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대륙 울린 참사 현장의 손글씨.."행운 · 안전 기원"
중국에서 의문의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8일이 지났습니다. 여객기는 중국 동방항공 소속 MU5735편으로,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을 태우고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도중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산악 지역에 추락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사고 닷새 만인 지난 26일 탑승자 132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어 28일에는 DNA 검사를 통해 탑승자 전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생존자는 없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핑안커우' 설명한 손글씨 메모 발견…"행운 · 안전 · 건강 기원"
메모는 중국의 전통 옥 장신구인 '핑안커우'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핑안커우는 재난을 면하고 행운과 안전을 기원하는 일종의 '부적'과 같은 것입니다. 메모에는 "핑안커우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윤기가 나고 매끄러워서, 만사가 원만하고 사업이 순풍에 돛 달듯 순조롭게 이뤄지며 가정이 원만하고 행복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핑안커우의 평안(平安)이란 두 글자는 매년 평안과 장수를 상징한다"는 글도 있습니다. 이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자 샹 씨의 필체를 알고 있던 동료들은 샹 씨의 메모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이 문구가 생방송 판매에서 사용되는 것"이라면서 "샹 씨가 비행 도중 문구를 익히기 위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샹 씨의 친구는 여객기 추락 소식을 듣고 샹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샹 씨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샹 씨 부모는 현지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딸이 사고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는 전화였습니다. 샹 씨가 행운과 안전, 건강을 기원하는 글을 메모에 적었지만, 이것들이 샹 씨에게는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여객기 추락 현장의 핑안커우 메모#'라는 해시태그가 올라왔고 29일 현재 8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핑안커우, 눈물이 난다", "보고만 있어도 너무 슬프다", "다른 평안한 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이제는 편히 쉬어라" 등의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비행 예약 바꾼 신랑 · 장례식 가려던 친척 일행 숨져
막 결혼 신고를 마친 신랑도 희생됐습니다. 혼인증만 받고 결혼식은 아직 올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남성은 당초에 사고 여객기가 아닌 좀 더 이른 여객기를 예약했지만, 일이 지체되면서 사고 여객기를 타게 됐습니다.
사고 원인 미스터리…28년 만에 중국 최악의 참사
사고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여객기는 순항 고도 8,900m를 유지하다 3분 만에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추락 당시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지상에 떨어졌습니다. 이 3분 동안 관제탑은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조종사들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더라도 일정 거리를 비스듬히 활공 비행하기 마련인데, 이 여객기는 수직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희대의 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난기류가 발생할 만한 이상 기상 현상도 없었습니다. 또, 여객기 잔해에서 폭발물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입니다. 테러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입니다. 동방항공 측은 "조종실에 기장과 제1조종사, 제2조종사 등 3명이 타고 있었다"면서 "3명 모두 비행 경력이 풍부하고 이들은 평소 잘 어울렸으며, 가정도 화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종사가 고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 역시 적다는 취지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기체 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체 결함에 따라서, 예를 들어 비행기가 하강하기 위해 조종간을 내렸다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경우 수직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기장과 조종사들이 경황이 없어 관제탑과 교신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의문이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회수된 2개의 블랙박스에서 단서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고는 지난 1994년 6월 시안에서 광저우로 향하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60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 이후 28년 만에 중국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는 것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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