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따라 흐드러진 철쭉..넋을 빼는 복사꽃 향..꽃길 닿는 발길마다 '봄'
'철쭉 성지' 고창읍성·영덕 복사꽃군락지
노부부 손길 수선화 물결이룬 거제 공곶이
양재꽃시장서 꽃보고 시민의숲 산책까지
‘5월의 왕’ 단종 때 쌓은 국방의 보루가 오늘날 ‘4~5월 봄꽃 성지’가 되었다.
고창읍성 동쪽 치성에 올라서면 발아래 굽이치는 성곽 길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그 길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줄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압권이다. 고창읍성은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이라 전해진다. 고창의 옛 이름 ‘모량부리’를 따라 모양성이라고도 부른다.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성 둘레 1684m에 높이 4~6m로 해자까지 갖췄다.
고창읍성은 여성들이 쌓았다는 설화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여자들이 머리에 돌을 얹고 성곽 길을 도는 성밟기(답성 놀이)가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한단다. 해마다 중양절(음력 9월 9일) 전후에 열리는 고창모양성제 때 지역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줄지어 성밟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과 고창판소리박물관이 있다. 인근 고창전통시장에서 끝자리 3·8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지금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창고인돌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동백과 매화, 산수유가 운을 떼고, 벚꽃이 만발하면 봄이 왔고, 철쭉과 복사꽃이 피면 봄은 절정에 이른다.
“떠오나니 도화(복사꽃)로다. 무릉이 가깝도다”, “도화살 있는 이웃 오라버니 싫은데 매력 있어.”
복사꽃은 화려한 색과 은은한 향기로 사람들의 넋을 쏙 빼놓으니, 과년한 딸이나 새색시가 봄바람 날까봐 집 안에 복사나무를 심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4월 초·중순이면 영덕 지품면 구릉과 오십천 일대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면서 무릉도원을 이룬다. 복사꽃 군락지는 황장재 부터, 지품면사무소가 있는 신안리 일대, 삼화2리 영덕복사꽃마을, 옥계계곡 따라 이어진 주응리 야산 까지 이어진다.
칠보산자연휴양림 숙소는 솔숲에 자리 잡아 쾌적하고, 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한다. 나옹선사의 고찰 장육사는 아담한 대웅전과 호젓한 대숲이 정감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꽃길만 걷자’는 테마의 4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고창읍성과 영덕 복사꽃군락지 등 6곳을 선정했다.
콩밭 메는 아낙들의 풍경, 청양 칠갑산의 장곡사길은 벚꽃 명소이다. 대치면 주정리부터 장곡리에 이르는 약 6㎞ S라인 도로를 따라 수십 년 된 왕벚나무가 늘어섰다. 벚꽃길 고갯마루에서 칠갑산 산꽃마을로 이어진다.
장곡사는 천년 고찰이자,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다. 오는 4월말, 장곡천 수변 생태 체험 공원 ‘청양 알품스’가 근처에 개장한다. 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은 가족 여행지로 좋고, 성급하게 오뉴월치 신록예찬 까지 하려면 고운식물원으로 가면 된다.
공곶이는 거제도 동남쪽에서 바다로 돌출한 지역인데, 강명식·지상악 노부부가 황무지를 개간해 귤나무를 심었다가 실패하자,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을 심어, 오늘날 꽃길 핫플레이스가 됐다.
수선화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를 가진 차도녀 같지만,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순간, 순정의 봄처녀가 된다. 아왜나무 숲길, 돌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동백 터널 등 이곳에 이르는 숲길도 매력적이다. 해금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제9경인데도, 입장료가 없다. 노부부의 마음이다.
무인 판매대의 수선화 한 송이 사서 그 마음을 품고 돌아가도 좋겠다. 공곶이 앞에 몽돌해변이 있고, 예구마을까지 남파랑길 거제 21코스로 연결된다. 멀지않은 곳, 거제식물원은 신상이다.
이청준의 ‘선학동나그네’의 실제 무대는 봄엔, 원두막 있는 유채 바다로 빛난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선학동유채마을 가까이 영화 ‘천년학’ 세트장과 소설가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진목마을이 있다.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는 봄 숲 모든 구색에다 테라피,체험프로그램을 갖췄다. 정남진 전망대에 서면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꽃 백화점, 서울 양재꽃시장도 들판의 꽃밭에 비해 한점 부끄럼이 없다. 이름이 공판장이라 딱딱하지만, 그 화사함과 다양성, 규모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노란 프리지어부터 빨간 튤립, 신비로운 파란색 카네이션까지 보는 눈이 즐겁다.
화분에 심은 수선화와 제라늄, 수국은 물론, 관엽식물과 다육식물, 난, 조경수 등이 전시된다. 근처 양재천 산책로와 시민의숲을 거닐다, 요즘 MZ세대 핫플레이스 카페거리에 이 봄, 또 하나의 향기를 즐겨도 되겠다.
함영훈 기자·구완회 작가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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