늬만 법인차'인 각종 사례를 막기 위해 개정법을 시행했다. 법인차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낮추고 업무용 외에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인차량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세무서에 해당 차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보험에 가입된 법인차량은 감가상각비·임차료·유류비·수리비·자동차세 등을 연간 1000만원까지 조건 없이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운행일지 기록을 통해 차량이 업무용으로 사용됐음을 입증해야 한다.
당시 개정법 시행 후 법인차의 사적 용도 사용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후 변한 건 많지 않았다.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2015년 대비 2017년에 오히려 람보르기니의 국내 판매량 중 법인 등록 비율이 5%포인트 더 높아졌고 페라리나 포르쉐, 벤츠, 아우디 등도 변화가 없거나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운행일지는 허위로 작성하면 되고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해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 개정안은 가족 이름을 비상임이사와 같이 법인등기부에 올리는 방식으로 피해갈 수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법인이 업무용 승용차 취득 시 가격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차료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손금 불산입(기업회계에선 비용으로 인정해도 세법에 따른 세무회계에선 손금으로 처리하지 않는 회계 방식)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업무용 승용차의 관리·감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엔 운행 실태를 점검하도록 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법은 회사 사주나 가족이 마음만 먹으면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호섭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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